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보복으로 번지는 미-프랑스 디지털 전쟁
무역 보복으로 번지는 미-프랑스 디지털 전쟁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2.06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 7월에 디지털세 부과…미국, 프랑스 제품에 최대 100% 관세 부과 위협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세 분쟁이 무역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일 프랑스 디지털세의 불공정 조치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하면서 프랑스산 치즈, 와인, 럭셔리 상품 등 63개 품목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에 프랑스와 EU가 공동 대응을 시사했다.

 

사연의 시작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은 122일 독자적인 디지털세 법안 도입을 발표했고, 711일 프랑스 상원에서 최종 의결되었다. 디지털세 부과방안은 지난해 3EU 집행위원회에서 논의되었으나 만장일치 합의에 이르지 못해 도입안 확정 실패했다. 이에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

코트라 파리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연수익 75,000만 유로 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그룹에 대해 프랑스 내 연 총매출의 3%를 과세하며, 올해 11일부터 소급 적용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안으로 20194억 유로, 202045,000만 유로, 202155,000만 유로, 202265,000만 유로 규모의 세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과대상 기업은 미국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대상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France24 캡쳐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대상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France24 캡쳐

 

이에 미국은 프랑스의 정책을 비판하며 보복관세 예고했다. 법안 통과를 앞둔 71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불공정 조치인지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마크롱의 어리석음에 대응할 상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프랑스 와인을 언급,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지난 122USTR은 프랑스가 프랑스 디지털세가 자국기업에 대한 차별이라 결론을 내리고 후속조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USTR24억 달러 규모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대 100%까지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는데, 대상품목은 치즈, 요구르트,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 비누 및 화장품, 핸드백 등 63개 품목이다.

USTR은 내년 1월 초까지 의견수렴절차를 마치고 1월 중순부터 관세부과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월부터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에 이미 관세 25%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브뤼노 르 메르 재무부 장관은 미국의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유럽, 프랑스, 중국 기업들에도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안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미국이 프랑스에 또 한 번 제재를 가한다면 유럽 연합 또한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겠다무역과 관련해 EU는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보복 조치에 해당하는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프랑스 와인수출협회(FEVS)는 성명을 내고 이번 미국의 제재가 업계에 위협이 됨을 강조하며, 프랑스 정부의 긴급한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수출한 프랑스 와인의 40%는 스파클링 와인이었으며, 이는 7억 유로 규모에 달했다. 프랑스 농업협회(FNSEA)도 양국 관계의 '볼모'가 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번 미국의 관세 보복 결정으로 프랑스 제1의 럭셔리 기업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주가가 1.5% 하락했다. LVMH 그룹은 이번 보복관세 품목에 해당하는 샴페인, 핸드백, 화장품,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학자 브누아 루이예(Benoit Rouyer)는 이번 관세부과 품목 리스트를 보면 버터와 치즈 관련 품목이 대부분이라며, 프랑스 문화를 상징하는 품목들인 만큼 프랑스의 이미지를 공격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들 사이에는 긴장감을 늦추려는 시도가 보인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에서 우리 사이에 작은 분쟁이 있다. 하지만 함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