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축구는 킹스포츠…문화와 생활로 정착
베트남서 축구는 킹스포츠…문화와 생활로 정착
  • 아틀라스
  • 승인 2019.12.11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항서 감독, 2018년 1일부터 인기 절정…당국에선 주요 경기에 도박까지 허용

 

박항서 감독이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 축구에서 베트남에 금메달을 안기면서 베트남이 환호의 열기에 빠졌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박 감독의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은 10일 필리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거머 쥐었다.

베트남 언론들은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거리응원을 하던 베트남인들은 박항서에 환호했다.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의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20181월부터 시작됐다. 201710월 이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U23 축구팀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 부임 3개월 후인 20181월 베트남은 AFC U23 챔피언십에서 최초로 입상하는 쾌거를 이룩했고, 베트남 국가대표팀은 이를 시작으로 최근 각종 축구경기에서 연승하며 현지 및 외국 언론들로부터 호평받았다.

20181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후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주석을 접견하고 3급 노동 훈장(Huân chương Lao động hạng Ba)을 받았다. 이는 현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베트남 공산당이 수여하는 노동 훈장 중 가장 높은 급이라고 한다.

아울러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기아자동차를 생산하는 현지 기업 Thaco로부터 승용차, 현지 항공사 Vietjet으로부터 1년 무료 항공권, 현지 건설사 CENLand로부터 집을 지원받는 등 베트남에서는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중 최고 연봉 수령자이기도 하다.

박항서 감독은 20188월 현지 소셜 네트워크상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 1위였다. 해당 시기는 베트남이 아시안 게임 축구에서 연승을 거두던 때였다.

 

박항서 감독이 2019 SEA 게임에 우승하고 환호하고 있다. /Vietnam Nhan Dan지 캡쳐
박항서 감독이 2019 SEA 게임에 우승하고 환호하고 있다. /Vietnam Nhan Dan지 캡쳐

 

베트남의 축구 역사는 오래 되었다. 베트남에서 축구는 1896년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을 때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프랑스 공무원, 상인, 군인들 사이에서만 축구가 전해졌지만, 점차 베트남인들에게 축구를 하도록 권장하면서 1908720일 베트남 두 지역간 팀 대항전이 벌어졌다.

1928년 프랑스 식민당국은 Annamite Sports Bureau를 설치했으며 싱가포르 팀과 경기를 위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보냈다. 이후 베트남 남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더 많은 축구 클럽들이 생겨나고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1954년 제네바 협정에서 베트남이 북위 17도선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2개의 국가 대표팀이 생겨났고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베트남 축구 협회(VFF)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베트남 프로 축구 리그는 2000년에 탄생했으며 이후 기업들의 후원이 늘어나면서 대중화와 상업화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축구는 가장 사랑받고 인기가 높아 여러 스포츠로, ‘킹 스포츠(King sport)’로 불린다. 현지 미디어기업 Adtima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들의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85%), 테니스(15%), 배구(12%), 수영(12%) 순으로 나타났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응답한 85% 응답자들 중 3분의1은 광팬으로 축구와 관련한 모든 기사를 챙겨 본다고 한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레알마드리드, 바로셀로나, 첼시, 리버풀 등 전세계 유명 축구 클럽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은 유명 선수 이름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을 즐겨입고,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만들고 단체 경기 관람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베트남인들의 축구 응원 열기는 대단하다. 축구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도 그러했고,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경기 때에도 수많은 베트남 축구팬들이 거리로 나와 베트남 깃발을 흔들고 보딕 베트남'(vo dich Vietnam, 무적 베트남)을 외치고 냄비와 같은 온갖 물건들을 두드리면서 거리 행진을 펼쳤다.

 

응웬 훼 거리에서 축구경기를 시청 중인 호치민시 시민들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
응웬 훼 거리에서 축구경기를 시청 중인 호치민시 시민들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

 

베트남인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에서 축구는 프랑스 식민지배 이후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심을 받았다. 축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베트남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축구는 다른 장비 없이 축구공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여서, 경기장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들판에서 축구를 즐긴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는 축구에 한해 도박사업을 합법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 복권과 외국인대상 일부 카지노를 제외하고는 도박산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축구 도박이 불법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20173월 베트남 정부가 국제 축구 경기와 개 경주에 한해 도박을 하용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의회를 통과했다. 도박 참여가 가능한 축구 경기는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동남아시아(SEA) 게임, 코파아메리카(남미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에는 아직도 전당포가 성행하고 있는데, 지난 6~7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많은 베트남인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스마트폰, 노트북, 오토바이, 자동차 등 고가 담보물을 맡겨 베트남 전당포들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당포 대출 이자가 월드컵 이전보다 2배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연리 100~150% 수준) 담보물을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베트남인들이 전당포를 찾았다고 한다. 일부에선 돈을 모두 잃어 음독 자살, 투신 자살을 시도해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2018년 8월 베트남 SNS 인기 인물 순위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
2018년 8월 베트남 SNS 인기 인물 순위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