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로 돌아간 현대인의 의식…격리의 심리 팽배
중세로 돌아간 현대인의 의식…격리의 심리 팽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1.28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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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불명의 우한 폐렴 확산에 비감염자 이기주의 만연…광기의 발동?

 

온 세상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로 패닉에 걸려 있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280시 기준으로 확진자 4,515, 사망자가 105명으로 늘어났다. 하루 사이에 감염 확진자가 1,771, 사망자가 26명이 새로 발생한 것이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는 급커브를 이루며 상승하고 있다. 과거 사스(SARS)보다 확산속도가 빠르다.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아직 이번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약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감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과 이웃해 산다는 사실이 더 공포심을 자극시키고 있다.

언론보도는 확진자를 거의 유령처럼 다루고 있다. 네 번째 확진자가 1백명 이상을 접촉했다느니, 버스 택시를 타고 시내를 활보했다느니 하면서 공포를 자극한다. 그 사람이 무슨 죄인가. 감기 증세조차 없이 입국했다가 갑자기 증세가 심각해져 병원에 갔더니 신종 바이러스 감염이 되었다는 진단을 받았을 뿐이다. 보건당국이 애초부터 그런 사람을 잡아서 격리시켜야 하지 않았느냐고 불평들을 한다. 그러나 우리 의료 기술이 아직 그럴 단계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만능은 아니다.

세 번째 확진자가 체류했다는 서울 강남의 어느 호텔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그곳에 투숙하려던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심정은 이해가 간다. 전염병이 돈다니까, 우선 나부터 살아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사람들은 모두 패닉에 빠져 있다.

 

알베트 카뮈의 소설 <페스트>(La Peste)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2차 대전 직전인 1940년 프랑스령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Oran)에 쥐들이 영문 모르게 죽어가 흑사평(페스트)가 확산된다. 책임자들의 무성의한 대처에 페스트는 빠르게 확산되고, 안락하고 행복했던 시민들의 삶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폐스트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가 폐쇄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연인과 아내와 남편 , 부모, 그리고 자식들은 갑작스런 생이별을 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명,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상황이 1년 동안 지속되면서 인간 존재의 생생한 모습이 드러난다.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된 사람들의 격리를 주장한다. 그들과의 괴리를 통해 자신만이 살아남겠다는 이기주의,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한 폐렴이 발생한지 한달쯤 된다. 벌써부터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이기적으로 변해 격리를 자연스럽게 주장하고 받아들인다. 일본에서 우한도 가지 않은 버스기사가 우한서 온 관광객을 태웠다가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조치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중국 당국의 격리조치로 인적이 끊기고, 마트에 생활필수품이 동이 났다고 한다. 세계 각국 정부는 전세기를 동원해 우한에 체류중인 자국인들을 수송하고 있다. 자국인들은 빼오면서 중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중국인에게 도착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같은 중국인 나라인 대만에서도 입국한 본토인 관광객을 돌아가라고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우리 정부도 전세기를 투입해 우한에 체류중인 우리 교민 7백여명을 데려 와 잠복기가 지날때까지 충남 천안에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벌써 해당 도시에서는 왜 하필이면 우리동네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병원이나 호텔, 텍시에서 중국인을 거부하고, ‘No China'를 외치는 구호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정부는 가짜뉴스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하지만 민심이 흉흉한데다 개방된 온라인의 소통을 무슨 재주로, 무슨 근거로 막는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1665년 런던 페스트 확산 때의 그림 /위키피디아
1665년 런던 페스트 확산 때의 그림 /위키피디아

 

인류역사에서 전염병이 발생할 때 격리조치는 흔히 발견된다.

1666년에 영국 런던에 페스트가 돌았다. 런던은 당시 템즈강 하중도에 지은 성채에 갇혀 있는 도시였다. 역병이 돌자 성채의 문을 닫았다. 도시 안에 가난한 자들이 사는 지역은 인구가 밀집해 있었고, 위생시설이라곤 전혀 없었다. 페스트는 영국에서 약 10만 여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당시 영국의 점성가 존 가드베리(John Gadbury)이 불타는 별들! 대기근과 대역병, 전쟁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왕자는 죽고, 왕국은 위기에 빠지고, 영주들은 반드시 큰 손해를 볼 것이다고 예언했다. 런던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해 9월 새벽 2시경 폐쇄된 도시의 한 빵 공장에서 불이 일어나 시내로 번졌다. 세계 3대 화재로 기록되는 런던 대화재였다.

 

광인들을 격리조치하는 ‘바보들의 배’(narrenshiff) /위키피디아
광인들을 격리조치하는 ‘바보들의 배’(narrenshiff) /위키피디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Paul Foucault, 1926~1984)<광기의 역사>(Histoire dela folie a l'age classique)에서 감금 또는 격리를 사회권력의 개념으로 해석했다. 푸코에 따르면, 십자군 전쟁 이후 나병을 신이 내린 징벌의 증표라며 나병환자를 수용소에 가뒀다. 중세 상업도시들은 여러 마을을 떠도는 광인들을 배에 태워 미지의 땅으로 격리시키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수용소에 감금시켰다. 17세기 파리에서는 시민의 1%이상을 수용소에 감금시켰다. 감금된 자들은 권력구조에 의해 광인으로 규정된 자들이다. 거리의 빈민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수용소에 죄인과 같이 감금되었고, 땅을 잃은 농민, 상이군인, 낙오병, 실업자, 극빈학생, 환자 등이 노동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이란 이유로 체포되었다.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광풍처럼 몰아치면서 인류는 다시 새로운 사회 권력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격리조치다. 중국정부는 11백만명이 사는 우한시를 기습적으로 격리조치했고, 며칠후 이번엔 중국인 전체가 세계각국에서 격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염자, 중국에서 온 우리국민마저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감염자의 광기가 발동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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