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의 귀환…페론주의로 돌아선 아르헨티나
에비타의 귀환…페론주의로 돌아선 아르헨티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0.28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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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런 경제개혁보다 달콤한 포퓰리즘 선택…경제 위기 가능성 대두

 

크리스티나는 에비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녀는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지요. ()페론주의자가 실패한 곳에 크리스티나는 노동자계급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습니다.”

곤잘로 알데레테 파게스라는 아르헨티나인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다. 일요일인 27일에 실시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페론주의자이자 중도좌파연합의 알베르토 페르디난데스(Alberto Fernández) 후보가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대통령을 꺾고 당선되었다. 선거 결과에서 페르디난데스 후보는 48% 이상 지지를 얻어 40%를 얻은 마크리 현 대통령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페르디난데스는 1차 투표에서 45% 이상 득표했기 때문에 결선 없이 당선이 확정되었다.

외신들은 이번 선거에서 페르디난데스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요인으로 그의 부통령 후보인 크리스티나 페르디난데스(Cristina Fernández) 전 대통령을 꼽았다. 페르디난데스는 연초에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에 마크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지지율로 출발했으나, 지난 5월 전격적으로 크리스티나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하면서 지지율이 급등해 마크리를 이겼다. 이번 선거에서 적어도 당선인 지지율의 20% 이상이 크리스티나가 몰고온 표라고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관측했다.

크리스티나는 그의 남편 네스토르 키치너(Néstor Kirchner)2003~2007년에 대통령을 지낸후 심장병이 악화하면서 남편 대신에 대선 후보로 나서 2007~2015 사이에 대통령을 역임했다. 남편은 2010년 심장병으로 죽었다. 크리스티나는 대통령 재임시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남편과 자신이 대통령에 재직할 때 수석장관직을 맡았던 페르디난데스 후보가 제의한 러닝메이트를 받아 물었다.

 

에바 페론과 크리스티나 페르디난데스 /위키피디아
에바 페론과 크리스티나 페르디난데스 /위키피디아

 

아르헨티나의 이번 대선은 경제가 초점이었다. 대통령 당선인은 마크리 현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되돌릴 것이라고 공약했다. 특히 부통령 당선인 크리스티나는 재임 8년 동안에 포퓰리즘의 전형을 보였기 때문에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은 복지정책의 북귀를 바라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페론주의가 좋아서라기보다 마크리 현직대통령의 실패에 귀결된다. 페론주의를 선택한 아르헨티나인들은 잘 살게 해주겠다던 마크리가 지난 4년 오히려 고통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페론주의는 1940년데 후앙 페론(Juan Domingo Perón)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Eva Perón, 에비타)이 주창한 포퓰리즘이다. 경제정책은 노동자계급의 이익에 맞춰 실시하고,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세금은 노동자 복지에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페론주의는 남미에서 성행한 제3세계론, 종속이론과 맞물리면서 대세를 이루었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재정 파탄으로 귀결되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마크리의 경제정책 실패는 앞서 페론주의 정권이 초래한 외채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우파를 표방한 마크리 정부는 기업 중심주의와 외채 탕감에 주력하며 재정 건실화, 시장으로의 복귀를 추진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부부 대통령이 추진해온 복지주의에 젖어있던 아르헨티나 중산층들은 복지제도 삭감에 불만을 터트렸다. 재정건실화를 위해 보조금을 줄이자 전기요금이 마크리 4년동안 3~4배나 올랐다. 주택 보조금, 연금 등도 깎였다.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면서 실업률이 급증했다. 외채 탕감에 실패해 지난해 IMF에 손을 내밀어 차관을 들여왔다. IMF는 공짜로 돈을 주지 않았다. IMF 조건을 맞추려다 보니, 페소화가 하락하고, 페소화 하락을 저지하려다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정부를 싫어했다. 예전의 크리스티나 부부가 집권했을 때에는 보조금을 넉넉히 주었는데, 왜 지금 정부는 주지 않느냐는 것이 마크리 정권 몰락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하지만 제2의 에비타로 지칭되는 크리스티나의 등장이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선 현재 금리가 60%. 외국인 투자가들이 크리스티나의 인기가 높아지던 지난 8월 이후 페론주의자가 집권할 것에 대비해 돈을 빼내갔기 때문이다. 금리 60%를 붙여 준다해도 나가는 돈을 잡지 못했다.

외환보유액도 비상이다. 지난 8월 이후 중앙은행은 페소화 방어를 위해 21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현재 남아있는 보유액은 450억 달러 정도. 얼마나 버틸지는 누구도 장담할수 없다. 이마저 다 써버리면 결국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빚을 떼먹겠다는 것이다.

IMF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 5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줬다. 결론적으로 우파 정권 때 돈을 빌려 좌파 정권이 떼먹는 고질병이 되살아 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 페론주의자가 다시 등장했다.”고 헤드라인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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