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과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오간 꽃병 외교
고종과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오간 꽃병 외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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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 도록 발간, 실물 전시도 예정

 

조선말, 프랑스 대통령은 고종 임금에게 어떤 선물을 했을까.

국립고궁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근대기 서양에서 들어온 생활 유물들과 왕이나 관리의 얼굴을 그린 왕실 회화 유물들을 정리해 서양식 생활유물궁중서화2종의 도록으로 발간했다.

도록의 내용 가운데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대형 꽃무늬 화병이 소개되었다. 이 화병은 1888년 프랑스의 사디 카르노(Marie François Sadi Carnot, 재임 1887 12~1894.6)이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조선과 프랑스는 188664일에 조불 수호통상조약(朝佛修好通商條約)을 체결했다. 이 화병은 조약 체결 이후 2년후에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서 선물한 것이다. 프랑스는 조약체결에 조선 정부가 프랑스 신부 처형에 항의해 카톨릭의 선교를 요구했으며, 고종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프랑스는 청나라에서 파견된 위안스카이(袁世凯)를 앞세워 압력을 넣었고, 교회가 조선인을 고용할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프랑스는 이를 선교의 자유로 해석했다.

 

1888년 프랑스의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화병 /문화재청
1888년 프랑스의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화병 /문화재청

 

서양식 생활유물 도록에는 근대기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에서 썼던 서양식 식기와 장식용품, 욕실용품, 주방도구 등이 소개되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도록 발간을 위해 2016년부터 이들 유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제작국가나 회사 등의 정보를 상당수 확인했다.

서양식 생활유물 중에는 식기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식기류 유물은 프랑스의 필리뷔(Pillivuyt)나 일본의 노리다케(Noritake)와 같은 유명 도자기 회사에서 주로 제작되었다. 욕실용품이나 주방도구들은 영국, 독일, 스웨덴, 미국 제품 등이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어 근대기의 국제 교류 양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필리뷔에서 제작한 식기 /문화재청
프랑스 필리뷔에서 제작한 식기 /문화재청

 

아울러 궁중서화도록에는 <태조어진>을 포함한 왕의 초상화인 어진이나 관리를 그린 초상화 등 인물화를 비롯한 왕실 회화도 선보였다. 이들 그림 중 상당수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옮겨졌다가 화재 피해를 입은 것들이다. 특히, 도록에는 크고 작은 화재 피해를 입은 어진 18점이 수록되었는데 이중 11점은 국립고궁박물관이 보존처리 과정을 마치고 나서 이번 도록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것들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도록에 실린 서양식 식기와 욕실용품, 주방도구 일부를 대한제국실에서 상설전시하고 있으며 어진 모사본과 고종의 친형 이재면의 초상화 등은 조선의 국왕 전시실에서 공개하고 있다.

박물관은 올해 상반기에는 조선왕실의 도자기와 서양식 유물(가제)’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여 소장 유물을 더 폭넓게 국민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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