‘물의 제국’ 동남아에 내려오는 물의 전설
‘물의 제국’ 동남아에 내려오는 물의 전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09.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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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부르나이…삶과 정신의 근원

 

동남아시아는 물의 제국이다. , 그 자체가 동남아인들의 삶과 정신의 근원이다.

수자원공사의 사보 9월호(2019)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물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이야기가 재미 있어 소개한다.

아시아 문명의 중심은 물이었다. 인류는 강이나 하천을 중심으로 문명을 일으키고, 생활양식과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종교와 신화 탄생 모티브로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는 수자원이 풍부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역사, 생활 풍습, 문화, 종교가 형성되었다.

동남아시아에 물과 관련된 신화와 축제가 많다. 물이 곧 그들의 삶이자 정신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자료: 수자원공사
자료: 수자원공사

 

태국 로이끄라통 축제

태국에서는 음력 12(양력 11) 보름날 밤에 로이끄라통(Loi Krathong) 축제가 펼쳐진다. 끄라통(krathong)은 바나나 나무의 몸통과 잎으로 만든 연꽃 모양 바구니로, 강이나 운하에 띄움으로써 모든 역경과 불운이 사라진다고 여긴다. 축제 당일이 되면 꽃··향 등으로 최대한 아름답게 장식한 바구니에 머리카락, 손톱, 옷 조각, 돈 등을 넣어 물에 띄운다. 물에 띄우기 전에 초와 향을 켜고 소원을 빌거나 물의 여신에게 잘못한 일에 대해 용서를 빌며 불운을 가져가주길 기도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멜라스티 의식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새해를 맞기 전에 침묵과 참회의 시간을 갖는 녜피 데이(Nyepi Day) 의식이 열린다. 녜피 데이 당일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두 집안에 머물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지만 녜피 데이 3~4일 전에는 크고 작은 의식을 행한다. 가장 큰 볼거리는 만물의 영혼을 정화하는 의식인 멜라스티(Melasti). 모든 마을의 힌두교 사원에서 신 조각상을 꺼내 들고 민속음악을 연주하며 바다까지 이동한다. 해변에 도착하면 조각상을 깨끗이 닦고 바다의 신에게 공물을 바친다. 발리인에게 바다는 생명 그 자체다.

 

싱가포르의 멀라이언 공원 /위키피디아
싱가포르의 멀라이언 공원 /위키피디아

 

싱가포르 상징, 사자인어(머라이언)

스리비자야 왕국의 상닐라우타마 왕자가 부하들과 함께 사냥을 갔다가 큰 바위에 올라 바다 너머 섬을 발견했다. 호기심 많은 왕자는 직접 그 섬을 탐험해보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그때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높아졌다. 왕자는 사나운 폭풍이 휘몰아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왕관을 거친 파도에 던져 넣었다. 그러자 파도가 잠잠해졌다. 왕자와 부하들은 배에서 내려 해안가를 따라 섬을 탐색하다가 사자를 닮은 동물을 발견하고 그곳에 도시를 세운 후 사자의 도시라는 뜻인 싱가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자 머리에 물고기 몸을 지니고 있는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은 이 동물을 본떠 만든 상상의 동물이다. 머라이언(Merlion)사자(lion)’인어(mermaid)’를 합성한 단어다.

 

캄보디아 건국 신화, 카운디냐와 소마 공주의 사랑

먼 옛날 인도에 살던 청년 카운디냐는 꿈에서 들은 신의 목소리를 따라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났다. 오랜 항해 끝에 육지에 다다랐을 때, 아름다운 소마 공주가 이끄는 여자 함대가 나타나 그의 배를 빼앗으려 했다. 카운디냐는 신비로운 화살을 쏘아 그들을 굴복시켰다. 그런데 싸우던 중 소마 공주의 옷이 찢어지고 말았다. 당황한 공주를 본 카운디냐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공주를 덮어주었다.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소마 공주의 아버지인 용왕 나가라지가 둘의 결혼을 축복하면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들이켰더니 땅이 나타났다. 카운디냐는 그곳에 캄부자라는 왕국을 세웠고, 이 나라는 오늘날 캄보디아가 되었다.

 

브루나이 왕가의 루뭇 룬팅 전설

14세기경 브루나이와 마자파힛 왕국에서는 닭싸움이 인기였다. 브루나이에는 무티아라라는 수탉이 싸움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이에 마자파힛의 술탄 라덴 앙수카 데와는 왕국의 명예를 건 닭싸움을 제안했다.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다가 결국 무티아라가 이기면서 싸움이 끝났다. 이에 화가 난 마자파힛의 여왕은 무티아라에게 저주를 내렸고, 무티아라는 브루나이의 강에 던져져 바위섬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 섬을 루뭇 룬팅이라고 불렀다. 루뭇 룬팅은 큰비가 와도 잠기지 않는데, 만약 이 섬이 물에 잠기면 술탄이나 왕족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징조로 해석한다. 실제로 현재 술탄의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3일간 루뭇 룬팅을 거의 볼 수 없었고, 섬 주변은 온통 어둠으로 뒤덮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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