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황’, 보수와 개혁의 공감대를 보여준 영화
‘두 교황’, 보수와 개혁의 공감대를 보여준 영화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1.06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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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프란치스코 선출의 내막…두 교황의 인간적 고뇌 그려

 

스토리가 잔잔하면서도 무게가 넘친다. 전통과 규범을 중시하는 보수적 교황과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교회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혁적 교황의 이야기다. 사실에 대한 고증과 기록을 토대로 만든 영화이고, 이 시대와 함께 살았고, 살고 있는 전현직 교황의 야기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Fernando Meirelles) 감독의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 2019, Netflix)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Pope Benedicto XVI)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Pope Francisco)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다.

 

영화는 2005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호르게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 대주교(추기경)가 교황 바오르 2세의 사망으로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Conclave)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회의에서 독일 추기경 라칭거(Joseph Aloisius Ratzinger)가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선출되고, 베르고글리오는 그 다음 많은 표를 얻는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2013, 베르고글리오는 추기경직 은퇴 허락을 얻기 위해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고 로마로 향한다. 베르골리오가 로마에 도착하니 교황은 여름별장인 카스텔 간들포 궁(Palace of Castel Gandolfo)에 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 카톨릭교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황은 베르고글리오의 사임을 수락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사임을 수락하면 자신의 권위가 흔들리고 카톨릭 교회가 약화될 것이라고 밝힌다.

그 날 저녁 교황과 추기경은 사적인 자리를 갖는다. 교회 문제에 대해서 둘의 견해차이는 현격했지만, 서로 잡담을 하고 음악과 오스트리아 코미디, 축구, 탱고 등 개인의 관심사들을 얘기한다. 추기경은 젊은 시절에 신학도 시절에 연인 아말리아(Amalia)와 약혼까지 한 사실을 고백한다.

다음날 베네딕토는 급한 일을 이유로 헬기를 타고 로마로 가고, 베르고글리오도 동승한다. 로마에 도착해 시스티나 성당의 한 방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베네딕토는 베르고글리오의 사임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신이 신임한 사제의 성추문, 바티칸 비밀문서의 폭로 등으로 교황직을 사임할 계획이고, 당신이 후임 교황을 맡으라고 한다.

그때 베르고글리오는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의 더러운 전쟁(Dirty War) 때 프란츠 히야릭스(Franz Jalics)와 올란도 요리오(Orlando Yorio) 신부를 잃게 되는 내막을 설명한다. 추기경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에 자신의 친구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 혁명세력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자신이 교황이 될 경우 교회에 누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추기경은 더러운 전쟁의 결과로 아르헨티나에서 예수회 회장의 직위를 상실하게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교구에서 평범한 사제로 10년 동안 봉사하라는 명령으로 추방되었다고 설명한다. 히야릭스 신부는 나중에 화해하지만 요리오 신부와는 끝내 화해하지 않았다고도 토로한다.

베네딕토 교황은 추기경을 위로하며 용서한다. 이어 교황과 추기경은 눈물의 방’(Room of Tears)에서 피자를 함께 먹는다. 이 방에서 베네딕토 교황은 고해성사를 한 후에 자신은 더 이상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교황직위를 사임하고 싶다고 피력한다. 이번에는 추기경이 교황을 위로하고 용서한다.

베르고글리오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갔고, 1년 후 베네디토 16세는 교황직 사임을 발표했다. 곧이어 열린 2013년 콘클라베에서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으로 베르고글리오는 교황에 선출되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즉위한다.

두 교황은 201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만난 독일과 아르헨티나 경기를 관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 /위키피디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 /위키피디아

 

영화의 스토리는 작가 앤서니 맥카튼(Anthony McCarten)이 객관적인 사실과 연설문, 철학적 논쟁 등을 종합적으로 수집해 꾸몄고, 일부는 픽션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시절(1976~1983)9~3만명의 시민들이 실종되었을 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역할에 대해 현지에서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다. 인권운동가 미리암 브레그만(Myriam Bregman)은 베르고글리오가 납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대지 못했다. 요리오 신부는 베르고글리오가 자신들을 석방시키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히야릭스 신부는 자신들의 체포가 베르고글리오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베르고글리오는 자신은 투옥된 신부들을 석방하는데 노력했으며, 군부통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교회내에 숨겨주고, 국경밖으로 이동하는데 조력했다고 밝혔다.

 

두 교황이 서로 교감하고 좋은 관계라는 설정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있다. 미국의 주간잡지 타임지는 두 교황의 관계가 영화에서처럼 원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네딕토 16세는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Gregorius XII) 이후 처음으로 중도 사임한 교황으로 꼽힌다. 교황은 종신직이므로, 현재 명예 교황(Pope Emeritus)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교황의 의복을 갖추고 교황의 의전을 받는다.

 

영화 <두 교황>은 보수주의자이건 개혁주의자이건 전현직 교황들의 인간적 고뇌와 끈끈한 유대를 그렸다. 그들은 비틀스와 탱고를 얘기하면서도 교회의 의미에 대해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만이 공유할수 있는 신앙에 대한 고민은 이들 사이를 돈독하게 한다. 보수와 진보는 어쩌면 하나의 몸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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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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