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왕자의 반역으로 브라질 독립하다
포르투갈 왕자의 반역으로 브라질 독립하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12.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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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분열…왕세자 페드루 1세, 자유주의자들과 손잡고 독립선언

 

19세기초 브라질은 본국 포르투갈보다 풍요로웠다. 브라질은 세계 제1의 금생산지였고, 사탕수수와 커피 재배로 농업이 번창했다.

1807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는 영국의 편에 서 있는 포르투갈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수도 리스본을 지킬수 없던 포르투갈 왕실은 영국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식민지 브라질로 건너갔다. 주앙 6(João VI)는 왕비 카를로타 조아키나(Carlota Joaquina), 왕세자 페드루(Pedro)와 함께 브라질에 망명 왕실을 꾸렸다. 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를 수도로 삼았다. 식민지에 수도를 세운 것은 이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주앙 6세 일가의 망명은 브라질 왕당파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1804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아이티가 독립하고, 프랑스 혁명의 여파가 전해져 남미 전역에 자유주의 독립운동의 열풍이 불고 있었다.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 패하고, 포르투갈은 국토를 회복했지만 주앙 6세는 리스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유주의자들이 설치는 포르투갈보다 왕당파들로 둘러싸인 브라질이 좋았던 것이다. 그는 차제에 식민지라는 개념을 없애 버렸다. 그해, 주앙 6세는 본국과 브라질, 앙골라 등 전 식민지를 하나로 묶어 포르투갈-브라질-알그라브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Portugal, Brazil and the Algarves)을 선언하고, 브라질을 식민지에서 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그런데 1820년 포르투갈에서 자유주의 혁명이 일어나 의회가 만들어지고 헌법이 제정되어 입헌군주국을 선포했다. 포르투갈 의회(Cortes)는 브라질에 있는 주앙 6세의 귀국을 종용했다. 주앙 6세는 마지 못해 귀국해야 했다. 국왕은 왕세자 페드루도 함께 돌아가자고 했으나 페드루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국왕은 하는수 없이 페드루를 브라질 섭정 왕자로 세우고 1821426일 본국으로 귀국한다.

 

포르투갈-브라질-알그라브 연합왕국 /위키피디아
포르투갈-브라질-알그라브 연합왕국 /위키피디아

 

브라질에 남은 페드루는 처음에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라질의 상황이 그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앟았다. 아버지가 귀국한 후 브라질 군정을 쥐고 있는 호르헤 아빌레스(Jorge de Avilez) 장군이 페드루의 측근인 궁내대신과 재무대신의 해임을 요구했다. 브라질의 군부는 본국 의회파에 충성하고 있었다. 팔다리가 잘린 페드루는 다시는 군부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1821930일 포르투갈 의회는 브라질이 본국의 속령이고, 페드루를 리우데자네이루 지방관으로 격하하는 내용의 법령을 제정했다. 주앙 6세가 포고한 연합왕국의 취지를 무효화한 것이다.

곧이어 포르투갈 의회는 브라질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의회 대표단은 왕세자에게 경의도 표시하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이때부터 페두르는 마음을 바꾸기 시작한다. 왕세자비도 브라질의 편에 서라고 부추겼고, 자유주의자와 독립파들도 지원을 약속했다.

페드루는 의회로부터 계속해서 귀국해 입헌주의를 받아들인다고 맹세하라고 종용받는다. 그와 반대로 브라질내 자유주의자들과 독립파들은 그의 브라질 잔류를 요구했다. 192219일 그는 브라질에 남겠다고 국민들에게 선언했다.

 

브라질의 군부는 페드루의 선언을 의회주의의 거부로 받아들였다. 브라질군 총사령관 아빌레스는 즉각 2천명의 군대를 동원해 리우데자네이루에 진입했다. 군대 주변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시민과 경찰 1만명이 에워싸 일촉즉발의 위기에 휩쌓였다. 군중들은 페드루를 지지했다. 페드루는 아빌레스에게 군대 해산과 본국 귀국을 명령했다. 페두르의 명령과 군중들의 위협에 포르투갈군은 해산하고 아빌레스는 귀국했다.

