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의 급진좌파노선, 80년만에 대참패
영국 노동당의 급진좌파노선, 80년만에 대참패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2.1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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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이번 총선에서 86석 잃어…프랑스에 이어 유럽 사회주의 퇴조 기류

 

13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이 이끄는 보수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노동당이 80여년만에 대참패를 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종 결과를 보면 보수당이 364석으로 과반(326)을 넘었고, 노동당은 203,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48석을 차지했다. 군소정당으로 자유민주당 11, 민주연합당 8, 신페인당 7, 플라이드 컴리 4, 녹색당 1, 기타 3석을 각각 얻었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86석을 잃었다. 1935년 이후 최악의 참패로 기록된다. 영국 노동당의 참패는 프랑스 사회당의 몰락과 함께 유럽 사회주의 정당의 후퇴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선 결과 /자료: 구글
영국 총선 결과 /자료: 구글

 

노동당 참패의 첫 번째 요인은 당수인 제러미 코빈(70, Jeremy Corbyn)의 탓으로 돌려진다. 그는 사회주의 노선으로 국가를 개조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그의 좌파 노선에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는 평가다.

그는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라고 밝히며, 공공 사업과 철도의 재국유화, 탄광 재개, 기업의 세금회피 단속 강화, 대학 등록금 폐지, 학생 보조금 재개, 일방적 군축 정책, 비핵화와 트라이던트 핵무기 프로그램 중단, 산업기반시설 및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공공 부문과 복지 예산 삭감 되돌리기 등을 제시했다. 코빈은 또 자신이 모셨던 토니 블레어 전 당수가 추진한 제3의 길을 "서구식 좌파 논리에 신자유주의 사상을 뒤섞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고, 아일랜드의 통일을 위해 북아일랜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보리스 존슨이 외치는 브렉시트에 대해 그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코빈은 유럽과 통합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해 젊은 층의 지지를 잃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의 군사개입을 오랫동안 비판했고, 아일랜드공화군(IRA)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동조하는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상주의자였다. 젊은층이 그를 환호했지만 대중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노동당의 절대 지지기반인 영국 북동부 블리스 밸리의 광산지역에서도 처음으로 보수당을 선택했다.

그의 코빈주의(Corbynism)는 사회주의 원리원칙에 입각한다. 영국 사회가 변화하고, 국민들이 국수주의적으로 흐르는데도 그는 좌파 원칙을 고수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영국에서 테러를 저질러도 그는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에게 반유대주의라는 딱지가 붙었다. 물론 1차 대전 이후 영국이 팔레스타인 분할 정책에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현재 영국인들은 이슬람 테러를 더 무서워한다.

주요 산업을 다시 국유화하고 대학등록금을 정부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그의 정책이 결국 세금으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영국인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사회주의 정부를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그런데도 그는 과거로 회귀하려 했다. 2차 대전 후 노동당 정부의 복지정책 실패가 마가렛 대처의 보수당 승리를 귀결시겼던 그 당시의 주장을 재연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에 비해 미국의 트럼프 류의 보리스 존슨은 영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실패해 최단기 총리로 기록될 것이라는 예측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를 원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일방적으로 쥐고흔드는 EU에서 왕따 당하지 않겠다는 존슨의 주장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뒷배경엔 미국이 있다. 유럽에서 탈퇴하더라도 같은 언어를 쓰고 종족적 근원이 같은 미국과 경제 연합을 이루는 것이 영국에 더 큰 이득이 될수 있다는 주장이 먹혀들어갔다. 트럼프는 영국 총선결과가 나오자 이제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영국이 새롭고 거대한 무역 협상을 체결할 자유가 생겼다"고 환영의 트윗을 쏘았다.

보수당이 승리하면서 내년 1월말에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한다. 4년 가까이 질질 끌며 마치 큰일이 날 것 같았던 브렉시트는 영국인의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 영국인의 열망에 의해 이뤄지게 되었다.

 

제러미 코빈 영국 사회당 당수 /위키피디아
제러미 코빈 영국 사회당 당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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