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발전시킨 현대 마천루 세계
엘리베이터가 발전시킨 현대 마천루 세계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1.21 17: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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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도르레 사용…오티스에 의해 안전개념 도입, 국내선 조선은행 첫도입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의 현대인들을 상상해 보자. 숨을 헐떡거리며 수십층 아파트를 올라가야 한다. 고층 빌딩 숲에 있는 직장을 오가는 것도 고역이다. 에스컬레이터도 엘리베이터의 일종이므로, 지하철에서 내려 다리가 퍽퍽 하도록 올라가야 한다. 거의 매일 높은 산을 두어번쯤 오르고 내리는 행군의 연속일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고층아파트와 마천루는 없었을 것이다. 용적률을 높일수 없기 때문에 도시의 팽창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엘리베이터를 더 많이 이용한다. 적어도 하루에 10억 명 이상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72시간마다 전 세계 인구를 실어 나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엘리베이터의 역사는 고대부터 시작된다. BC 236년경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 폴리오그리스(Marcus Vitruvius Pollio)라는 로마의 엔지니어는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287 BC~212 BC)가 발견한 도르레의 원리를 이용해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제작했다고 한다. 로마시대엔 콜로세움 경기장 안에 검투사나 동물들을 들여보낼 때에도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

이슬람의 지배를 받던 스페인에서도 서기 1000년경 물건을 올리는데 사용하는 엘리베이터가 고안되기도 했다. 1743년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베리사이유궁에 애인들을 위해 나르는 의자’'(flying chair)를 설치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가 본격적으로 활용된 시기는 산업혁명 이후였다. 19세기 영국에서 채굴한 석탄과 철광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르레를 이용해 엘리베이터가 사용되었다.

 

중세 1405년 독일 엔지니어 Konrad Kyeser가 고안한 엘리베이터 개념 /위키피디아
중세 1405년 독일 엔지니어 Konrad Kyeser가 고안한 엘리베이터 개념 /위키피디아

 

산업혁명기에 산업용 엘리베이터가 개발되었다. 증기가 동력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줄이 끊어져 추락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 난제를 해결한 것이 미국 버몬트 출신의 엘리샤 오티스(Elisha Otis, 1811~1861). 오티스는 1851년 어느 날, 제재소를 침대 프레임 제조공장으로 개조하면서 고민에 빠진다. 무거운 설비를 쉽고 안전하게 공장 3층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 생각 끝에 오티스는 무릎을 쳤다. 설비를 위로 올리다가 줄이 끊어지면 안전장치가 튀어나와 톱니에 걸리게 하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한 것이다. 추락 방지 안전장치가 핵심이었다. 이 장치는 안전을 고려하면서 생긴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오티스는 185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자신이 개발한 엘리베이터를 직접 시연을 했다. 박람회장 한가운데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자신이 엘리베이터를 탄 뒤 관람객들 앞에서 줄을 끊어도 엘리베이터가 추락하지 않고 그대로 정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한번의 시연으로 오티스의 엘리베이터는 유명세를 탔고, 1857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도자기 상점인 하우워트 5층 건물에 세계 최초의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이것이 지금도 유명한 오티스 기업역사의 시작이다.

 

1854년 엘리베이터 안전성을 시험하는 엘리샤 오티스 /위키피디아
1854년 엘리베이터 안전성을 시험하는 엘리샤 오티스 /위키피디아

 

1864년 런던에서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갖춘 그로브너(Grosvenor) 호텔이 등장했다.

1880년에는 독일의 베르너 존 지멘스(Werner von Siemens)가 최초의 전기 엘리베이터를 개발한다. 기어 박스에 부착된 도르래(Driver Sheave)에 강철 로프를 걸쳐서 구동되는 전기 모터 형식의 엘리베이터는 분당 150미터까지 작동 시킬 수 있다.

철강기술의 발전이 엘리베이터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후 기어가 없는 견인식 엘리베이터가 나오면서 엘리베이터의 분당 속도는 600미터에 달할 정도로 민첩해 졌다.

