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의 수혜자는 경쟁시장 싱가포르
홍콩 사태의 수혜자는 경쟁시장 싱가포르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03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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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지난 8월까지 40억 달러 싱가포르 이전 분석…말레이시아도 기대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몇 달째 지속되면서 심각한 자본이탈(capital fligh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상업행위가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홍콩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개입설이 흘러나오고, 홍콩당국의 강경 진압이 전개되면서 홍콩인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궁리하고 있다.

홍콩은 영국이 만들어 놓은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다. 그 금융중심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홍콩 자본이 대거 이웃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8월에 4,328억 달러로로, 74,484억 달러에 비해 한달 사이에 무려 156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1997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이중 상당액이 해외로 자본이 이탈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여진다.

 

자료: TradingEconomics
자료: TradingEconomics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빠져나간 금액이 지난 8월까지 30~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금융당국은 8월에 현지 통화 잔액도 전달에 비해 1.6% 줄었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홍콩 통화의 순유출과 싱가포르 통화의 순유입이 확인되었다면서 이 통계는 9월에도 지속되었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는 아시아의 경쟁 금융도시인 싱가포르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홍콩만큼 시장이 개방된데다 같은 광동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홍콩인과 홍콩 자본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시위가 장기화하고, 혹여 중국이 무력으로 개입할 경우 대규모 자본이 싱가포르로 이탈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금 및 이민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레스퍼런스(David Lesperance)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이 이탈할 경우 최선의 목적지는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며, 홍콩인과 시가포르인들은 오랜 유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싱가포르는 경제가 안정되고 있고, 시장이 개방되어 있으며, 법률, 세금, 지리적 근접성 등에서 홍콩인과 자본이 이전학 최적지가 될 것이란 평가다.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 /위키피디아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 /위키피디아

 

홍콩자본이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웃 말레이시아가 홍콩자본 유입에 기대를 하고 있다.

일본 니케이 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부동산개발업체 KSK는 최근 홍콩인들이 말레이시아의 호화아파트 구입문의가 지난 4월 이래 10% 증가했다면서 사태 여하에 따라 홍콩인들의 아파트구매가 50% 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싱가포르에선 이미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말레이시아 아파트가 가격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아파트를 구매할 때 15~20%의 인지세를 물리기 때문에 부유한 홍콩인이 아니라면 구매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아파트 가격은 평방 피트당 2,500 달러인데 비해 말레이시아에서는 792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홍콩인과 홍콩자본의 이탈 조짐이 보이면서 태국, 필리핀은 물론 같은 한족인 대만인들도 홍콩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아랍계 알자지라 통신에 따르면, 홍콩사태가 격화되면서 홍콩인들이 말레이시아, 호주, 대만은 물론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 문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지난 1일 중국건국 국경절에 벌어진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경찰의 과잉대응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홍콩에서는 시위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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