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오기전에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
디플레이션 오기전에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01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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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사상 첫 마이너스…일시적이라지만 경기침체 경고로 받아들여야

 

물가가 내려가면 서민들에겐 좋은 일이다.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떨어지고 생활비가 줄어든다면 그것만큼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 즉 디플레이션(deflation)은 경기 하강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인플레이션과 달리 처방전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거시경제를 보는 관점에서는 불안요인이 된다. 그래서 디플레이션과 경기위축(depression)은 경제를 하는 사람들에겐 나쁜 것()을 의미하는 D-word(damn, devil, demon)로 기피용어가 되고 있다.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둘다 나쁘지만 디플레이션이 더 나쁘다고 한 말은 경제학에서 교본으로 인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가 한해전 9월과 비교해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65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전년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하향추세였다. 연간기준으로 20171.9%, 20181.5%였으며, 올들어서도 60.7%, 70.6%, 80.0%로 하향주세를 그리면서 정부당국자와 한국은행은 9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인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9월 마이너스 물가는 작년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징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급등의 일시적 요인의 반사효과가 나타난 것이며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견해를 고수했다.

통계청은 9월 마이너스 물가의 배경에 대해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친절하게 그 원인을 분석해 줬다. 정부의 고교 무상정책 요인이 -0.17%였고, 농산물 가격의 기조효과가 -0.16%로 나타난 일시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한다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누구나 디플레이션, 경기침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부와 중앙은행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면 시장에 주는 파장이 크고,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효과도 주게 된다. 따라서 경제당국자들이 하는 말은 늘 일시적또는 제한적이란 단어를 선택한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현재로선 시장의 심리적 안정을 취해야 하므로, 속이 드러나는 거짓말(white lie)을 하는 당국자들을 위선이라 할 수는 없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농산물 가격과 고교 무상정책이야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공산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기조에 있다는 사실이다. 공업제품 가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6월과 7월에 0%였고, 8월과 9월에 -0.2%로 가라앉고 있다. 이는 제조업의 경기위축을 반영한다.

공산품 가격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둔화기조를 뚜렷하게 보이면서 판매 단가가 하락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디플레이션 징조를 막기 위해 통화 확장정책으로 전환하고 있고, 미국 Fed도 경기 둔화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의 위험은 이미 많은 연구가 되어 있다. 하지만 명확한 처방은 제시되지 않는 경제의 고질병이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은 디플레이션에서 시작되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물가가 하락하면 나중에 상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작용해 소비가 위축된다. 제조업의 이익이 줄어들어 도산이 늘어난다. 이 연쇄고리는 결국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저지해야 하지만, 일단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막아야 한다. 그 방법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제시하는 통화확장 정책이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어야 한다.

대재앙을 경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부와 한은 당국자들이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 못지 않게, 위험 징조가 나타날 때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더 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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