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으로 아라가야 토기 내부 확인했더니…
방사선으로 아라가야 토기 내부 확인했더니…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1.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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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CT로 토기 제작기술 규명…바닥 먼저 만들고 몸체 붙였다, 손 누름 흔적도 발견

 

토기와 같이 빈 공간이 있는 고대 유물은 내부를 관찰하기 어렵다. 소형 카메라를 활용해도 정확하게 재질을 파악하기 어렵고, 자칫 실수라도 하면 유물을 손상시킬 우려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토기 등에 방사선을 쪼여 내부를 들여다 보는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문화재 내부 구조를 3차원 형태로 파악하는 엑스선컴퓨터단층촬영(X-CT)을 통해 함안 말이산 고분군 45호분에서 출토된 사슴모양뿔잔을 비롯한 총 4점의 상형토기의 제작 기술을 확인했다. 이 방법으로 조사한 대상은 사슴모양뿔잔, 집모양토기, 배모양토기, 등잔모양토기 등 아라가야 토기 4점이다.

 

X-선 비파괴조사를 통해 사슴모양뿔잔 상형토기를 보니, 원통형의 뿔잔, 몸체 상부와 하부, 굽다리의 각 부분이 4개의 개별부분으로 만들어졌고, 표면은 매끄럽게 다듬어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특히, 몸체 기벽의 횡단면(가로질러 자른 면) 단층을 통해서 뿔잔이 몸체의 윗부분인 상부,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로 이어진 몸체의 바닥부분인 하부로 구분되어 있고, 기벽의 내부에는 바탕흙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한 손 누름의 흔적이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머리에서 목까지의 내부는 바탕흙으로 메워져 빈공간이 없으나, 원통형 뿔잔과 연결된 내부는 액체 등을 채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형태로 보아 상형 토기 성형 과정이 사슴 형상의 머리를 지탱할 수 있도록 몸체의 바닥 부분을 먼저 만들고 원통형 뿔잔과 연결된 몸체 상부를 붙여 몸체를 완성하고 굽다리 받침을 연결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본래의 사슴모양뿔잔 상형토기(왼쪽), X-선 투시로 본 단면(오른쪽) /문화재청
본래의 사슴모양뿔잔 상형토기(왼쪽), X-선 투시로 본 단면(오른쪽) /문화재청

 

X-CT는 조사 대상을 360도로 돌면서 투과된 X선의 단층 이미지 정보를 컴퓨터로 재구성한 3차원 형상 데이터로, 주로 의료, 자동차와 전자 산업, 과학 분야 등에서 비파괴 조사·분석에 이용되는 기술이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내부 구조의 복잡한 형태를 자르거나 추출하는 시각화를 통해 유물을 보다 직관적으로 조사·분석하는데 쓰이며, 특히, 토기의 경우, 토기 기벽(器壁) 성형, 바탕흙(태토, 胎土)의 분포 등 다양한 제작 방법을 조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사용된 장비는 센터가 보유한 4마이크로미터() 초점 크기(Focal Spot Size)의 고분해능 X-선 미세 단층 촬영 장비로, 12~20의 크기까지 조사가 가능하며 2009년부터 문화재 비파괴 진단에 투입되었다. 최근에는 백제 익산 쌍릉(사적 제87)에서 나온 인골의 3차원 입체 프린팅 성형을 위한 원본의 정밀 데이터를 얻어내는데 활용되었다.

특히, X-CT 조사는 문화재의 손상 없이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형상화한 형태를 기록하기 때문에 원형 유지가 중요한 문화재 보존·관리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생산된 자료는 정밀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문화산업 콘텐츠, 3차원 입체(3D)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사슴모양뿔잔 상부 단면(바닥에서 하늘 방향으로 바라본 모양) /문화재청
사슴모양뿔잔 상부 단면(바닥에서 하늘 방향으로 바라본 모양)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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