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술탄 후계자, 청나라 밀건법 방식으로 지명
오만 술탄 후계자, 청나라 밀건법 방식으로 지명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1.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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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술탄 사망후 편지에 후계자 적어 공개…카부스가 후임 하이삼 지명

 

오만(Oman)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는 않는 나라이지만, 200년전만 해도 페르시아 연안, 동부아프리카, 현재의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까지 통치한 해양제국이었다. 오만 상인들은 동아프리키에서 흑인노예들을 잡아 유럽인들에게 팔았다. 탄자니아 해안과 잔지바르에 남아 있는 회교사원들은 오만인들이 건설한 건축물이다.

1696~1856년 오만제국 영토 /위키피디아
1696~1856년 오만제국 /위키피디아

 

오만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중동 지역을 제패할 때에도 일시적으로 수도 무스카트(Muscat)가 점령된 적은 있지만, 지배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이 인도양 해상권을 장악하면서 속국들이 독립하거나 떨어져 나갔고, 아라비아 반도로 축소된 본국은 1891년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

이 나라는 면적이 309,500으로, 한반도의 1.5배쯤 되고, 인구는 2018년 기준으로 463만 정도에 불과한 사막국가다. 산유국이기 때문에 1인당 17,791 달러로 비교적 풍족한 나라다.

정식 국명은 오만 술탄국(Sultanate of Oman)이며, 술탄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왕국이다. 산유국으로 석유가 국가재정의 70%, GDP3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라가 50년간 장기집권해온 술탄이 사망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Qaboos bin Said Al Said) 오만 술탄이 11일 별세했다. 나이 79세였다.

술탄 카부스에게는 아들과 형제들이 없다.

오만 헌법에는 전임 술탄이 사망하면 왕족회의에서 3일 내에 후임 술탄을 합의에 의해 정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3일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전임 술탄이 쓴 편지를 공개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을 후임자로 정하게 했다.

이 제도는 중국 청()나라에서 후임 황제를 정하는 밀건법(密建法)과 비슷하다. 밀건법은 전임 황제가 후임자를 유지에 적어 궁궐 편액 뒤에 놓아두고 황제가 죽은 후에 그 유지를 공개해 후계자를 정하는 제도다. 황태자를 미리 정해 놓으면 발생하는 궁정 반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카부스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사망했다. 왕족들은 회의를 하지 않고 곧바로 전임 술탄의 편지를 뜯었는데, 그 안에는 사촌 동생인 하이삼 빈 타리크(Haitham bin Tariq)였다. 그는 문화유적부 장관을 맡고 있었다.

 

사망한 카부스 술탄 /위키피디아
사망한 카부스 술탄 /위키피디아

 

술탄 카부스는 1970년 아버지를 쿠데타로 밀어내고 술탄에 올랐다. 부왕 사이드 빈 타이무르(Said bin Taimur, 재위 1932~1970)는 봉건적이고 고립주의적인 체제를 유지했다. 그는 아들이 서양식 사고로 물드는 것을 싫어했다.

독자로 태어난 카부스는 영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영국군에 복무하고 독일에서도 1년간 체류하면서 유럽의 문물을 익혔다. 1966년 귀국했을 때 부왕은 그를 왕궁에 유폐시키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지했다.

하지만 그는 1970년 영국의 지원을 얻어 무혈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를 폐위하고 스스로 술탄위를 이어받았다. 그는 좌파 반란을 진압하는 한편 서서히 아버지의 폐쇄정책에서 벗어나 오만을 개방시켰다. 처음에는 부족장들에게 투표권을 주었다가 일반 시민에게까지 투표권을 확대했다. 그는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군사력 확대에도 투자했다. 또 아직까지 유지되어온 노예제도 폐지했다.

하지만 카부스는 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절대군주제를 철저하게 유지했다. 카부스의 생일과 등극일이 국경일이며, 술탄 이외에 누구에게도 권력을 나눠주지 않았다. 술탄이 법관을 임명하고 사면권도 행사하며 술탄의 권한은 누구도 대항하지 못하는 나라였다. 2011년에 오만에서도 아랍의 봄이라는 자유화 바람이 불었지만, 그는 진압했다.

 

신임 하이삼 술탄 /위키피디아
신임 하이삼 술탄 /위키피디아

 

신임 술탄 하이삼은 국영TV로 방영된 연설에서 전임 술탄의 외교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술탄 하이삼은 우리의 외교정책은 다른 국가, 국민과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국가 주권과 국제협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중동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고, 중재자로서의 위치를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74328일 오만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7610월에 상주대사관이 설치되었다. 오만은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여 왔다. 북한은 1992520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현재의 오만 /위키피디아
현재의 오만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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