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은 우리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은 우리의 이야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2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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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보통 여성을 정신질환 상황으로 모는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

 

주인공 김지영을 비롯해 가족 구성원, 남편, 시댁 시람들 모두가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들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소설보다는 차분함이 덜한 것 같다. 소설을 읽을 때의 잔잔함, 애잔함의 공감은 다소 약했지만, 설을 한번 읽은 이력 때문에 영상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는 의미를 한번 더 접근하는 기회가 되었다.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작가 조남주는 1978년 생이다. 작가는 자신보다 네 살 아래의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 여성이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배우는 교육, 직장생활의 편견, 가정주부로의 애환, 시댁으로부터의 부당한 요구를 그렸다.

김지영(정유미 분)은 대한민국 30대 중반여성의 대표적 인물이다. 김지영이 겪은 삶은 동시대 여성이 평균적으로 주입되고 사회적으로 강제당하는 모습의 대변인이다. 남편 대현(공유 분)도 성실한 남자다. 아내의 고민을 들어주고 가사를 분담하려는 나름의 노력, 아내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또다른 아픔을 겪는다. 남편도 또한 구조화된 사회의 틀 속에서 아내를 이해하려 한다.

소설의 극적 전환은 주인공 김지영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때론 어머니, 때론 할머니, 때론 직장 선배의 입으로 주변인들에게 말을 하도록 터치했다는 것이다. 현실의 상황을 대리인을 통해 표현하는 기법이 독특하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쏟았을 때 맘충이라 쑤근거리는 주변인들,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직장의 남성동료, 밤길에 뒤쫓아오는 남성의 추근거림에 대해 가부장적 말을 내뱉는 아버지, 남동생들을 돌보며 꿈을 포기한 어머니, 아들을 육아휴직시킨다고 나무라는 시어머니, 명절날 뒤늦게 나타난 시누이 등등. 이 모든 것들은 대한민국에서 볼수 있는 장면이며, 우리 사회가 빚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그 속에서 정신착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김지영은 도망칠래야 도망칠 곳이 없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소설과 영화는 1982년생 김지영이 다른 시대를 살은 어머니, 아버지, 시어머니, 비슷한 시대를 사는 남편, 시누이, 언니와 동생들에게서 느끼는 정신적 괴리를 드러낸다. 그 괴리가 다른 세계의 언어를 내뱉는 정신 착란으로 표현되지만, 두 세계는 다른 세계가 아니다. 현실의 세계에 순응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과, 그 현실을 부정하고 고치려는 또다른 목소리를 오버랩시킨 것이다.

이 작품이 젠더 갈등을 표현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이 시대의 양성 불균형과 차별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사실을 받아들이는 측과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논란이 있을 뿐이다. 작품이 젠더 편견의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수 있다. 혹여 김지영의 언니 은영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면 논란은 더 컸을 것이다.

무심코 툭 내뱉는 남성들, 그들이 어른이건 동료건, 어리건직접적으로 말하건, 간접적으로 말하건…… 김지영은 그 말에 상처를 입었다. 맘충이란 커피숍 남성의 말에, 치마가 짧다는 아버지의 말에, 여자가 벌면 얼마나 버냐는 시어머니의 말에 김지영은 정신적 질병을 앓게 되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살아야 하는 가족 관계, 직장, 사회에서 앓고 있는 아픔을 그린 소설이자 영화다. 소설과 영화라는 가상의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의 세계에서 우리의 이야기요, 남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속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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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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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속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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