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별관광, 우리 국민 안전은 누가 담보하나
북한 개별관광, 우리 국민 안전은 누가 담보하나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1.1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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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대사,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 시사…고 박왕자씨 피격사건 사과 받아야

 

남북관광 재개가 국제적 협의 없이 한국 정부의 의지로 추진될수 있는 사안인가.

새해들어 남북관광 허용 문제가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 여당은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관광을 허용하면 한국 정부가 유엔 제재를 어기는 게 된다는 논리플 펴고 있다.

 

17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의 개별적 북한 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 협력, 민간교류의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의 발언에 대해 대북정책은 대한민국 주권에 해당하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주장인즉 우리 국민이 개별적으로 북한에 가서 관광하고 돌아온다면 이는 대북 제재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는 주권 문제이므로 미국 대사가 이러쿵저러쿵 간섭말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권국가의 정부 대변인으로서는 할만한 발언이다.

청와대까지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날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미국 대사의 발언 내용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제재를 촉발시킬수 있는 어떠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공동 작업을 통해 대북 포용계획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To avoid any “misunderstandings” that could trigger sanctions, South Korea should run any plans to engage with North Korea through a joint working group established with the United States“)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거꾸로 뒤집으면. 한국정부가 미국과 협력 없이 대북 정책을 취할 경우, 유엔 제재를 위반한다는 오해를 살수도 있다는 얘기다. 해리스 대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지만, 우리 국민의 북한 관광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정부 여당이 일제히 나서서 포문을 열었다. 청와대와 상민 대변인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의)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며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식 대변인도 매우 우려스럽다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당의 설훈 최고위원도 회의 석상에서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북한 금강산내 온정각 /통일부
북한 금강산내 온정각 /통일부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연초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남북 간에서도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부는 대북 관광 재개를 추진했고, 해리스 대사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자 여당이 집단적으로 대사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개별 관광이 유엔 제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남북간에 직항로가 차단된 만큼 우리국민이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해 금광산이든 묘향산이든 가는 것은 막을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안전은 누가 담보하나. 2008년 고 박왕자씨 피격 사건은 많은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한번 하지 않았다. 그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다.

정부가 남북관광을 재개하려면 우선 유엔 제재의 수도꼭지를 쥐고 있는 미국과 협의를 하는 게 마땅하다. 주권국가라고 국제적 합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개별 관광이든, 단체관광이든 묶여 있는 북한 관광을 풀려면 우선 우리 국민의 안전조치를 확보해야 하고, 그에 앞서 과거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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