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전 북미 대륙 아가시 호수가 터지며 생긴 일
1만년전 북미 대륙 아가시 호수가 터지며 생긴 일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1.1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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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빙기에 빙하가 녹으며 생긴 호수…돌연 방류되면서 유럽에 혹한 초래

 

빙하기가 끝나고 BC 11,500년 전에 북미 대륙에 빙하가 녹은 물이 커다란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기후학자와 지질학자들은 이 호수의 이름은 아가시 호(Lake Agassiz)라고 부르는데, 미국 생물지리학자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 1807-1873)에서 따온 이름이다.

 

워런 업햄이 추정한 아가시 호수 /위키피디아
워런 업햄이 추정한 아가시 호수 /위키피디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화가 시작될 무렵에 북아메리카 캐나다와 미국 북부지역에는 로렌타이드 빙상(Laurentide Ice Sheet이 뒤덮고 있었다. 지구가 따듯해지면서 빙하는 서서히 북쪽으로 물러나고 방하에서 녹은 물이 얼음덩어리 끝자락에 호수를 이루었다.

지금부터 3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2만년의 긴 세월에 걸쳐 빙하에서 녹은 물이 흘러들어 아가시 호수가 점점 넓어졌다. 아가시 호는 BC 11,500년에 캐나다 매니토바, 온타리오, 서스캐치원과 미국의 미네소타, 노스다코타의 일부를 뒤덮었다.

지금의 오대호처럼 깊지는 않았지만, 그 면적은 44에 이르렀다. 한반도 4배 크기의 이 호수는 오대호를 현재 합친 것보다, 또 카스피해보다 넓었으며, 흑해 면적쯤 되었다고 한다. 당대로는 최대의 호수였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이 빙하호 아래에는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조개류들이 살고 있었다.

 

아가시 호수와 오대호 /네이쳐 캡쳐
아가시 호수와 오대호 /네이쳐 캡쳐

 

아가시 호와 오대호 사이에는 남쪽으로 뻗은 빙상 끝자락이 내려와 있어 오대호로 물이 흘러내려가는 것을 차단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아가시 호의 물이 불어 나는데다 오대호로 흘러드는 것을 가로막은 얼음 산이 북쪽으로 밀려났다.

어느 순간에 빙하 끝자락의 빙퇴석 사이에 조그마한 개울물이 생기면서 아가시 호의 물이 오대호의 가장 서쪽에 있는 슈피리어호로 흘러들었다. 점점 흐르는 물의 유출량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범람했다. 아가시 호에 갇혀 있던 빙하 물은 둑이 터진 듯 오대호를 거쳐 세인트루이스 강을 따라 래브라도 해로 사라졌다.

이 거대한 호수의 물이 모두 빠져나간 시간은 몇주일 또는 몇 개월에 불과했다고 한다. 물이 빠지고 난 자리에 캐나다 쪽에선 위니펙호(Lake Winnipeg), 매니토바호(Lake Manitoba), 위니페고시스호(Lake Winnipegosis)가 남았고, 미국과 캐나다 경계에 있는 여러 호수, 미국 미네소타주의 레드 레이크(Red Lake)가 형성되었다.

아가시 호의 물길을 막던 빙하의 둑이 무너진 시기는 언제일까. 학자들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만, 대략 1만년전쯤으로 본다.

 

거대한 담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지구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해수면이 0.8~2.8상승했다고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지구 기상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고고인류학자 브라언 페이건(Brian Pagan)은 저서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몇개월 동안 민물이 래브라도 해로 방출되었다. 아가시 호의 녹은 물은 염분 농도가 짙은 멕시코 만류의 순환을 돌연히 멈추게 했다.”

온난한 멕시코 만류는 대서양을 따라 북상해 유럽을 따듯하게 했다. 그런데 멕시코 만류의 순환이 막히면서 불과 몇세대만에 유럽의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고, 스칸디니비아 빙상이 다시 남하했다. 유럽에는 극심한 추위가 들이 닥쳤다.

이 추위는 1천년 간 지속되었는데, 기후학자들은 이를 영거 드리아스기(Younger Dryas stadial)라고 한다. 당시 북극에 피었던 작은 꽃에서 딴 이름인데, 침전물에 꽃가루가 많이 남아 있다.

극적인 기후 변동은 유럽 진지역으로 퍼져갔다. 네덜란드의 겨울 기온은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 갔고, 여름엔 평균 13~14도에 머물렀다. 혹독한 겨울 폭풍이 유럽을 휩쓸었다.

이 추위는 1천년간 지속되었다고 한다. 그런 후에 멕시코 만류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유럽에 온난화가 재개되었다.

유럽지역에 다시 빙하로 뒤덮이자 중동지역과 터키 지역에는 차가운 역선풍이 불어 1천년 동안 길고 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트래버스 갭의 호수들 /위키피디아
미국 미네소타주의 트래버스 갭의 호수들 /위키피디아

 

한편 아가시 호에 갇혔던 민물의 일부가 미시시피 강 상류로 흘러 멕시코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 물길은 현재 미네소타와 사우스다코타 사이의 트래버스 갭(Traverse Gap)이라는 협곡지대로 남아 있고, 그 협곡에 미시시피 상류인 미네소타강이 흐르고 있다.

아가시 호수의 존재는 1823년 미국 지질학자 윌리엄 키팅(William H. Keating)에 의해 제기되었고, 1879년 미국의 또다른 지질학자 워런 업햄(Warren Upham)이 그 사실을 확인하면서 루이 아가시의 이름을 따 아가시 호수라 이름지었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지대에 남은 아가시 호수의 흔적 /위키피디아
캐나다와 미국 국경지대에 남은 아가시 호수의 흔적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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