 

포르투갈 왕세자 페드루가 1822년 1월 브라질 총사령관 아빌레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포르투갈 왕세자 페드루가 1822년 1월 브라질 총사령관 아빌레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페두르는 곧바로 자유주의자들로 내각을 꾸리고 브라질 의회를 구성했다. 브라질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포르투갈 의회는 페드루의 내각과 브라질 의회를 무효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파울루 지역을 시찰하던 페드루는 급히 리우데자네이루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말했다.

벗들이여, 포르투갈 의회는 우리를 다시 노예로 만들려고 하고 있소. 이제 우리는 본국과의 관계를 끊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본국과의 단절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할 것입니다.” 페두르는 포르투갈 왕실의 문장이 달린 옷을 벗어버리고 칼집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나의 피와 명예, 그리고 신을 위해 나는 브라질에 자유를 드릴 것을 맹세한다.” 그는 이어 나갔다. “브라질인들이여.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날이 182295일이었다.

97일 페드루와 동료들은 상파울루로 돌아가 브라질의 독립을 선언했다. 대대적인 환영이 있었고, 군중들은 그를 향해 브라질의 왕”, 나아가 브라질 황제라고 외쳤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동료들은 브라질 전역의 도시와 시의회에 편지를 보내 페드루의 독립선언을 전파했다.

브라질의 공식적인 독립은 1822922일로 잡는다. 그날, 페드루는 아버지 주앙 6세에게 브라질의 독립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 페드루는 자신을 섭정 왕자로 칭하고, 아버지를 독립한 브라질의 국왕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1012일 페드루 왕자는 브라질 입헌군주국의 페드루 1세임을 천명한다.

 

1822년 9월 7일 브라질 독립을 선언한 포르투갈 왕세자 페드루가 군중들에 둘러 싸여 환호를 받고 있다. /위키피디아
1822년 9월 7일 브라질 독립을 선언한 포르투갈 왕세자 페드루가 군중들에 둘러 싸여 환호를 받고 있다. /위키피디아

 

하지만 브라질 곳곳에는 포르투갈군이 주둔해 있었다. 브라질 독립세력들은 곧바로 군대를 조직했다. 육군과 해군이 창설되고, 브라질군은 각지로 파견되어 지방을 접수했다.

식민지 독립을 원치 않은 포르투갈군은 브라질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1822년부터 19241월까지 포르투갈 요새를 중심으로 벌어진 전투에서 양측은 5~6천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결국 포르투갈군은 브라질에서 완전 퇴각했다.

 

페두루 1세는 집권초기에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페드루는 공화파들과 협상을 벌여 입헌군주제를 열었고, 거대한 단일국가를 형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페드루 1세는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잃어 갔다. 보수적인 농장주들은 황제를 지나칠 정도로 자유주의자라며 비난했다. 페드루 1세의 가장 큰 잘못은 1825년에 최남단의 시스플라티나 주가 아르헨티나의 지원을 등에 업고 독립운동을 벌인 것이다. 페드루 1세는 아르헨티나와 500일 전쟁을 일으켰지만, 해전에서 패전하고, 결국 프랑스와 영국이 중재로 1830년 시스플라티나 주를 잃게 된다. 이 시스플라티나 주가 지금의 우루과이다.

 

이듬해인 1831년 페드루 1세는 다섯살짜리 아들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포르투갈로 돌아갔다.

페드루 2세는 커피 재배를 장려하고 유럽 이민을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드라이브했다. 하지만 페드루 2세는 노예제 문제로 기득권 세력과 대립하게 되었다. 미국이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를 폐지했지만, 브라질에선 노예제가 존속되고 있었다. 페드루 2세는 1888년 노예제 폐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농장주 등 가진자들의 반발이 커졌고, 1889년 데오도로 다 폰세카 장군이 주도하는 군부 쿠데타로 페드루 2세는 폐위된다. 이로써 브라질 제국은 2대로 끝난다. 그후 브라질은 공화정으로 이관되지만, 군부독재에 시달리게 된다.

 

페두루 1세는 18349월 결핵으로 리스본 켈루스 궁에서 36세의 젊은 나이에 숨졌다. 그는 브라질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브라질 군부세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1972150주년 독립기념일에 그의 유해가 브라질로 보내져 현재 브라질 독립기념관에 묻혀 있다.

 

브라질 독립을 이끈 페드루 1세 /위키피디아
브라질 독립을 이끈 페드루 1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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