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문명] 강 줄기 변화로 몰락한 인더스 문명
[물과 문명] 강 줄기 변화로 몰락한 인더스 문명
  • 아틀라스
  • 승인 2019.04.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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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에 2천년 앞선 수리 사회…기후 변화로 경작지 폐허화, 도시 쇠퇴

 

1922년 영국인 식민자들이 지금의 파키스탄 인더스강 유역에 철도를 건설하다가 우연히 고대의 벽돌을 발견했다. 그 이전까지는 인더스강에 고대 문명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인 고고학자 존 마셜(John Marshall)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이것이 모헨조다로(Mohenjo Daro) 유적이다. BC 4000년경에 시작되어 BC 2500~1800년경에 전성기를 누렸을 것으로 보이는 이 유적지엔 인구 3~5만명의 주민이 살았던 거대도시가 진흙 밑에 수세기 동안 파묻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헨조다로는 메소포타미아의 도시만큼이나 컸으며, 사각형 격자 모양의 도시계획에 방어용으로 조성한 성소(聖所)를 갖추고 있었다.

발굴자들은 이어 아라비아해 연안에서 10여개의 도시들을 찾아냈고, 펀잡 지방에 말라버린 인더스강 지류에서 두 번째로 큰 하라파(Harappa) 유적지를 발견했다. 또한 큰 고대 항구도시도 발견했다. 인더스 문명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번성했던 것이다.

 

모헨조다로 유적지 /위키피디아
모헨조다로 유적지 /위키피디아

 

지금까지 발굴된 규모는 전체 유적의 10%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인더스 문명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문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는데, 아직도 해독되지 않고 있다. 그 뒤를 이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와도 체계가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더스 문명이 물을 이용할줄 아는 수리(水理) 사회였다는 사실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내부에 밀과 보리를 저장하는 거대한 곡물창고가 존재한다. 풍토평 말라리아의 은적은 모기의 존재를 입증하고, 모기는 관개수로에 서식했음을 보여준다. 물품을 보면 바다를 통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교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인더스의 수리 시설은 고대 로마보다 2000년 앞서고, 위생 면에서 19세기보다 4000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헨조다로의 공동 목욕탕은 오늘날의 수영장만한 크기로, 힌두식 의례용 또는 로마식 사교모임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 전체가 하수 네트워크로 연결되었고, 많은 집에 우물물이 있었다. 물을 공급하고 배출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다.

 

모헨조다로 유적지의 공중목욕탕 /위키피디아
모헨조다로 유적지의 공중목욕탕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 거대한 문명은 BC 1700년대에 갑자기 사라져 잊혀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추측되는 것은 후에 인도의 지배층이 된 아리안 기마민족이 침입해 멸망시켰다는 설이다. 아리아족은 후에 베다힌두 문화를 건설한다.

두 번째 논거는 급작스런 물길의 변화다. 인더스강의 수원(水源)은 힌두쿠시의 눈 녹은 물과 몬순 기후에 따른 계절적 강우이다. 인더스 강의 흐름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몬순성 강우다. 우기에 강우량이 많을 경우 강물이 평야에 범람해 토사가 빠른 속도로 쌓이고, 물길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물길이 바뀌면 바뀌기 전의 강가에서 조성된 도시가 수리적 취약성으로 몰락하게 된다.

고고학자들은 BC 2000년 경에 인더스강이 거대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았다. 인더스 유적지 주변엔 무수히 많은 메마른 강 바닥이 드러나 있는 게 이를 입증한다. 강 줄기가 흐름을 바꾸고 그 결과 도시는 경지를 포기해야 했다.

모헨조다로는 적어도 세 번에 걸쳐 재건되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홍수와 가뭄, 관계의 결과로 나타나는 염분화, 지하수면의 상승등이 인더스 문명을 붕괴시키고 인구감소와 이주를 강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의한 폐허는 요르단의 페트라(Petra)에서 드러난다. 고대 페트라는 사막지대에 우기에만 흐르는 와디(wadi)에 농사를 짓고 대상 무역에 의존했는데, 서기 363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수로가 붕괴되고 물관리 시스템이 와해되면서 몰락했다.

 

고대 인더스 문명 발굴지 /위키피디아
고대 인더스 문명 발굴지 /위키피디아

 

인더스 문명이 몰락한 이후 새로운 문명은 천년 뒤 동쪽의 갠지스강 유역에서 나타났다. 갠지스 유역은 무성한 숲과 몬순성 강우로 인해 인더스강보다 몇배나 많은 수량을 갖고 있다. 철기시대에 접어들면서 철제 도끼로 밀림을 제거하고 대규모 벼 경작을 하면서 갠지스 문명이 인더스 문명을 대신하게 된다.

이 갠지스 강 유역에서 찬드라 굽타라는 영웅이 나타나 인도 역사에 최초의 제국인 마우리아 왕조가 나타나 BC 320~200년 사이에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모헨조다로 유적지의 우물. 홍수가 나면서 우물의 높이가 높아졌다. /위키피디아
모헨조다로 유적지의 우물. 홍수가 나면서 우물의 높이가 높아졌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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