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합의, 이중 국경의 또다른 문제 소지
브렉시트 합의, 이중 국경의 또다른 문제 소지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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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경 내에서 관세 물려…북아일랜드 소외감 커져, 의회통과 미지수

 

영국과 EU가 현지시간 17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은 영국 영토 내에 두 개의 국경을 그리는 것을 의미한다. 잉글랜드 섬과 아일랜드 섬에 하나의 국경을 긋고, 아일랜드 섬 내부에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또다른 국경을 그리는 내용이다. 결국 영연방을 구성하는 4개 주 가운데 북아일랜드가 경제특구의 형태로 분리되는 양상이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는 합의안 도출 이후 "우리는 훌륭한 새 합의를 체결했다"면서 "이제 의회는 토요일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의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연합당(DUP, Democratic Unionist Party)은 반대의사를 공식화해 새 합의안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의회 표결을 통과할지 미지수다.

 

영국과 EU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최대 난제는 북아일랜드 문제였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공화국과 육지로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오면 간세를 물리기 위해 국경선을 그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영국과 아일랜드는 1998년에 체결한 벨파스트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에서 국경을 허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새로운 국경을 만드는 것은 협정 위반이 된다.

영국과 EU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묘수는 두 개의 국경논리다. 잉글랜드 섬과 아일랜드 섬 사이 국경을 오가는 상품에 관세를 물리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무관세로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만일 잉글랜드 섬에서 북아일랜드로 간 상품이 아일랜드공화국으로 건너가지 않을 경우 관세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이런 조건의 합의안에 따라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물리적 국경선(hard border)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 벨파스트 협정도 위반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엔 아일랜드 섬에 경계선을 만들지 못하고 영국 국경 내에 보이지 않는 관세 라인을 긋게 된 것이다.

 

영국이 탈퇴한 EU /위키피디아
영국이 탈퇴한 EU /위키피디아

 

그 이전에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총리 때의 합의안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이후에 영국이 EU와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고 북아일랜드는 EU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따라서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대해 EU에 존속하는 반브렉시트 합의안이라 주장했고, 합의안은 몇차례에 걸쳐 의회에서 부결되었고, 메이 총리는 결국 사임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합의안도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법률상으로 북아일랜드를 영국 관세지역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북아일랜드를 거쳐 아일랜드공화국이나 잉글랜드 섬으로 오가는 상품에 대해 일일이 점검하기 힘들다. 밀수가 생길 소지가 발생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북아일랜드를 영국 경제권에서 분리해 특수구역으로 지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종의 경제특구 개념이지만, 영국과의 통합의 강조하는 북아일랜드인에게는 이런 특수성은 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 킬린(Killeen) 마을.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위키피디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 킬린(Killeen) 마을.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위키피디아.

 

이중 국경선은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시에서 경험한 바 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1980년에 농촌지역이었던 홍콩 북쪽 선전을 특구로 지정해 중국 본토와 홍콩 사이의 완충지대(buffer zone)을 만들었다. 초기에 선진시에는 홍콩을 건너가는 곳에도 철조망을 쳐 관세를 부과했고, 북쪽에 이선관(二線關, second line)이라는 철조망을 쳐 중국 대륙과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것을 통제했다. 중국 본토에서 육로로 홍콩으로 가려면 두 개의 철조망을 지나야 했다. 북쪽에 친 이선관은 2010년에 철거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도 중국 선전처럼 될 형국이다. 일반인이 항공 또는 선박으로 오가며 소지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국내 이동 물자에 대해 일일이 관세를 매긴다면 북아일랜드 지역 사업자들에게 큰 불편을 주게 된다.

또 농상품의 이동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 일반 상품은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지만, 농산품에는 원산지 표시를 하기 어렵다. , 감자 등의 교역에 밀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EU 회원국인 스웨덴과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국경에 설치된 세관 /위키피디아
EU 회원국인 스웨덴과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국경에 설치된 세관 /위키피디아

 

보리스 존슨 총리는 강경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정치인이다. 그도 테리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부정하며 급진적 브렉시트를 주장했지만, 오는 31일로 마감시한이 다가온 입장에서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합의안은 오히려 북아일랜드를 떼어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영국도 EU와 같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가 EU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웃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와 무역하는데 하등 어려움이 없다.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도 테리사 메이의 합의안을 반대했지만, 결국엔 따라가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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