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발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부품 공급 차질 우려
우한발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부품 공급 차질 우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2.03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년전 사스때보다 중국 경제 규모 커져…장기화시 글로벌 공급체인 타격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설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가 끝났지만, 많은 공장이 재가동을 연기하고 직원들을 집에 대기시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제조업이 장기간 가동을 멈출 경우 글로벌 공급 체인에 사슬이 끊길 가능성이 우려된다. 15억 중국인구가 경제활동이 중단되거나 둔화될 경우 이에 의존하는 각국의 산업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춘제 연휴가 끝나고 처음 개장한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 지수는 7.72% 급락해 20158월 이후 4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우한 폐렴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꺾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계경제 피해가 17년전 SARS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2002~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중국 경제는 T-셔츠와 운동화와 같은 소비재를 생산하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세계경제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단계로 올라섰기 때문에 이번 질병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칠 잠재적 위험은 과거보다 몇갑절 크다는 것이다.

17년전 사스 때 중국의 GDP17조달러 규모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8배나 큰 140억 달러에 이른다. 2003년에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5.3%였지만, 지금은 12.8%로 커졌다. 중국인 1인당 생산량도 사스 때 15백달러였는데, 지금은 9천억 달러로 몇배 이상 불어났다.

따라서 사스 때보다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경제에 준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이번 폐렴 확산으로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6.1%에서 5.6%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았다. 이 연구기관은 중국발 파장으로 세계경제 성장률도 0.2%P 하락해 2009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가장 낮은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가장 큰 우려는 글로벌 공급 체인망의 중단이다. 긴 춘제연휴가 끝나고 중국의 공장이 다시 돌아갈 시기가 되었지만 기업주들은 전염병 확산을 우려해 공장 가동을 연기하고 직원들을 집에 대기시키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각국의 기업들의 생산차질이 우려된다.

미국 자동차회사 GM은 중국 당국의 요청에 의해 중국 공장을 적어도 1주일 더 휴업할 예정이다. 포드 자동차도 현지 경영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면서 공장을 쉬게 하고 있다.

이제 연휴가 끝났기 때문에 중국공장 가동 연기에 따른 피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잇다 하지만 공장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회사들에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

매츄스 아시아의 펀드매니저 앤디 로스만(Andy Rothman)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1을 차지하며, 그 비중이 미국, 유럽,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주로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인텔의 경우 중국 매출이 지난해에 20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다. 휴대폰 칩 생산업체인 퀄컴도 전체 매출 120억 달러 가운데 중국 의존율이 47%에 이른다. 이들 업체에게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중국 공장의 휴업이 얼마나 오래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중국발 생산중단 사태가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우한 폐렴 여파로 중국에서 들여오기로 한 부품 공급이 끊겨 쌍용자동차가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가동을 멈추고, 현대차와 기아차도 이번주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레오니와이어링스시템스 코리아라는 회사의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의 하나인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번 우한 폐렴은 2011년 일본 쓰나미 사태 때를 연상케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시 일본 동북지방의 일부 제조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특정 부품 생산이 중단되어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인에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일단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중국 공장과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애플의 CEO 티모시 쿡은 직원들의 중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고, 전체 매출의 6분의1이 중국에서 나오는데, 지난주말에 중국 42개 매장의 휴업을 선언했다.

미국의 소매체인업체 월마트도 상당수의 상품을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우한을 비롯해 중국 일부 점포에서 영업시간을 축소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자제가 주는 충격도 크다. 각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단행하고 중국인들 자체가 여행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 관광업체들의 영업은 엉망이다.

 

현재로서는 우한 폐렴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단언하기 어렵다.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확산될지,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하고 장기화한다면,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가 17년전 사스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사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