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지도상에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다. 1898년 미국은 하와이를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로써 미국은 본격적으로 태평양 국가가 되었다.

하와이는 본래 독립왕국이었다. 이 왕국을 미국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전복시키고 미국에 합병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독립국을 전복시켜 영토로 만든 최초의 케이스다.

 

미국이 영국과 독립 전쟁(1775~1783년)을 벌이고 있을 때,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은 태평양을 헤집고 다녔다.

1778년 11월 26일, 세 번째 태평양 탐험에 나선 제임스 쿡은 하와이 열도에서 두 번째 큰 섬인 마우이(Maui) 섬에 도착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열도를 구성하고 있는 하와이에는 제임스 쿡에 앞서 200년전인 16세기에 스페인인들이 발견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따라서 제임스 쿡의 마우이 도착은 유럽인으로는 첫 번째 하와이 방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와이의 비극은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제임스 쿡이 이끄는 디스커버리호가 도착하자 원주민들은 그들의 신 로노(Lono)로 착각해 제단으로 안내하고 신으로 받들었다. 제임스 쿡 일행은 원주민들의 신 로노인척 행동하며 원주민 여자들을 차지하고 향연을 만끽했다. 하지만 영국 배가 폭풍에 손상되고 여자를 밝히자 원주민들은 그들이 신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쿡과 선원 일부가 원주민에 살해되고, 잔당들이 간신이 배를 수선해 영국으로 도망쳤다.

당시 하와이 열도는 섬 단위로 통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영국인들은 쿡에 의해 하와이 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다시 찾아왔다. 이에 하와이섬 부족장은 영국인과 협상을 벌여 영국인의 안전보장의 댓가로 총기를 얻어냈다.

원시 종족에게 총이 들어갔으니, 다른 섬을 제압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와이 섬의 부족은 차례로 다른 섬을 점령해 1810년 하와이 열도를 통일하고 왕조를 수립하게 된다.

초대 왕은 카메하메하 1세(Kamehameha)다. 그를 시작으로 하와이 왕국은 마지막 국왕 릴리우오칼라니(Liliʻuokalani)까지 6대를 이어간다.

 

 

하와이는 사탕수수 재배에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래, 유럽인들이 싸게 다량으로 설탕을 즐길수 있게 되었고, 자본가들은 열대지방을 찾아 사탕수수 재배를 위한 플랜테이션 농업에 열을 올렸다. 태평양 건너편 미국인들이 사탕수수 재배지로 하와이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1820년대 선교사를 시작으로 미국인 자본가들이 하와이로 진출했다. 미국인 자본가들은 사탕수수 재배를 하며 특권을 요구했다. 이들은 복잡한 왕실 권력 싸움을 활용해 친미적 왕실을 옹립하는데 지원을 했다.

 

 

1887년 미국은 진주만 독점사업권을 획득하면서 경제적으로 하와이를 야금야금 먹어들어갔다.

1891년 1월 국왕 칼라카우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객사하면서 여동생인 릴리우오칼라니가 왕위에 올랐다.

즉위할 때 나이는 53세. 그녀는 공주로 태어나 기독교 전통 속에서 자라면서 현대식 교육을 받았고, 서방세계를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혔다.

국왕에 오른 후 그녀는 하와이가 미국 자본가에 신음하는 모습을 역겨워했다. 하와이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독립시키려면 미국인들에 의해 경영되는 사탕수수 밭 등을 국유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그런 생각을 갖기보다 70년 앞서 하와이 여왕은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추구했다.

그녀는 전임 칼라카우아 왕이 미국에 무역 특혜권을 주는 법안에 서명할 때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태도 때문에 그녀가 즉위하자 워싱턴의 미국 정부와 현지의 미국인들이 공조체제를 형성해 릴리우오칼라니 왕을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발단은 여왕의 신헌법 제정 움직임이었다. 릴리우오칼라니는 외국인, 즉 미국인 자본을 제한하는 내용의 신헌법을 추진했다.

