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23일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보도자료를 내고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미련 없이 제 뜻을 접으려고 한다"면서 "아쉬움은 남지만 이 또한 제가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석균씨는 아버지 문희상 의장이 여섯 번 당선된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세습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빠 찬스’를 쓴다는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문석균씨는 지난 16일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내 나이가 올해 쉰 살이다. ‘아빠 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문씨가 출마하려는 의정부갑 지역구를 전략공천지역 15곳의 하나로 확정했다. 문석균씨는 아버지 지역구를 경선지역으로 되길 희망했지만, 중앙당은 그 지역을 낙하산으로 공천하는 지역구로 바꿔 놓은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문희상 의원 아들의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다음 임기에 바로 그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도 "우리 사회에 공정의 가치가 많이 높아져 있어 일단 당의 우려, 국민의 정서를 문 의장과 당사자에게 전달했다"면서 "본인이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석균씨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겨냥해 "용기 있게 정리하고, 당에 누를 덜 끼치는 쪽으로 결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서울신문은 “‘지역구 세습’ 논란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공천 안 된다”는 사설을 통해 문석균씨 출마에 대해 직격탄을 쐈다. 서울신문 사설은 “석균씨가 21대 총선에 반드시 출마하고 싶다면 의정부시을 지역구 등 주변 지역으로 옮겨 아빠 찬스 없이 당당하게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는 게 정도다”면서 “계속 아버지 지역구 출마를 고집한다면 지역구 세습을 넘어 공정성 논란이 전체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소속당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점을 석균씨는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정도 되면 발을 빼야 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지도부도 총선에서 '제2의 조국 역풍'을 우려해 문씨를 주저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문 의장도 '아빠 찬스'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끝까지 아들 출마를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가 문 의장을 만나 당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연말에 문희상 의장이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 설치 법안등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밀어붙일 때 아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석균씨 출마가 좌절되면서 문 의장이 결국 토사구팽(兔死狗烹)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