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싱이 결렬된 것은 김정은의 비현실적 기대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북한이 올해 말로 ‘시한’을 정하면서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통해 미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이 제안한 2주내는 아니겠지만, 연말 전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VOA가 전한 미국 인사들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①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북한 협상단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협상에 임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안’ 적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이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과의 합의를 열망하는 것으로 믿는 것 같다. 그런 판단이 지금의 교착 상태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묵인한 것이 실무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이 ICBM에 못 미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각종 도발을 해도 못 본척하겠다는 인상만 줬다.

하지만 김명길 대사가 회담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고한 것처럼,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실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핵 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중지가 유지될 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는 발언이 미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다. 북한은 핵과 ICBM 실험을 감행하면, 미국과의 대화가 완전히 끊길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지지를 못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②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김정은의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이번 실무협상의 결렬 이유라고 생각한다. 북한 협상팀은 미국 측에 양보를 요구하려고 회담에 임한 반면에 미국 협상팀은 ‘실무 협상’을 하기 위해 회담에 임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보다 더 절실하게 합의를 원하는 줄 알았던 김정은의 믿음은 오판이었다.

북한이 실무회담을 며칠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발사했을 때 이미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북한은 SLBM 실험을 통해 협박 외교와 미사일 기술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이어갈 것이다.“

 

③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이번 실무회담이 결렬된 것이 놀랍지 않다. 북한은 계속해서 실무협상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정상회담을 선호하고 있었다. 다만 놀라웠던 건 북한이 실무회담이 완전한 실패였다고 발표한 점이다. 상황을 극적으로 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협상이 끝난 뒤 미국을 비난한 성명서를 낭독한 것이 미리 계획됐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영변 핵 시설 폐기 제안을 이번에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도록 지시 받았을 것이다.“

 

④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주말 동안 협상의 진행 과정을 볼 때, 북한 협상팀이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미리 작정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미국의 제안을 듣기만 하고,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표명할 의도였을 것이다. 북한이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협상에 임했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이 얼마나 양보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법이다. 이 모든 과정이 북한의 전략에 포함된 것이다. 미사일 실험을 해도 미국과 한국이 항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