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청계 고분군서 왜계 나무 빗 출토
남원 청계 고분군서 왜계 나무 빗 출토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1.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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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요이 시대 것과 유사, 가야계 토기와 함께 출토…고대 세력판도 파악에 도움될 듯

 

전라북도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에서 왜계 나무빗이 발굴되었다.

이 나무 빗(竪櫛, 수즐)은 묶은 머리를 고정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작은 빗으로, 호남지역 고총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전북 남원시 아영면 청계산 산 8-7번지에 소재하는 청계고분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물을 발굴했다.

이 가운데 나무 빗은 1호 돌덧널에서 다량의 아라가야계 및 대가야계 토기와 함께 땅 속에서 나왔다. 이 빗은 일본 야요이(彌生) 시대 고분에서 많이 확인되는 것과 유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김해, 고흥등 삼국시대 고분에서도 출토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유물로 보아 전북 남원지역이 고대에 가야와 왜,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관계를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발굴팀은 이 빗을 통해 남원 아영분지 일대 고대 정치조직의 실체와 변화상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았다.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 1호 돌덧널 출토 나무 빗(수즐) 편 /문화재청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 1호 돌덧널 출토 나무 빗(수즐) 편 /문화재청
일본 출토 나무 빗(수즐) /문화재청
일본 출토 나무 빗(수즐) /문화재청

 

이번에 발굴한 고분은 본래의 비탈면 지형을 `L`자형으로 깎아내고, 다시 성토하면서 평탄면을 만든 후에 되파거나 성토와 동시에 매장시설을 안치하여 조성되었다. 남쪽 비탈면 일부에서는 도랑(주구, 周溝)이 확인된다. 고분의 평면 형태는 타원형으로 추정되며, 고분 방향은 능선과 나란한 남북방향이다. 규모는 남아있는 봉분을 기준으로 길이 약 31m(도랑 포함 34m 내외), 너비 약 20m, 남아있는 높이는 5m 내외로 현재까지 발굴된 호남 지역 가야계 고총 중에서 가장 큰 크기다.

매장시설은 돌덧널(석곽, 石槨)로 총 3기가 ‘T’자형의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2호 돌덧널(5.4×1.6×1.3m)3호 돌덧널(5.8×0.7×1.1m)은 거의 동시에 봉분 성토와 함께 만들었다. 1호 돌덧널(5.7×1.15×1.65m)2호 돌덧널의 끝자락에 덧붙여 만들었다. 동쪽과 북쪽 비탈면에는 봉분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돌(즙석, 葺石)을 깔았다. 매장시설의 구조나 배치 양상으로 보아, 2호 돌덧널이 중심 시설(주곽)임을 알 수 있다.

3기의 돌덧널은 모두 도굴의 피해가 심했지만, 상당한 유물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2호 돌덧널에서는 수레바퀴 장식 토기조각을 비롯하여 중국자기 조각, 그릇받침(기대, 器臺)와 굽다리접시(고배, 高杯) 등 아라가야계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 수레바퀴 장식 토기는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유물로, 현재까지 전하는 유물로는 함안 말이산 4호와 전() 의령 대의면에서 나온 출토품이 있다.

 

청계 고분군 2호 돌덧널 출토 수레바퀴 장식 토기 /문화재청
청계 고분군 2호 돌덧널 출토 수레바퀴 장식 토기 /문화재청

 

수레바퀴 장식 토기(차륜 장식 토기, 車輪 粧飾 土器)는 호남에서는 최초로 발견한 사례로, 굽다리 접시 대각 위에 U자 모양으로 뿔잔 2개가 얹혀져있고 좌우에 흙으로 만든 수레바퀴가 부착된 아라가야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중앙부에서는 다량의 꺽쇠와 관못도 출토되었다. 3호 돌덧널은 규모와 위치로 보아 2호 돌덧널의 부장곽으로 추정되나, 아쉽게도 도굴로 인하여 동쪽 단벽에서 손잡이가 있는 뚜껑 1점만 출토되었다.

 

청계 고분군 1~2호 돌덧널 출토 그릇받침(기대) /문화재청
청계 고분군 1~2호 돌덧널 출토 그릇받침(기대) /문화재청
청계 고분군 1호 돌덧널 출토 굽다리접시(고배)와 뚜껑(개) /문화재청
청계 고분군 1호 돌덧널 출토 굽다리접시(고배)와 뚜껑(개) /문화재청

 

남원 청계리 고분군은 출토 유물로 보아 인근에 있는 남원 월산리 고분군이나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에 비해 빠른 5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고분의 축조기법이나 출토유물에서 토착적인 요소(성토와 매장시설의 동시 조성, 도랑의 확인)와 외래적인 요소(T자형의 돌넛덜의 배치, 아라가야·대가야·왜계·중국 유물)가 함께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당시 주변 지역과 활발한 대외교류를 통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한 운봉고원 고대 정치체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 1호 돌덧널 출토 철기 /문화재청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 1호 돌덧널 출토 철기 /문화재청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은 남원 아영분지 일대의 최대 고분군인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 남원 월산리 고분군(전라북도기념물 제138)을 내려다보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가야계 고분군이 밀집한 곳에 자리한 남원 청계리 고분군의 성격을 밝히고 보존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정밀발굴조사를 추진 중이다.

발굴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호남 지역에서 가장 이르고 규모가 가장 큰 고총의 구조와 축조 방법, 호남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을 비롯한 다수의 함안 아라가야계 토기, 호남 지역 가야 고총에서 최초로 확인된 왜계 나무 빗(수즐, 竪櫛) 등 남원 아영분지 일대 고대 정치조직의 실체와 변화상을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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