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인자 전격 사임, 푸틴의 영구집권 음모?
러시아 2인자 전격 사임, 푸틴의 영구집권 음모?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1.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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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 총리와 내각 사퇴, 헌법개정 동시 발표…푸틴의 “권력연장” 시각

 

67세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 Putin)이 오는 2024년 임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권연장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 15일 러시아 정계의 2인자로 지목되어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i A. Medvedev, 54) 총리가 자신을 포함해 내각 총사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2000년 이래 지금까지 권력 축에 큰 변화가 없었던 러시아에 대형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같은날 푸틴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의회와 총리, 국가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폭적인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헌법 개정 제안과 총리의 전격적 사퇴는 함께 맞물려 있는 것으로 모스크바 정치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대통령의 권력 질서 재편에 2인자는 빠져주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 같다. 푸틴과 메드베데프 사이에 권력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어떤 보도나 알려진 정황이 없다.

 

푸틴과 메드베데프(2008) /위키피디아
푸틴과 메드베데프(2008) /위키피디아

 

푸틴은 2000년 이후 20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해 왔다. 2000~2008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데 이어 3연임을 못하도록 한 헌법 규정에 따라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려놓고 자신은 총리를 하면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에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복귀하면서 임기를 6년으로 늘렸고, 2018년에 연임에 성공했다.

메드베데프는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다시 총리로 재직하면서 푸틴의 집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고, 총리로만 78개월 재직했다. 누가 보아도 4년후 푸틴의 임기가 끝나면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신년 인사말에서 자신의 사임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구절을 인용하며 새해가 오면 죽을 날도 가까워 온다네, 얼굴에 검은 반점이 많아 지면 주름도 깊어진다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다가올 그림자를 은근히 시시한 것이다.

 

메드베데프가 전격적으로 사임하자, 푸틴은 바로 그의 사임을 수리했다. 총리의 사임은 푸틴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메드베데프는 신설된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맡게 되었다. 이 자리도 중요한 포스트이지만,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은데다 의장이 푸틴이어서 메드베데프는 이번에 2인자에서 물러났다고 보아야 한다.

새로 총리가 된 미하일 마슈스틴(Mikhail Mishustin, 53)은 연방국세청장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관료출신이어서 정치적 2인자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선 푸틴을 이을 2인자가 없는 상태다. 정치분석가들은 푸틴이 올해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재편하고, 자신이 맡을 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 세바스톨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 /위키피디아
2014년 크림반도 세바스톨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 /위키피디아

 

그러면 푸틴이 임기 4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권력질서를 흔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러시아 기자의 트윗 글에서 얻을수 있다. 드미트리 스미르노프(Dmitri Smirnov)라는 기자는 트윗에서 크레믈린 사람들은 러시아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멀리 있다 할지라도, 혁명은 언젠가 급격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라고 썼다. 즉 임기는 많이 남아 있지만, 급격한 혼란을 피해 미리 권력 재편을 해둘 필요성을 푸틴이 절감했다는 얘기다.

 

관심의 초점은 푸틴이 헌법 개정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맞춰진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첫 번째 가능성은 헌법 개정을 통해 3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국민적, 정치적 저항이 크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 번째, 푸틴이 대통령 자리를 물려주고 별도의 국가기구를 맡아 실질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는 카자흐스탄이나 중국의 방식을 예시했다.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A. Nazarbayev) 전 대통령은 29년간 장기집권한 후에 지난해 집권당 총재직을 유지하며 '인민의 지도자'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들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공식직함이 없었지만 1997년 사망 직전까지 중국의 일인자 자리를 유지했다.

 

푸틴은 의회 연설에서 국가위원회(State Council)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현재 이 조직은 실권이 없는데, 헌법 개정을 통해 권한을 대폭 부여한 후에 푸틴이 대통령 퇴임후 이 조직의 위원장을 맡아 권한을 행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보리스 옐친(Boris N. Yeltsin) 대통령 시절에 실패한 벨라루스(Belarus)와 국가통합을 추진하는 방안도 나온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같은 슬라브계 민족인데 1993년 통합 시도 때엔 벨라루스측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푸틴이 나서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병합한 다음에 통합국가 지도자로 나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 어떤 방식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푸틴이 별도의 국가조직을 만들어 퇴임후 그 자리에 간다고 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을 맡을 2인자가 아직 지명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저국은 차기 권력을 놓고 서서히 미궁의 상태로 빠저들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총리 /위키피디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총리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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