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향원정 온돌에 굴뚝이 없는 까닭은?
경복궁 향원정 온돌에 굴뚝이 없는 까닭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1.20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화문화재연구소, 온돌유구 확인, 침하원인도 규명…외부로 연기 빼내는 구조

 

경복궁 북쪽 후원에는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향원정(香遠亭)이라는 육각형 2층 정자가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을 가진 이 정자는 조선 역대 임금들이 휴식을 취하고 놀고, 자던 궁궐내 별장이었다. 보물 176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정자는 다른 정자와 달리 바닥 아래에 온돌이 깔려 있는 독특한 구조다. 추운 겨울에도 왕실 가족들이 이곳에 와 지낼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향원정이 온돌 구조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풍동 실험이나 연막 실험으로 연기가 나가는 배연구를 찾을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향원정이 침하하고 건축물에 기울어짐과 뒤틀림 현상이 발생하자 해체보수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자를 뜯어내면서 향원정의 온돌구조가 확인되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용역을 줘 지난 9월부터 향원정의 온돌 형태와 연도(煙道) 등을 확인하기 위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향원정의 독특한 온돌구조와 건물의 침하원인을 밝혀냈다고 20일 밝혔다.

 

경복궁 향원정 /문화재청
경복궁 향원정 /문화재청

 

발굴조사 결과, 온돌바닥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주요시설인 구들장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고래둑, 개자리, 연도(煙道)는 확인되었다. 방은 건물 기단 안으로 기와를 깨서 넓게 펴고 그 위로 석회가 섞인 점토를 다지는 것을 교차로 반복해 기초를 조성했다. 그 기초 바깥으로 방고래와 개자리를 두르고 있었다.

온돌구조는 일반적으로 방바닥 전체에 여러 줄의 고래를 놓아 방 전체를 데우는 방식인데, 향원정 온돌구조는 방 가장자리에만 난방이 되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취했다.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연도는 향원정의 외부 기단하부를 통과해 섬의 동북쪽 호안석축(護岸石築) 방향으로 연장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양상으로 미루어 보아 아궁이에서 피워진 연기는 별도의 굴뚝을 통과하지 않고 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향원정 온돌 발굴조사 /문화재청
향원정 온돌 발굴조사 /문화재청

 

또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초석(楚石, 주춧돌)에 대한 조사 결과, 초석을 받치고 있던 초반석에 균열이 발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 초석의 침하현상이 건물 기울어짐의 주요 원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미제로 남아있던 향원정의 독특한 온돌구조와 향원정의 안전을 위협했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게 되었다.

 

향원정 아궁이 /문화재청
향원정 아궁이 /문화재청
향원정 배연구 입구 /문화재청
향원정 배연구 입구 /문화재청

 

향원정은 세조실록에도 등장하는데, 현재 정자는 경복궁 중건시기인 고종 4~10(1867~1873)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향원정은 해방 이후 몇 차례 보수를 거쳤지만 계속해서 기울어짐과 뒤틀림 현상이 발생되어 해체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 201811월부터 해체보수 공사를 시작했으며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발굴조사도 진행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