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의 변형된 태극기…“제대로 된 국기 써라”
촛불집회의 변형된 태극기…“제대로 된 국기 써라”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0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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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는 국가 존엄성의 상징…좌파 태극기 오명 뒤집어 쓸수도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조국수호-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변형된 태극기가 등장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주최측은 태극문양이 그려진 피킷을 10만개를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시위에 동원된 피킷에는 앞면에 태극 문양이, 뒷면엔 태극기의 검곤감리 4괘가 따로따로 그려져 있다. 태극기 문양이 다섯으로 나눠진 것이다.

촛불 집회가 태극기 문양을 채택한 것은 보수집회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태극기를 되찾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김남국 변호사는 빼앗긴 태극기를 오늘 다시 되찾아 옵시다고 말했고, 서기호 변호사는 조국 사퇴를 외치는 가짜 태극기들을 몰아내고 우리가 진짜 태극기 부대라고 외치자고 말했다고 한다.

촛불 집회에 태극기를 흔드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좌든 우든,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태극기를 흔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5일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집회 /블로그 캡쳐
5일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집회 /블로그 캡쳐

 

하나, 이날 시위자들이 흔든 것은 변형되고 왜곡된 태극기란 사실이다. 촛불집회 주최측이 배포한 것은 태극 문양에 4괘를 그린 정식 태극기가 아니었다. 그들이 진짜 태극기를 배포하지 않고 가짜 태극기를 배포한 무엇일까.

혹자는 태극문양만 따로 그린 그림은 미국 펩시콜라의 과거 로고를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또다른 이는 일본 국기가 둥근 태양을 상징했는데, 건곤감리 4괘를 빼면 일본기와 모양새가 같다고도 했다. 누군가는 촛불집회의 태극기 문양 분리가 갈기갈기 찢겨진 나라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1992~2003년 사이에 사용된 펩시 글로벌 로고 /위키피디아
1992~2003년 사이에 사용된 펩시 글로벌 로고 /위키피디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흔든 기는 정식 태극기가 아니다. 그런 기를 걸 흔들고 태극기부대의 상징을 빼앗았다고 자축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의심스럽다. 집회의 한 연사는 태극기 부대를 태극기 모독단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 제대로 된 태극기를 사용하지 않고 모독 운운한다는 게 어불성설 아닌가.

촛불집회의 태극기 왜곡은 그들의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 태극기부대로부터 태극기의 상징을 뺏어오면 차라리 제대로 된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 자칫 지금의 분리된 태극기 문양을 들다간, 좌파 태극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수 있다.

 

나무에 걸린 태극기 /행정안전부
나무에 걸린 태극기 /행정안전부

 

태극기는 18829월 특명전권대신 겸 수신사로 일본으로 가던 박영효가 선상에서 태극 문양과 그 둘레에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를 그려 넣은 '태극·4괘 도안'의 기를 만들어 925일부터 사용한 것이 최초다. 박영효는 귀국해 이 사실을 보고했고, 고종은 다음 해인 188336일 왕명으로 이 '태극·4괘 도안''태극기'(太極旗)를 국기로 제정·공포했다.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르면, ‘태극기 문양중 태극과 괘는 이를 함께 또는 분리하여 각종 물품과 의식등에 활용할수 있다’(11)고 되어 있다. 따라서 촛불집회에서 사용한 태극과 4괘의 분리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 법에는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51),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기의 제작게양 및 관리 등에 있어서 국기의 존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52)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기의 존엄성을 헤아려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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