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와 방위비 분담 증액의 함수관계
지소미아 종료와 방위비 분담 증액의 함수관계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1.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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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나가자니 미국 압박 거세고, 철회하자니 정부가 타격받고…국민만 불안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협정, 즉 지소미아(GSOMIA)는 한미동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앙숙 관계인 두 우방국가를 달래서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협정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는 일본과의 지소미아 종료와 한미 동맹을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북한에 관한 정보는 한국 정보기관이 수집한 자체 정보와 미국의 정보가 더해져서 종합된다. 일본과의 정보 교류가 중단되면 한국은 미국 정보에 더 의존하게 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5일 입국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에스퍼에게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만났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회의 종료후 한국 기자들 앞에서 지소미아는 유지되어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에스퍼는 한국 국방장관을 옆에 두고 "지소미아 같은 경우 전시 상황을 생각했을 때 한미일이 효과적, 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중요하다면서 "지소미아의 만료나 한일관계의 계속된 갈등 경색으로부터 득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미국은 한국정부에 주한미군 비용으로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비용보다 5배나 된다. 미국이 이처럼 많은 비용을 내라는 것은 한국이 미군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국만의 정보로는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 실험의 구체적 사항을 파악하기 힘들므로, 돈을 더 내고 정보를 얻고, 미군에 의존하라는 얘기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은 230시다. 1주일 남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한국의 댓가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한미간 협상은 9월 서울에서 10월 하와이에서 한 차례씩 열렸지만,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 나라 사이에 희망 액수의 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파기 시한을 앞두고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측 압박이 거세다.

지난 5~7일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과 정무 담당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가 방문한데 이어 드하트 방위비 대표도 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에스퍼 국방장관까지 연달아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지소미아 연장과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할 때 굉장히 어렵게 결정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면서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도 피치 못하게 지소미아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관계에 아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작정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한다면, 이는 당시의 결정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고민정 대변인의 말을 뒤집으면,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 일본이 화들짝 놀라 경제압력을 번복할줄 알았다. 미국도 혈맹이니 동맹이니 하면서 일본을 압박할줄 알았다.

하지만 거꾸로다.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미국은 오히려 미군 분담금을 올리라고 한다. 정부는 신중하게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신중치 않은 결정이었음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소속 의원 47명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를 심각한 협박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 의원의 성명은 “(미국이) 협박하면, 갈 테면 가라는 자세로 자주국방의 태세를 확립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지소미아와 미군 분담금은 따로 떨어진 사안이 아니다.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미국은 분담금 요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제 지소미아를 뒤집는 것도 쉽지 않다. 지소미아를 연장하게 되면, 고민정 대변인의 말대로라면 정부가 신중치 않게 종료를 결정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고, 일본에 굴복하는 모양이 된다. 그렇다고 미국 정보에 기대자니 돈을 더 내야 한다. 여권 의원들의 주장처럼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자주국방 태세를 강화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대결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국방부를 믿을수 있나. 결국 불안한 것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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