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에 참석 도중에 만났다. 만남의 시간은 11분간이라고 한다. 영어로 통역했다는데, 통역시간을 빼면 두 정상의 대화시간은 5~6분에 불과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우리 언론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상이 만나면 한일문제가 해결되는양 관변 미디어들이 보도했지만, 아직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고, 만남의 시간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만큼 길지 않았다.
우선 두나라 발표에 뉘앙스의 차이가 보인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환담’이란 표현을 쓴데 비해 일본측에선 ‘대화’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측에서 정상 만남에 대한 기대가 컸음을 은연중 보여준 것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양 정상은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발혔다. 고 대변인의 방점은 고위급 회담이었다.
하지만 일본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은 브리핑에서 한국 발표에서 나온 고위급 협의에 대한 질문에 “아베 총리는 종래에 말해온 대로 외교당국간 협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얘기는 아예 없고, 고위급 회담도 우리측 희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를 푸는데 초조감을 보이고, 아베 정부가 오히려 느긋해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환담 말미에 아베 총리는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원칙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차관보 회동에서도 한국측의 초조감이 보였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데이비스 스텔웰 미국 국무부 차관보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5일에도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번에는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지속하도록 한국정부에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지소미아와 관련,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상황을 정리한다면 지소미아는 오는 22일 효력을 상실하는데, 이를 앞두고 미국은 한국 정부에 조약의 연장을 압박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한일문제를 풀기를 바라지만 일본이 호락호학 응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건드린 것이 오히려 악수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