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위기에 국제원유시장이 차분한 까닭은?
이란 위기에 국제원유시장이 차분한 까닭은?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1.08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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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장관 “전쟁 추구하지 않는다”…과거처럼 큰 폭의 유가 상승 어려울듯

 

과거엔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소비국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미국이 이란군 총책임자를 저격하고, 이란이 그 보복으로 이라크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하는데도, 놀라운 일은 국제석유시장이 차분하다는 점이다. 거셈 솔레마이니가 살해된 직후 열린 지난 6일에 국제유가는 한때 3% 가까이 급등했지만 종가에서 오히려 전장보다 하락했고, 이란의 미사일 보복 이후에도 잠시 오르는 듯 했다가 평상을 되찾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원유시장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국제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고, 미국의 대응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지금 트럼프의 입이나, 이란의 솔레이마니 장례식장에서 말 폭탄이 쏟아지지만, 실제로 양국이 전쟁에 돌입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이란이 전쟁에 돌입하려면 많은 장애를 넘어서야 한다. 이란은 3년째 이어진 미국의 경제제재로 기력을 소진해 세계 최강국과 전면전을 벌이기 힘든 여건이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도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의 전쟁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란의 시아파 지도자들은 국내 지지자들을 겨냥해 전시용 발언과 행사를 벌이고, 트럼프도 재선을 앞두고 특유의 여론몰이용 제스추어를 쓰고 있다 언론들이 이를 증폭해 보도하는 바람에 긴장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의 뉴스도 나온다. 이란의 자바드 자리프(Javad Zarif) 외무장관은 미사일 발사가 자위권 행사라면서도 이란은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미사일 발사후 수십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트럼프는 코웃음치며 모든게 잘돼고 있다”(All is well)고 트윗을 날렸다.

 

최근 WTI 가격 추이 /그래픽=김현민 기자
최근 WTI 가격 추이 /그래픽=김현민 기자

 

국제원유시장의 쥐락펴락하는 골드만삭스는 양국이 전면전으로 치닫아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한 국제유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상황은 유동적이다. 하지만 국제원유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과거의 중동사태처럼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르더라도 배럴당 3달러가 최대폭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우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에 대해 이슬람 정파는 물론 국제적인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아시아 수입국과 유럽 국가들이 등을 돌리게 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또 호르무즈가 봉쇄될 경우 그나마 제한적으로 수송되고 있는 이란산 원유 수출이 전면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란이 스스로 목줄을 조이는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둘째, 중동산 원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존도가 과거 중동전 때처럼 높지 않다는 것이다. 북해산 원유가 개발되고,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원유 매장이 확인되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한국·중국·일본과 같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는 치명적이겠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파괴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셋째, 미국이 이제는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자국산 원유로 자급자족할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1970년대 중동국가들의 원유 수출금지조치로 원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중동산 원유가 봉쇄되면 오히려 미국산 석유를 팔아먹을 기회가 커지게 된다. 최근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의 셰일 생산업체들이 증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아직은 이란 사태에 대한 전망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란간 본격적인 전면전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국제원유시장의 브로커들은 과거 중동사태처럼 투기장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트윗 캡쳐
트럼프 트윗 캡쳐
이란 외무장관 트윗 캡쳐
이란 외무장관 트윗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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