초기의 엘리베이터는 종업원이나 사용자가 수동으로 조종했다. 그러다가 대기 중인 사람들에게 엘리베이터가 보내지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건물이 높아지면서 엘리베이터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1924년 베스닌 형제(Versnin Brothers)는 프라우다 타워 계획안에서 처음으로 제안했다. 최초의 유리 엘리베이터가 캘리포니아주 샌디아고에 있는 엘 코르테즈 호텔 내부에 설치되었다. 건물의 붕괴를 우려한 조치였다. 이후 건물 외벽을 오르내리는 유리 엘리베이터가 나오고 백화점과 같은 건물에 폭넓게 사용되었다.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런던 로이드 빌딩의 유리 엘리베이터는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1931년 뉴욕 맨해튼에 102층짜리 초대형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도 67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초고층의 엘리베이터는 뉴욕을 인구 1천만이 넘는 초거대 도시로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는 고층건물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펜트하우스의 환상을 준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세계 초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에는 57개의 엘리베이터가 초속 10미터로 운행 되고 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타이틀을 보유했던 쿠알라룸푸르 소재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복잡하게 설계된 오티스 엘리베이터에 의해 기능한다. 그 중 다수가 홀수와 짝수 층에 동시에 정차하는 2층 높이의 더블 데커방식 엘리베이터다.

1967년 존 포드만이 설계한 애틀란타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는 회전식 옥상 레스토랑까지 올라가는 유리 캡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유리 엘리베이터는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엘리베이터는 컴퓨터 디스패칭 시스템에 의해 최다 운행 유형을 학습하고 운행량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운영을 조절하는 첨단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정해진 구간에 각 층마다 서는 로컬엘리베이터를 결합시키는 방식이다.

스카이 로비의 방식도 있다. 100층짜리 건물인 시카고 소재 존 핸콕 센터에 처음으로 도입 되었다. 44층에 위치한 이 공중 로비는 상부 주거 층의 편의를 위해 헬스와 레저, 교육시설 등을 제공했다.

 

엘리베이터 도르레 /위키피디아
엘리베이터 도르레 /위키피디아

 

우리 역사에는 조선 정조때 다산 정약용이 거중기를 개발했는데 수원 화성을 지을 때 거중기에 40근의 힘을 가해 25천근을 들어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국의 승강기 역사는 100년을 넘었다. 국내 최초의 승강기는 1910년 조선은행(현 화폐금융박물관)에 설치된 화폐 운반용 엘리베이터다.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1914년 철도호텔(현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처음으로 운행됐다. 1937년에는 화신백화점에 국내 첫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고 1945년에는 서울승강기공업사(현 한국승강기주식회사)란 국내 첫 승강기회사도 설립됐다.

1984년 당시 국내 최고층이었던 63빌딩에는 국내 최초로 분속 540의 초고속 승강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승강기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계기는 1987년에 발표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었다.

국내 승강기는 199510만대, 200840만대를 돌파했다. 2014225일 고양시 명지병원에는 국내 50만 번째 승강기가 설치됐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승강기는 현재 50~60만 여대를 넘나든다. 인구 100명당 1대꼴이며, 승강기 보유대수로는 세계 8위다. 연간 새 승강기 설치 증가폭은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다.

 

오래된 아파트의 승강기에서 간혹 벌어지는 안전사고는 공포감을 갖게 한다. 승강기 급증세에 힘입어 승강기산업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경남 거창에 승강기대학교와 관련 특화산업단지인 승강기 밸리까지 생겼다. 20144월에는 안전행정부 승강기안전과도 신설됐다.

이처럼 시장성이 넓은 한국에서는 지금, 한국 토종 승강기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서 전세계 유명 엘리베이터 업계가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대명사 오티스, 독일의 대표적인 철강기업 티센크루프, 일본 미쓰비시 등 승강기 제조업체들은 2년에 1번씩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에 참가해 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탑재한 엘리베이터를 선보인다.

 

엘리베이터의 가장 중요한 장치는 안전이다. 3만여 개 부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해야 안전할 수 있다. 그만큼 엘리베이터의 안전장치 기술개발은 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된다.

현재 세계의 도시화율은 약 50%. 2050년이면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고 한다.

갈수록 도시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엘리베이터 발전여부에 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리베이터 입구 /위키피디아
엘리베이터 입구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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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섭 2021-12-27 00:34:10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