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에 영국에서 시작해 유럽 대륙, 미국으로 이어진 산업혁명은 발명가 시대를 열었다. 증기기관, 방적기, 철도, 증기기관차와 증기선, 제철법, 재봉틀, 캔에 이르기까지 모두 발명가들의 노력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산물이다. 그들은 이전에 한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는 사물들을 만들어 냈고, 그들이 만든 새로운 물건은 사회를 변화시켰다. 수공업에 의존하던 옷감이 기계로 짜여 졌고, 시냇물을 이용하던 공장의 동력이 증기에너지에서 얻어지게 되었다. 바람에 의존하거나 인력에 의해 움직이던 범선이 석탄에너지로 움직이는 증기선으로 바뀌었고, 마차가 기차로 대체되었다.

발명가들은 창조적인 사람들이었고, 미술가나 음악가처럼 독특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앞의 사람이 만든 기술을 개선시켰다. 그들의 발명은 인류에 편리함과 윤택함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타적이라 할수 있지만, 그들 스스로는 탐욕에 의해 움직였다. 효율적인 기계를 만들어 사업으로 연결하면 그들은 많은 이익을 남겼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토머스 에디슨은 큰 사업가로 변신했다. 조그마한 공작소를 운영하던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을 개발하면서 큰 돈을 벌었다. 발명가의 아이디어는 기업인의 혁신과 연결되어 신산업을 개척했다.

 

 

발명가들에게 돈을 벌어주게 한 제도는 특허(patent) 제도였다. 특허는 발명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이득을 일정기간 보장해 주었다.

유럽에서는 고대와 중세에 특허제도가 없었다. 그 시절에 발명가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도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주의가 성행했다. 기록도 남기지 않았고 구전으로 전해오다가 어느날 기술이 사라져 버린 것들이 많다. 중세의 기술자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도 종교적 비난을 받을 경우를 두려워해 익명으로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연금술사로 대변되는 기술자들은 비밀스러운 곳에서 비밀리에 연구하다가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럽에서 특허제도는 15세기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시작되었다. 지중해 해상권을 장악한 베네치아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한 발명가에게 일시적인 독점권을 포상하는 관행을 만들어 시행하다가 1474년에 법률로 제정했다.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재산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법률이었다. 이 법에 따라 베네치아에서는 10년간 발명가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했고, 그 기간에 다른 사람들이 특허 품목을 베끼는 것이 금지되었다.

 

베네치아의 특허제도는 발명품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정리함으로써 발명가의 의욕을 북돋웠고, 그 결과 새로운 발명품이 쏟아져 경제에 큰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그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도 식민지 개척과 함께 베네치아의 특허제도를 배우게 되었다.

영국 의회는 1623년 독점법(statute of monopolies)을 통과시켜 특허제도를 실시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난 1700년대 중반까지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그런데 산업혁명에 불이 붙으면서 특허신청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게 된다.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은 자신이 발명한 기계 또는 기술에 대해 정부 인증기관으로부터 특허를 받았고, 그 독점적 지위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했다. 일부는 특허를 얻지 않은 것도 있다. 에이브러햄 다비의 코크스 제철법은 특허를 얻지 못한채 사용되었다.

발명가들을 겨냥한 또다른 탐욕의 미끼는 상금이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전쟁을 벌이면서 훌륭한 무기를 만든 사람에게 현상금을 걸었다. 영국 의회와 정부도 특정발명품에 대해 현상금을 걸어 기술혁신을 장려했다.

미국에서도 독립 초기에 특허제도를 도입했다. 미 합중국 헌법회의는 “저자와 발명가가 제각기 해낸 저술과 발명에 대해 제한된 기간 동안 배타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진보를 촉진한다”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1790년에 연방법으로 특허법을 제정했다. 초기 지도자 벤자민 프랭클린과 토머스 제퍼슨은 특허에 반대했다. 그들은 대중이 새로운 발명에 자유롭게 접근할수 있어야 하며, 모든 발명이 그보다 앞선 아이디어에 근거했기 때문에 배타적 재사권을 주장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기풍의 발명가들은 프랭클린과 제퍼슨의 주장을 쓸모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미개척지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냈다.

미국에 특허제도가 정착되면서 발명이 홍수를 이뤘다. 특허법이 제정된 1790년에 특허 건수는 3건에 불과했지만, 50년후에는 연간 600건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에 미국 인구는 4배 늘었으니, 특허의 팽창은 놀라울 일이다. 다시 40년이 지나면 특허건수는 다섯 배로 늘어난다. 1900년대엔 한해 4만건의 특허가 출원되고, 그중 2만6천건이 특허를 부여받았다.

 

 

산업혁명 초기의 발명가들은 귀족출신이거나 공부를 많이 했거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증기기관을 발견한 제임스 와트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어려서부터 조그마한 공장을 차려 일하다가 운 좋게 글래스고 대학 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도 학교를 끝까지 다닌 적이 없었고, 13살에 밥 벌이를 하기 직장에 다녔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1살까지 집에서 어머니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성적이 형편 없어 6년간 수업을 받아 교육을 마쳤다.

산업혁명 초기의 발명가들 중에는 언어 능력이 뒤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읽고 쓰는 것조치 힘들어 했다. 하지만 이들은 미술이나 음악등 비언어 분야에 특유의 감각이 있었다. 읽고 쓰고 말하는 기술보다는 감각적으로 발전한 인물들이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다. 무선전신을 발명한 새뮤얼 모스는 전신기를 발명할 무렵에 미술가로 생계를 유지했었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탁월한 음악가였다. 벨은 머릿속에 흐르는 음악의 선율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 소리에 대한 감성이 그로 하여금 전화기를 발견하게 했다고 한다.

발명가들의 성공적인 업적은 그들의 고독한 정신이 빚어낸 창조물이라 할수 있다.

 

 

하지만 19세기에 이르면 전기, 화학 분야에 과학적 기반이 쌓이면서 복잡해지고 기초 지식이 없으면 아마추어들이 발명의 진도를 나갈수 없게 되었다. 발명가들은 전문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은 계층에서 나오게 된다. 전기분해를 통해 알루미늄 제련법을 개발한 찰스 마틴 홈은 오버린 대학을 졸업했고, 교류 모터에 관해 특허를 낸 니콜라 태슬라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우수한 공과대학을 다녔다.

 

발명가는 그가 소속된 나라의 인적 자원이었고, 정부는 그들이 발명한 기술과 기계를 보호했다. 기술이 취약한 나라에서는 선진국의 기술을 훔치기 위해 스파이를 파견했고, 발명가를 보유한 나라는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국은 일련의 법을 제정해 기술유출을 금지햇다. 숙련공들의 이민을 엄격히 규제했고, 그들의 이민을 돕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숙련공들은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해지고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전쟁 중에는 심지어 반역죄로 다뤘다. 기계류는 특히 규제대상이었다. 초기에 신생국 미국이 모국이었던 영국의 기술을 훔치는 주범이었다. 영국 산업도시 맨체스터와 버밍엄의 제조업자들은 1783년과 1799년 두차례에 걸쳐 기계수출을 금지하는 법의 제정을 청원하기도 했다.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발명가들은 사회적 영웅이 되었고, 발명가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들이 연설하면 엄청난 군중이 몰렸고, 미술가들은 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권리를 얻으려 애를 썼다. 그들의 발명품에는 이름이 붙었다. 모스 전신기, 벨 전화기, 이스트먼 필름, 에디슨 축음기가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