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중국판 소득주도성장 실험…성장률 추락
실패한 중국판 소득주도성장 실험…성장률 추락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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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성장률 6%로 27년來 최저…선진국 수준 임금, 생산 소비 수출 동시 부진

 

중국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1년전 대비 6.0%에 그쳤다. 시장에서 기대한 6.1%도 따라잡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분기별 성장률 발표를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만에 최저의 기록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소비, 투자, 수출이 동시에 하락세를 보였다.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6.2%4분기 성적이 5%대로 떨어지면 연간목표치 6%를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연간 목표를 달성할지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국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입장에서 중국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게 큰 걱정거리다.

중국 GDP 성장률은 20181분기 6.8%에서 지속적으로 가라앉아 올해 1분기 6.4%, 2분기엔 6.2%였다. 4분기에 6%를 유지할 것인지를 관심 있게 지켜 보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6%대 성장률을 지키는 바오류’(保六)의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 목표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자료: Trading Economics
자료: Trading Economics

 

중국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는 원인은 무엇일까.

국내 언론들은 미중 무역전쟁을 우선으로 꼽는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중국 산업이 위축되고, 소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를 꺾어지게 한 근본적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고 금융부실이 누적되고 좀비(강시)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내재적 문제가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문제의 발원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정부가 근로자의 인건비를 올리면서 생겼다.

이미 지난해말부터 중국 경제에 이상현상이 생겼다. 지난해말 뉴욕타임스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고급 식당들이 12월 성수기에 텅비었고, 5성급 호텔들이 가격을 대폭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의 고급라운지에 손님이 없다로 보도한 바 있다. 한국보다 먼저 실시한 중국판 소득주도 경제가 내재적 모순으로 파열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 Trading Economics
자료: Trading Economics

 

10년전인 20088LG경제연구원의 썬쟈(沈佳)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임금 상승 세계 공장시대 막 내리나?”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에서 이 중국인 연구원은 중국 저임금 시대의 종언이 현실화되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생산기지를 아예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 과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렸던 봄날은 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 노동시장은 잇따른 파업 사태와 급격한 임금 인상이 진행되었다. 대만기업 폭스콘은 선전(深玔)공장의 연쇄 자살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 기업들의 노동 착취와 도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라, 급기야 기본급을 900위안 에서 2,000위안으로 두배 이상 올렸다. 일본 혼다차 포산(佛山)공장도 34% 인상안을 타결했다. 선두기업들의 가파른 임금 인상은 양떼 효과를 가져왔고, 그해 중국 14개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이 평균 20% 급등했다.

썬쟈 선임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아직은 중국 경제에 노동력 여력이 있지만,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줄어들어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197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Arthur Lewis)가 제시한 이론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하고 성장세가 꺾이는 개념을 말한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IMF를 비롯해 세계의 많은 연구기관은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지금 중국 경제가 루이스 전환점을 넘어서 성장세가 꺾이는 단계에 와 있다는 증거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덩샤오핑이 1970년대에 경제개발을 추진할 무렵 중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임금이었다. 1990년 중국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달러로 환산하면 37달러였고, 베트남은 54달러였다. 하지만 2016년엔 중국인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월 854달러로, 베트남의 201달러보다 4배 이상 비싸고, 멕시코의 384 달러보다 두배 이상이 된다.

20172월 미국의 CNBC중국산 제품은 더 이상 싸지 않다”('Made in China' isn't so cheap anymore)는 기사에서 중국의 제조업 인건비가 인도의 5배에 달하며, 유럽의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선진국 남아공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자료: Economic Intelligence Unit
자료: Economic Intelligence Unit

 

중국의 임금이 이처럼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중국판 소득주도성장의 탓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황경진 연구위원은 201711월에 발표한 ‘125개년 규획 시기 중국 최저임금인상 배경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중국정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고속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성장방식을 투자주도에서 소비주도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12·5 규획(2011~2015년 경제계획) 시기에 최저임금 기준을 연평균 13% 이상 인상해 평균임금을 4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리하여, 2015년의 경우 베이징시 평균임금은 33.24%, 텐진시 40.26%, 우루무치시 44.42% 각각 상승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LG경제연구원의 썬쟈 선임연구원 보고서로 되돌아 가면, 중국의 고임금 정책의 이념적 바탕은 함께 잘 살자는 균부론(均富論)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이 이념은 후진타오 정부 때 생성되어 시진핑 정부에서 악셀레이터가 가해진 것이다. 선쟈 연구원은 중국은 임금인상 물결왜곡된 임금 수준의 정상화 과정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로 정의하고,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졌지만 더 이상 이럴 수가 없다’,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경제발전의 성 과를 향유해야 한다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둔화시키고, 이웃 베트남이나 스리랑카, 인도로 공장을 옮겨 가게 하고 있다. 중국의 2018년 성장률은 공식적으로 6.5%인데, 베트남과 인도의 지난해 성장률은 7%를 넘어섰다. 중국에서 공장이 베트남과 인도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썬쟈 선임연구원이 10년전에 예측한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렸던 중국의 봄날이 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부문의 부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해 소비재 업종에 은행 대출을 확대했으며, 그 결과로 금융채무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소비가 둔화되면 금융부실도 커지게 된다.

올들어 전세계의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을 더 치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금융부문의 부실이 터지면 급격한 위기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영은행을 통해 금융부문의 부실을 틀어 막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업생산과 소비의 둔화는 장기적 추세로 나타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IMF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8%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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