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신라 항아리에 1500년전 기마행렬 그림이…
깨진 신라 항아리에 1500년전 기마행렬 그림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0.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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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 고분에서 기마·무용·수렵 등 표현한 신라 회화 사상 첫 행렬도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항아리에서 말 탄 사람과 춤추고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이 행진하는 그림이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단이 경주시 황오동 349-3 쪽샘 44호 고분을 발굴조사하던 중 깨진 항아리 조각에서 기마·무용·수렵을 표현한 사람들의 행렬도가 확인되었다.

행렬도가 새겨진 토기는 44호 호석(護石, 무덤 아랫돌) 북쪽에서 파손된 상태로 출토되었다. 전체 높이 약 40cm의 긴목항아리(장경호, 長頸壺)로 추정되며, 그릇 곳곳에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항아리의 문양 세부 내용 /문화재청
항아리의 문양 세부 내용 /문화재청

 

문양은 크게 4단으로 구성되었는데, 1단과 2, 4단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반복되어 있고 3단에는 다양한 인물(기마·무용·수렵)과 동물(사슴·멧돼지··)이 연속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을 세부적으로 보면, 말 탄 인물과 말들이 행렬하는 장면, 기마행렬을 따라가는 인물들이 무용하는 장면, 활 든 인물들이 동물들을 사냥하는 장면과 말 탄 주인공이 개(추정)와 함께 행렬하는 장면 등이 묘사되어 있다.

 

항아리의 문양 구성 /문화재청
항아리의 문양 구성 /문화재청

 

문양의 전체 구성으로 보아 행렬도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출토 정황상 제사용 토기로 제작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행렬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기마·무용·수렵을 묘사한 복합 문양은 현재까지 신라 회화에서 처음 확인된 사례다. 복식과 인물묘사, 동물묘사 등 내용 구성이 풍부하고 회화성이 우수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행렬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표현들이 고구려 고분벽화의 내용 구성과 유사해 신라와 고구려 사이의 대외관계 연구에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말 문양은 발형기대(그릇 받침대)의 다리 부분으로 추정되는 토기 조각 2점에서 확인되었다. 말이 새겨진 문양은 총 2개체로, 말 갈기, 발굽, 관절 뿐 아니라 갑옷을 입은 모습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되었다. 현재까지 발견된 토기에 새겨진 말 문양 중 회화 표현이 가장 우수한 사례로 보고 있다.

 

항아리 문양 세부 내용 /문화재청
항아리 문양 세부 내용 /문화재청
항아리 문양 세부 내용 /문화재청
항아리 문양 세부 내용 /문화재청

 

이외에도 44호 호석 주변에서 대호(大壺)를 포함한 다양한 기종의 제사 유물이 110여 점 출토되었다. 9점의 대호는 호석을 따라 일정 간격으로 배치되었고, 내부와 외부에서 굽다리접시(고배, 高杯), 뚜껑 접시(개배, 蓋杯), 토제악기(토제훈, 土製壎), 토제방울(토령, 土鈴) 등 소형 토기들이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시차를 두고 몇 회에 걸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굴로 적석목곽묘 호석 주변에서 이루어진 제사의 양상과 내용에 대한 양질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쪽샘 44호 적석목곽묘(돌무지덧널무덤) 발굴조사를 진행해왔다. 쪽샘은 샘물이 맑아 쪽빛을 띤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연구소는 44호의 발굴조사를 통해 신라 적석목곽묘 구조에 대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고고학적 조사 뿐 아니라 지질학·토목공학 등 학제 간 융복합 연구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쪽샘 고분에서 확인된 항아리 조각 /문화재청
쪽샘 고분에서 확인된 항아리 조각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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