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 부티지지 돌풍…“부자증세로 불평등 해소”
美 대선에 부티지지 돌풍…“부자증세로 불평등 해소”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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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아 민주당 코커스에서 이변…중국 견제, 기후변화 적극 대응 등 중도노선

 

나이 38세의 잘 생기고 언변좋은 백인 젊은이가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서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South Bend)라는 소도시에서 두 번이나 시장을 하며 낙후한 도시를 재건한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가 미국 민주당 대선경선의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미국시간 462%가 개표된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에서 부티지지는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혀온 버니 샌더스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부티지지 26.9%, 샌더스 25.1%.

 

2019년 캘리포니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부티지지 /위키피디아
2019년 캘리포니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부티지지 /위키피디아

 

부티지지의 정치 경력은 일천하지만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아버지는 유럽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 태어나 제주이트 교단 수도승이 되려 했다가 미국에 건너와 문학 교수가 되었으며, 따라서 부티지지는 이민 2세다.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태어난 부티지지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얻었다. 이후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2011년 사우스벤드 시장 선거에서 74%의 압도적 지지로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때 나이가 29세로 미국 10만 이상 인구의 도시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다. 그는 시장 재직 도중에 2014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정보장교로 7개월간 파병근무를 했으며, 복귀한 이후에 다시 시장을 맡았다. 그는 두 번 시장을 역임하면서 인구가 줄고 몰락하고 있는 지방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 도시의 실업률은 11.8%에서 4.4%로 떨어졌다.

그는 7개 외국어를 구사하며, 피아노 연주실력도 수준급이며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는 등의 천재적이고 인간적인 매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언변은 제2의 오바마라고 불릴 정도로 달변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2018년에 중학교 고사로 재작하는 남성과 결혼했다.

 

2019년 4월 14일 민주당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부티지지 /위키피디아
2019년 4월 14일 민주당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부티지지 /위키피디아

 

부티지지의 정치성향은 중도로 파악된다. 그의 이러한 중도노선이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부티지지의 경제정책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정리한 미 대선 민주당 주요후보의 성향과 시사점이란 자료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그는 부자 증세 및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고 있다. 또 테크기업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부티지지는 부자들의 자산 및 금융거래에 대한 증세로 세입을 늘리는 한편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며, 연방정부 최저임금 기준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를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또 지방 시장을 맡은 경험에서 농촌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역 혁신 클러스터(regional innovation cluster)를 조성해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10년 동안 5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주장했다. 또 대규모 테크기업들의 불공정경쟁, 소규모 기업인수 및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통상문제에서 부티지지는 미국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무역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전략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부과 전략으로 미국 농민들이 중국의 보복관세 피해를 많이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겠으나, 향후 통상정책은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TPP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향후 무역협정에는 화석연료 관련 산업보조금 철폐에 대한 항목을 추가할 것이며, 협정 상대국들에도 이를 이행하는 의무를 부여할 것을 주장한다.

이외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강조하며, 이민정책으로는 불법이민자에 대한 지원 확대를 주장한다.

그는 기후변화가 민주주의, 인권과 더불어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된 여러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세를 도입해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고, 2050년까지는 모든 부문에서의 무탄소배출을 이룬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 탄소세 세입을 활용해 기존 화석연료업계 종사자 재훈련을 통한 신규 일자리 300만 개 창출, 청정에너지 및 기술 R&D 지출 4배 확대, 국내외 청정에너지 투자 목적 은행 설립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민정책에 대해서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제도(DACA)를 지지하며, 불법이주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 이민법원 및 망명 시스템 확대를 지지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DACA, TPS(Temporary Protected Status) 등을 통해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들이 미국 법률 및 시스템 안에 머물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시민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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