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기 꺾는 양벌 조항…“과도한 규정 정비해야”
기업인 사기 꺾는 양벌 조항…“과도한 규정 정비해야”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1.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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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조사에서 CEO 형사처벌 조항 2,205개로 20년 사이에 42% 증가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교도소가 바로 옆에 있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무슨 법이 그렇게 많은지, 툭하면 딱지가 날아오고 노동청에 불려가고 환경청에 불려간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인들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된다.

한경연이 2019년 기준 285개 경제법령을 전수조사해 본 결과, 형사처벌 항목이 2,65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년 전인 1999년 법령과 비교하면 42%나 증가했다.

2019년 기준으로 2,657개 형사처벌 항목 중 기업과 기업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항목이 2,205개로 전체 항목의 83%, 징역 등 구속형이 2,288개로 89%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회 기재위, 환노위, 법사위, 산자위, 정무위 등 5개 경제 상임위 소속, 11개 부처 소관 법령을 대상으로 했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문제는 종업원의 과실로 범죄가 구성되거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도 CEO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법령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에는 종업원의 연장근로나 임산부 보호위반(110) 또는 성차별(114) 등은 대표이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위법행위인데, 이 경우에도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행위를 한 직원 선에서 책임이 끝나야 한다.

대표이사가 전지전능하지 않고서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질수는 없다. 자신도 모르는 일이 발생해 양벌규정의 조항으로 실형을 사는 경우도 많다. 한경련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A사의 전직 임원 2명이 지위 남용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형을 받았는데, 회사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 사이에 징역 또는 벌금 처벌 강도가 강화되었다. 징역 또는 벌금형의 경우 20년전 평균 징역 2.77년에서 현재 3년으로, 벌금은 3,524만원에서 5,230만원으로 각각 8.3%, 48.4%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이와 별도의 자료에서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위반 관련 벌칙 수준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30-50클럽 국가들(1인당 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 나라)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저임금을 위반했을 때의 징역형은 30-50클럽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에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즘 승진하는 것은 좋지만 대표이사만은 맡지 않는다는 세태가 기업계에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대표이사는 살얼음판 위를 걸으면서 경영을 하게 된다.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방향을 정하기보다는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소환 통보와 직원들의 민원을 처리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기업에게 혁신경영을 주문하고 규제개혁을 강조한다. 규제개혁도 좋고 혁신도 좋지만 기업인들에 대한 과도한 형벌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사업 의욕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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