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에 어머니를 그리워한 최인호 에세이
투병 중에 어머니를 그리워한 최인호 에세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0.20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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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천국에서 온 편지」…어머니와 아들로 맺은 42년을 회상한 글

 

최인호의 천국에서 온 편지는 작가가 몸에 이상을 발견하고 투병 중일 때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다. 스스로 죽음을 앞에 두고 최인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쓴 것 같다.

최인호는 2008년 침샘암이 발병해 5년간 투명생활을 하다 20139월에 68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했다. 죽음을 병마와 싸우면서 죽음을 직감한 작가에게 어머니가 가장 그리웠을 것이다. 천국에서 온 편지2010년에 출간되었다.

최인호의 어머니는 이른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남편의 영정 앞에서 자식들을 '애비 없는 자식으로 키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 약속을 지켰다. 여섯 형제를 키우면서 단 한 명도 낙오시키지 않고 대학까지 보냈다. 여섯 명의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동안 어머니는 '억척어멈''촌뜨기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인호는 어머니에게 그런 저항하기도 했다. 촌뜨기 어머니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어쩌다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선생님을 만날 때면 최인호는 창피하여 어머니를 만나지 않으려 몰리 숨어 다니곤 했었다. 어쩌다 친구들이 학교를 찾아온 어머니를 누구냐고 물으면 언제나 할머니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친구의 어머니가 예쁘고 아름답고, 움직일 때마다 향기로운 냄새까지 풍기는 신식 엄마들인데 최인호의 어머니는 촌뜨기였다.

최인호는 어머니를 무시하고 창피해 한 자신의 모습을 후회한다.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어머니가 병환으로 무너지고 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최인호 어머니의 편지 /춮판사
최인호 어머니의 편지 /춮판사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되는 어느날, 작가는 서랍을 뒤져 어머니의 편지 한통을 찾아 냈다. 그는 어머니가 쓴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다해 엄마에게로 시작되는 어머니의 편지는 위험하니 축대 밑에서 놀지 못하게 하고, 쇠철망의 구멍이 넓으니 조심하라는, 손녀 정원이에게 늘상 하고 있는 잔소리였다. 그는 30년전에 쓴 어머니의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영혼으로 어머니를 다시 느끼게 된다.

 

책표지 /출판사
책표지 /출판사

 

198711, 일본에 머물던 최인호는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급히 귀국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다. 그는 어머니와 아들로 맺은 42년간의 인연, 그동안 쌓아온 회상을 에세이로 담았다. 이미 어머니가 떠나고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들은 세상 곳곳, 물건 하나하나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순간마다 오랜 기억들을 소환한다.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어도 어머니와 함께한 기억 속에서 그는 청년이고, 소년이고, 갓난아기가 된다.

 

최인호는 후에 카톨릭 신자가 되었다. 에세이에는 하느님과 성경말씀, 신앙에 관한 얘기가 그득하다. 최인호 베드로는 "주님, 어머니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돌아가시게 해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그런 과정에서 최인호는 일찍이 과부가 되어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며 6남매를 키운 어머니를 나이든 아들의 입장에서 새롭게 기억하고 정리했다.

 

천국에서 온 편지는 살아있을 때에는 인식하지 못한 어머니의 숭고함을 돌아가신 후에 깨닫는 아들의 심정을 그렸다.

김수환 추기경과 최인호의 대화는 그런 깨달음의 전환을 설명한다.

최 베드로, 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 어딘지 아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머리에서 출발하여 가슴까지 오는 여행이지요. 불과 세뼘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오는 여행이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의 여행이지요.”

최인호는 수십년전의 어머니 편지를 꺼내들고 가장 먼 거리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어머닌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어요. 참으로 자식들을 위해 애쓰셨어요.”

미안해요 엄마. . . . . .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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