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맹 버린지 3일만에 터키 쿠르드 침공
미국이 동맹 버린지 3일만에 터키 쿠르드 침공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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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격퇴에 1만여명 피흘린 쿠르드족, 터키군에 대항…트럼프 코너에 몰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동맹을 저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군대를 빼겠다고 한지 3일만에 터키군이 시리아 쿠르드지역을 침공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 9일 터키군은 시리아 국경 쿠르드족 지역에 공습과 포격을 가한데 이어 지상군을 투입했다. 공식적으로는 시리아 침공이지만, 사실상은 쿠르드족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쿠르드족은 지난 4년간 미국과 동맹을 맺고 중동지방에 창궐한 수니파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인 IS를 격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쿠르드족은 11천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IS를 퇴치하는데 주력군으로 싸웠고, 밀어낸 지역에 독립국가를 세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등을 돌렸다. 트럼프는 이제 IS가 격퇴되었으니, 기나긴 전쟁에 미군이 더 이상 피를 흘릴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의 의중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에르도안은 이라크 북쪽에 쿠르드족 국가가 형성되면 자국내에 있는 쿠르드족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다. 차제에 이라크 쿠르드를 테러리스트라고 몰아붙이면서 침공할 이유를 찾은 것이다.

 

발단은 지난 6일 트럼프와 에르도안의 전화통화였다. 에르도안은 시리아 북부 쿠르드지역에 군사작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는 이를 묵인했다. 두 정상의 통화회담 이후 트럼프는 시리아 쿠르드지역에 남아있는 미군들을 철수하겠다고 트윗을 날렸다.

이라크 북부지역에는 최대 1,000명의 미군이 주둔했지만, 그동안 단계적으로 철수를 진행해왔고, 며칠 전까지는 50~100명만 남아 있었다. 터키가 시리아 북쪽 국경지대를 공격하지 못한 것도 이 소수의 미군 때문이었다. 터키의 에르도안은 이제 이라크 북부를 자기네들이 지켜줄 터이니 미군은 빠져달라고 트럼프에 사탕발림을 했고, 트럼프는 이에 속은 것이다.

미국은 결국 쿠르드족을 이용한 후 버리는 꼴이 되었다. 트럼프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 민주군(Syrian Democratic Forces)과 일절 협의도 하지 않았다. 곧바로 남아있던 미군은 철수했고, 3일만에 터키군이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시리아 내전 상황과 터키군 침공 /위키피디아
시리아 내전 상황과 터키군 침공 /위키피디아

 

터키군은 이번 공격에 미군의 정보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터키 공군은 북부 시리아 지역에서 미군이 제공하는 쿠르드족 민병대의 활동과 주요 무기의 이동상황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한다. 터키 폭격기가 정확하게 쿠르드 민병대의 주요 거점과 시설물에 폭격할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제공한 정보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터키군은 쿠르드지역 5군데를 폭격했는데, 이중 라스 알-아인(Ras al-Ain)과 텔 아브야드(Tel Abyad)는 쿠르드족의 거점이었다.

 

쿠르드족은 나라 없는 민족이다. 시리아북부, 이라크 서부, 터키 동부, 이란 서부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부터 나라를 잃었고, 중동 국가들이 독립을 하던 시절에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국가의 국경을 그을 때에도 배제되었다.

쿠르드족은 2015년 이슬람 급진세력인 IS가 준동하던 시절에 IS와 대항했고, 미국은 쿠르드족 민병대에게 무기와 물자를 지원하면서 동맹세력으로 끌어들였다. 미국은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쿠르드족을 앞세워 IS를 퇴치했다. 이제 IS는 거의 진압되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왜 남의 전쟁에 미군이 피를 흘리고 돈을 써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중동에서 전투와 치안 유지를 위해 8조 달러나 썼고, 우리 군인 수천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며 철군 이유를 정당화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인들에게는 지지를 받을지 모르지만, 동맹국들에게는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같은 공화당 소속 동료들에게서도 트럼프의 이라크 철군이 바판받고 있다. 트럼프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 대목에서 트럼프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인 쿠르드족을 무치(無恥)하게 버렸다면서 이는 IS를 다시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르드족 지역 /위키피디아
쿠르드족 지역 /위키피디아

 

쿠르드 민병대들은 IS 전선에 투입한 병력을 빼돌려 터키 국경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그들은 터키가 NATO 회원국이라는 사실에 상관 없이 투쟁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터키와 싸우는 명분은 시리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쿠르드족 자치 내지는 독립을 위해서다.

쿠르드 군대가 터키 국경 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공백지대에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대통령의 시리아 정부군이 밀려들 가능성이 있다. 아사드 정부는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결국 미국은 중동에서 쿠르드 동맹도 잃고, 러시아와 이란의 세력을 키우는 대참사를 격게 될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자 트럼프는 터키의 군사적전에 미국은 이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터키의 이 작전은 나쁜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군사적 공백이 생기면 곧바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게 영원한 동맹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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