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사까지 간섭하는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중국 대사까지 간섭하는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0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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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중국에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나”…중국 대사 “WHO 기준 있지 않느냐”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4일 명동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인 입국조치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에 근거가 있는 만큼 WHO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WHO 기준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니만큼 각국 정부가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절적한 대책을 수립하면 그만이다. 굳이 중국 대사가 WHO 기준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싱 대사는 아직 신임장을 받지도 못한 상태인데 이처럼 공개석상에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거니와, 주재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란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중국대사의 발언이) 교역과 이동 제한을 권고하지 않은 WTO 조치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으로 우리 정부의 이동 제한 검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우리 정부는 중국 대사의 입장에 상관 없이 오직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라고 했다.

 

논란의 발단은 정부가 제공했다.

일요일인 지난 2일 오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방역대책을 발표한 후 정부 부처의 공동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그 자료에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중국인 입국금지로 파악되는 이 조치는 상당히 비중 있는 뉴스였다.

하지만 발표한지 두시간 정도 지난 후에 중단 계획검토할 예정을 바뀌었다. 불과 몇시간만에 정부의 중요 정책이 바뀐 것이다. 또 두시간 후에 중국전역에 대해 여행단계를 철수권고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발표를 권고할 예정으로 후퇴했다.

이날 신임 중국대사는 국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의 여행금지조치에 대해 반발하는 기사가 나왔다.

 

상황을 판단해 보면 정부가 입국금지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라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데다 미국 등 주요국이 중국인 입국 중단조치를 취하자 정부도 뒤늦게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뒤로 물러 난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국내 의사들의 연합체인 대한의사협회는 3일 대국민 호소담화문을 내고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전방위적인 감염원 차단 조치에 나서라면서 정부가 방역 외적인 요인을 고려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가장 중요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WTO 홈페이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WTO 홈페이지

 

야당에서는 중국의 압박에 문재인 정부가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정부의 정책 변경에 대해 아마 중국이 항의를 하자 그 사이에 번복을 했던 것 같다면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정략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은 아예 뒷전이라고 성토했다. 심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총선 전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 그 바람으로 총선을 이기려고 계획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 계획이 우한 폐렴 때문에 망가지니까 중국에 대해서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에서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곧 중국 유학생 수만 명이 입국한다. 이로 인해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 누가 책임질 건가. 세계에 이런 식으로 주권을 포기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도 했다.

매일경제신문 사설은 중국과의 외교적 득실부터 따질 것인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부터 고려할 것인지 우선순위부터 분명히 정해야 한다면서 그러고는 명료하고 일관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당초 3~4월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최근 우한 폐렴 확산으로 6월로 잠정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언론공지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연기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은 중국 측과 지속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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