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오면 당대표 사퇴한다”던 손학규, 지금은…
“안철수 오면 당대표 사퇴한다”던 손학규, 지금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1.28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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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CEO 해고하듯 한다”며 거절…바른미래당 또 분당 가능성

 

한달 남짓되는 짧은 시기에 손학규 대표의 말이 조금씩 꼬여갔다.

지난해 1218일자 연합뉴스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미국에 체류중인 안철수 전 의원이 복귀하면 당의 전권을 넘기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손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오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대표직도 사퇴할 수 있다""이런 의사를 안철수계 의원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손 대표는 앞서 15일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등 안철수계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에게 이러한 제안을 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로부터 닷새후인 1223, 손학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가 오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고 반대가 있으면 같이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닷새 전보다 말이 길어졌다. 그때는 다 줄 것처럼 말했다가 같이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발 뺐다.

다음날인 24, 손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양반들(안철수계)'손학규 사퇴해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고 하는 것은 기본적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대표는 자신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떠드는 것이 듣기 싫었던 것이다.

 

손학규 대표, 안철수 전 의원 페이스북 사진
손학규 대표, 안철수 전 의원 페이스북 사진

 

새해 들어 12일 안철수 전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그날 손 대표는 기자들에게 "안 전 의원이 돌아와서 안착하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대표직 사퇴에 대해 "나는 대표직을 내려놓는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일 오후 안철수 전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20,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에서 "어제 귀국한 안 전 의원을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열렬히 환영한다. 안 전 의원이 앞으로 바른미래당과 함께 한국 정치의 새길을 만드는 데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설날 연휴를 보낸후 27일 귀국한 안철수 전의원은 바른미래당 당대표실을 찾아 손학규 대표를 만났다. 안철수는 손학규에게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면서 고민해보고 그 대답을 내일(28) 달라도 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예전에 유승민계가 했던 이야기와 다른 부분이 거의 없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28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의 제안에 답하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회사 오너가 CEO를 해고통보하듯 제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를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안철수의 제안에 대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안철수가 돌아오면 조건 없이 퇴진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물러난다는 얘기를 내 입으로 한 일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머슥해졌다. 안출수는 "정치는 책임 아니겠나. 그리고 정치에서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동의 하에 힘을 얻고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당이 위기상황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것에 대해 당 대표께서 계속 회피를 하시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은 갈라서는 길 밖에 없을 듯하다. 손학규 대표가 인정했듯이 바른미래당을 만든 사람은 안철수 전의원과 유승민 의원이다. 유승민 의원과 동조 의원들은 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주인 하나가 귀국해 당을 내놓으라고 했다. 오너가 이사 교체를 위해 주주총회를 열자는데 CEO가 주총 개최를 거부한 모양새가 되었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중심의 국민의당과 유승민 중심의 바른정당이 합당해 2018년초에 창당했다. 그후 2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사분오열되어 몇 개의 당으로 쪼개졌는지 세기도 힘들다. 이번에 또 갈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가 코 앞에 닥쳤으니, 그 결정이 빨리 이뤄 질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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