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이행중단, 북핵 합의 더 어려워질 것”
"이란 핵합의 이행중단, 북핵 합의 더 어려워질 것”
  • 정리=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1.1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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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연구위원 견해…“북한 비핵화, 이란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최근 미국-이란 사태는 이란의 핵문제에서 출발했다. 미국이 이란의 군 책임자인 거셈 솔레이만을 드론 저격한 이후 이란은 핵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이란 핵문제에 관해 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이 14일자 이슈브리프에서 정리했다. ‘위기의 이란 핵이라는 보고서를 요약한다. /편집자주

 

박지영 연구위원

 

이란은 15일 핵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포괄적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이라고 명명된 핵합의는 UN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다 독일을 포함해 6개국과 이란간의 협상결과였다. 이란 핵협상은 이란의 핵능력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을 담보하지 못해 처음부터 잘못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고 IAEA의 사찰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단계로 설정하지 못한 한계와 비핵화로 이끌 동력과 관리부족으로 파기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이란핵과 합의 문제점

이란 핵문제는 20028월 이란 반정부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의 폭로로 촉발되었다. 이에 UN200612월부터 20106월까지 네 차례의 결의안을 채택해 이란을 제재했다.

2013년 이란에 온건파 로하니 정권이 출범한 이후 핵협상이 시작되어 20157월 공식 타결되었다. 이란 핵협상의 주요 합의내용은 10년 동안 우라늄농축시설 1/3으로 감축 15년 동안 우라늄 보유량 98%로 감축 15년 동안 IAEA 사찰 수용 등이다.

이 합의로 EU는 각종 금융 및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2차 경제 제재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이란 제재에 대한 모든 결의안을 해제하고, 상호 합의된 기간 동안 특정 제한 조치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2015년 타결된 협상은 초기부터 찬반이 엇갈렸다. 이란의 핵능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합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란 핵협상의 가장 큰 성과는 핵무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연장시켰다는 점이다.

협상에서는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우라늄 농축도를 제한함으로써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는 합의가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이행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란이 다시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핵협상 이전보다 연장되었을 뿐 완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지는 못했다. UN과 관련 국가들의 압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문제까지는 해결하지는 못한 중간단계의 협상안이었다.

이란은 평화적 원자력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다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확보하고 있게 되었다. 또한 협상의 기한이 10~15년간의 의무 내용만을 담고 있어 다음 단계의 새로운 협상이 필요했다. 이 협상은 이란 핵문제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한계는 협상 이후 진행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화되었으며 핵협상이 완료된 지 4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15년 4월 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란 핵프로그램 합의 기념촬영 /위키피디아
2015년 4월 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란 핵프로그램 합의 기념촬영 /위키피디아

 

진행경과

초기부터 JCPOA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에 의견 차가 존재했고. 미국 공화당과 보수 강경파는 제재가 철회될 경우 경제 재건을 바탕으로 하는 이란의 군사력 강화와 핵무장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201612월 미국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이란제재법의 10년 연장이 채택되었고 이란의 반발을 불러왔다. 핵협상 결과에 불만이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20185월 일방적으로 핵협상 파기를 선언했고 다시 제재조치를 강화했다.

이란은 핵협상 초기부터 이행에 대한 해석으로 미국과 마찰을 빚었으나 핵협상을 파기하지는 않았다. 이란은 실제로 우라늄 수량을 감소하고 원심분리기 수량도 19,000 기에서 6,000기로 감축했으며 IAEA의 사찰에도 협조하는 등 기존 협상의 틀을 지키고자 했다. 대부분의 비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이전했고 이라크 중수로 핵심시설도 봉인했다. 미국이 파기를 선언한 2018년 이후로도 이란은 1년간 이행사항을 지켰다.

그러나 20195월 우라늄 보유 한도를 초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행 불이행 단계로 진입했다. 이후 우라늄 농축도 향상, 포르도 농축시설 활동 재개 등으로 핵협상 이행으로부터 벗어났고 20201월 원심분리기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합의 파괴를 선언한 것이다.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핵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이란의 핵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some deal is better than no deal’ 이라는 입장을 취하며 이란을 비확산체체의 국제사회로 끌어오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란이 비확산체제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던 시점에서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협상을 일단락지음으로써 이란으로부터 야기된 비확산체제의 붕괴위험을 봉합했다는 점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해결이 아닌 봉합수준의 협상타결에 의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도출되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비확산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생산에 연계될 수 있는 우라늄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취해왔다.

불완전한 협상결과는 이행단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합의 이행과정에서도 미국측과 이란측의 해석 차이로 인해 논란이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핵합의 파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란 핵 문제의 전망

이란은 핵협상 불이행을 선언하면서도 미국이 금융 및 경제 제재를 철회할 경우 핵합의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국제 제재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던 이란 경제는 제재 완화 이후 기록적으로 성장했었다. 핵협상 타결 다음해인 2016년 이란의 GDP 증가율은 12.5%로 뛰어 올랐다가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환원한 20184.8%20199.5%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경제와 금융제재가 이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급격하게 핵프로그램으로 환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현재 이란은 온건파인 로하니 정권이 집권하고 있으며 IAEA에 계속 협력할 뜻을 밝혀 당장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미국이 아무 조건 없이 제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란은 EU 국가들이 제재로 환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라늄 농축도와 원심분리기수량을 확대하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이란이 집중적인 핵프로그램 가동으로 핵무기 완성까지 급격하게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Break-out time(핵무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여지는 충분히 있다. 미국과 이란간의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란의 핵무기보유 결정에서 실제 핵무기 보유까지 진행하는 속도는 빨라진다.

반면 미국으로써는 더 강력한 협상결과를 추구하며 핵협상을 파기했으므로 당분간 이란핵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치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핵합의 파기를 선언한 가운데 이란이 급격하게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두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첫째는 이란이 심각한 경제 제재를 감당하기에는 개방된 경제체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실질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해 EU국가들도 경제 제재를 환원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시설이 알려져 있으며 사찰이 허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물질의 양, 프로그램 진행 정도, 시설과 규모 등이 알려져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핵무기 개발로의 전환은 어렵다.

 

북핵 시사점

현 상황에서 핵과 관련한 미국과 이란간의 힘겨루기가 지리하게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집중도는 하락할 것이며 북한에게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성급하게 대화에 나서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느슨해지는 제재를 이용하며 지속적인 핵능력 보강에 나설 것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란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북한은 폐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란에 대한 EU의 경제적 압박만큼 확고한 경제 제재를 가할 주변국의 협조도 약하다. 핵무기를 이미 개발해놓고 있으며 핵물질의 수량과 위치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 북한은 핵 관련 시설에 대한 리스트도 공개할 의사가 없다.

북핵은 어느 시점에서든 미국의 강경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으며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로 이어진다. 이란은 중간단계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15년을 기간으로 삼았고 4년반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이보다 어려운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간에 걸친 최종목표와 단계별 목표의 수립,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세한 대응책과 더불어 국내 및 국제적 지지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말에 기대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 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 개발과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포괄적 제재 등 모든 수단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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