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리 유적에서 신라 토지문서 적은 목간 발굴
소월리 유적에서 신라 토지문서 적은 목간 발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19.12.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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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자 판독중, 畓·堤·結 등 단어 확인…사람 얼굴 모양 토기 아래서 발견

 

경북 경산 소월리의 신라 무덤에서 사람 얼굴모양의 토기 근처에 신라시대 목간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종이가 없던 시절에 나무에 글자를 새긴 이 문서에는 신라시대 토지와 관련한 내용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끈다.

()화랑문화재연구원(원장 오승연)에서 발굴조사 중인 경산 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구간의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신라 시대 토지와 관련한 목간이 추가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길이가 74.2에 이르는 목간은 사람 얼굴 모양 토기의 아래에서 출토되었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에서 수습 및 응급보존처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한 1차 판독을 통해 굽은 나무의 표면을 다듬어 만든 총 6면에 걸쳐 약 94자의 글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60~70자가 해독되었다.

이 중 2면은 글자를 연습한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록된 글자의 서체나 내용으로 보아 오늘날 경상북도 경산 인근 지역의 토지 현황을 기록한 ‘6세기대에 작성된 토지관리 문서 목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출토 목간 적외선 사진 A면 세부 /문화재청
출토 목간 적외선 사진 A면 세부 /문화재청

 

목간 한 곳에는 <甘末谷畓七(?)堤上一結> 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감말골이라는 마을에 전답 7(), 제방 위의 마을에 1()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과 답(), ()’ 등의 글자는 골짜기(, )를 배경으로 일정한 집단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 )이란 글자는 조세 부과와 연관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통해 골짜기()와 둑()을 중심으로 한 당시 지방 촌락의 입지, 농업 생산력 증대를 위해 축조한 제방과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논의 존재 그리고 그곳을 대상으로 조세를 수취하는 중앙 정부의 지배 양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출토 목간 수습 /문화재청
출토 목간 수습 /문화재청

 

논을 뜻하는 답()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자인데, 수전(水田)이라는 의미다.

우리 고유의 한자(漢字)인 답()을 사용했다는 점과 이 밖에 조세 부과를 위한 토지 면적 단위는 결()이나 부()를 사용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은 신라시대에 토지 면적 단위 가운데 하나이며, 삼국시대의 1결은 대략 15,400로 추정된다. ()는 결()의 아랫단의 토지면적 단위이며, 1부는 대략 154, 100부가 1결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한자인 답()은 종래에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眞興王 拓境碑, 국보 제33, 561년 건립)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목간에 답()이란 글자가 나옴으로써 목간의 제작연대도 비슷한 시기로 추정된다.

토지 면적 단위인 결()과 부()는 지금까지 삼국통일 이후 사용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에 발견된 목간을 통해 그 사용 시기를 6세기까지 올려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목간 발굴은 신라의 지방 지배와 토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토 목간 적외선 사진 /문화재청
출토 목간 적외선 사진 /문화재청

 

현재 목간은 1차 판독이 완료된 상황으로, 관련학계와 함께 추가적인 판독 및 연구 과정을 거쳐 목간에 대해 더 다양한 해석과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들의 고고학적인 분석과 함께 자연과학적 분석을 실시하고, 주변 유구와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더 명확한 성격과 시기 등을 밝혀 다시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공개한 경산 소월리 유적 출토 ‘사람 얼굴 모양 토기’ /문화재청
지난 3일 공개한 경산 소월리 유적 출토 ‘사람 얼굴 모양 토기’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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