그러자 미국 국무장관 존 스티븐스(John L. Stevens)가 하와이 태생 미국인 샌퍼드 돌(Sanford Ballard Dole), 로린 서튼(Lorrin A. Thurston) 등과 접촉해 하와이 병합과 왕국의 전복, 임시정부 수립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실천에 들어갔다.

1893년이 밝자 미국인들은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미 합중국은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해 미 해군 전함 보스턴(Boston)호와 2개 중대의 해군을 하와이로 투입했다.

1월 15일 미국의 앞잡이 로린 써튼이 전날 결성된 치안위원회(Committee of Safety)의 이름으로 신헌법 공포 반대를 요구하는 시민집회를 열어달라고 하와이 왕실에 요쳥했다. 왕실 내에는 이들에게 반역죄를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미국과 충돌해서 이길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회를 허용했다.

다음날인 1월16일, 호놀룰루에서 열린 로린 서튼은 여왕을 규탄하고 시민에게 자유를 호소했다. 여기서 시민은 미국인을 말하며, 자유란 미국인들이 맘껏 활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짜고치는 게임은 계속되었다. 미 합중국의 존 스티븐스 국무장관은 해군 군함 보스톤 함장에게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위해 해병대 상륙을 요청한다"고 전보를 보냈다. 그날 오후 5시 장교를 포함한 무장해병대 164명이 호놀룰루항에 상륙했다.

개틀린 기관총과 야포를 갖춘 미 해병은 하와이 왕국의 이올라니 궁전(Iolani Palace)으로 진입한다. 여왕에게는 형식적인 경례를 한후 군인들은 궁궐을 접수하고 여왕을 유폐시켰다.

그날밤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근처에는 그녀에게 충성하는 수백명의 하와이 병사들이 무장한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인 1893년 1월 17일, 샌포드 돌이 임의적으로 만든 임시정부는 치안위원회를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하와이 왕국의 종식을 선언했다. 여왕은 미국 정부에 특사를 보내 임시정부를 승인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스티븐스 국무장관은 임시정부를 승인하며, “하와이왕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회답했다.

이 전보를 전해받고 여왕은 샌포드 돌에게 서한을 보냈다.

“나, 리리우오카라니는 왕국의 여왕으로서 임시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반역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한다. …… 하지만 군대의 충돌로 생명이 상실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하와이 열도의 입헌 군주로서 권위를 복위할 때까지 내 권한을 포기한다.”

 

 

여왕은 퇴위를 선언하거나 퇴위서에 서명하지도 않았다.

미국인들이 조직한 임시정부는 그해말 하와이 공화국을 선포하고 독립을 선포했다. 초대 대통령엔 샌포드가 취임했다.

1895년 1월 하와이 윙국의 복위와 왕정복구을 목표로 한 반란이 얼어났지만, 곧바로 진압되었다. 여왕은 반란죄로 감옥에 갇힌 자신의 지지자들을 사면시키기 위해 공식 퇴위서에 서명했다. 1898년 미국은 마침내 하와이를 합병하고 준주(territory)로 만들었다.

 

하와이의 마지막 국왕 릴리우오칼라니(Liliʻuokalani)는 1838년 9월 2일 태어나 1917년 11월 11일 작고할 때까지 79세의 삶을 살았다. 그의 재위기간은 1891년 1월 20일에서 1893년 1월 17일까지 2년에 불과하다. 이 짧은 2년 새에 미 합중국은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 왕국을 합병한다.

국왕 자리에서 쫓겨난 후 여왕은 ‘하와이 여왕의 하와이 이야기’(Hawaii's Story by Hawaii's Queen)이라는 회고록을 썼다. 그녀는 하와이의 유명한 노래인 ‘알로하오에’(Aloha ʻOe)를 작곡, 작사했다. 알로하오에는 ‘그리운 사람’이란 뜻으로, 사랑하는 하와이 망국을 서정적으로 그린 노래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정부 때 공식적으로 하와이 왕국을 무너뜨린 일과 여왕이었던 그녀에게 한 일들을 사과했다, 그렇다고 하와이 왕국을 독립시키거나 왕권을 북위하는 조치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