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1910)은 우리에게 유명한 영국인이다. 크림전쟁(1853∼1856) 기간에 이스탄불에서 야전병원장으로 일하며 간호사 직제 확립과 의료 보급 관리, 오수 처리 등 의료체계를 일신한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호학도들이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에 손에 촛불을 들고 가운을 입고 간호사로서의 직업윤리와 원칙을 담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나이팅게일은 의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나이팅게일 덕분에 영국군 사망자가 러시아나 프랑스에 비해 적었던 점은 전쟁 의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청소년시절부터 가난한 이웃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나이팅게일은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사를 읽은 뒤 간호학을 공부하고 전쟁터로 갔다. 나이팅게일은 전쟁 발발 이듬해 38명의 잉글랜드 성공회 수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야전 병원에서 초인간적인 활약을 보였다. 나이팅게일은 유능한 행정가요 협상가였다. 그녀는 관료주의에 물든 군 간부들을 설득했고, 병원에서 쓰는 물건들을 세심하게 조사했으며, 무질서한 병원에 규율을 세웠다. 환자의 사망률은 42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뚝 떨어졌다는 사실은 나이팅게일이 뛰어난 병원 행정가였음을 말해준다.

 

 

나이팅게일만 크림전쟁에서 활약하지는 않았다. 그의 명성에 묻혀 있는 또다른 간호사가 있다. 바로 메리 제인 시콜(Mary Jane Seacole, 1805 ~ 1881)이다. 어쩌면 나이팅게일보다 더 숭고하게 간호활동을 한 인물이었지만, 인종차별에 밀려 가려진 인물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인 아버지와 자메이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혼혈 물라토인(mulato)이었다. 아버지가 백인이었지만 그는 하층인 대우를 받았다. 자메이카에서 자라면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약초에 대한 지식과 전통 요법을 이용해 간호원을 운영하다가 크림 전쟁에 의료인들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간호사로 지원하기 위해 런던으로 갔다.

하지만 나이팅게일 간호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인종 차별을 이유로 그녀를 거부했고, 결국 그녀는 최전방에 가서 간호원을 차리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돈을 내면서 병사들을 위해 활동했다. 그녀는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쓸쓸하게 죽어갈 때 가족을 대신해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주었다. 시콜은 병사들로부터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리웠다. 전쟁이 끝나고 나이팅게일의 명성은 유명해졌지만, 그녀의 존재는 잊혀졌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간호를 받았던 병사들은 그녀를 기억했다. 병사들은 그녀가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지했고, 그 결과 그녀는 터키, 영국, 프랑스에서 훈장을 받게 된다.

전후에 런던에 돌아온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그 와중에도 1857년 7월에 200페이지나 되는 자서전을 저술했다. 영국에서 흑인이 쓴 최초의 자서전이었다.

1860년 카톨릭에 귀의해 자메이카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유명인이 되었지만, 경제적 곤궁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귀족들이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그녀는 1881년 5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죽은후 모든 사람들이 그를 잊었다. 2005년 어느날 우연히 액자속 그림을 보호하던 뒷면종이에서 초상화 한 장이 발견되었다. 그 초상화에는 시콜이 훈장을 탄 모습이 그려졌다. 이 초상화가 발견되면서 그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졌다. 초상화는 현재 런던에 있는 국립 초상화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1991년 자메이카 정부는 그녀에게 ‘Order of Merit’ 훈장을 주었고, 2004년 ‘위대한 흑인 영국시민’(greatest black Briton)으로 선정되었다. 2016년에는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 그녀의 동상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