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최강국 스웨덴에 이색 ‘현금 지키기’ 운동
핀테크 최강국 스웨덴에 이색 ‘현금 지키기’ 운동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0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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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비중 1%로 세계 최저…노약자 저소득층 소외 심각, 현금인출기 설치 의무화

 

스웨덴은 세계에서 현금사용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의 현금사용비율은 1%, 노르웨이 2%, 영국 4%, 캐나다 4%, 미국 8%, 유로화 사용국 11%에 비해 훨씬 낮다.

이런 스웨덴에서 최근 현금 지키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가 되면서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소외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과 저소득층, 난민들은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앱(Swish) 결제 등 디지털 지불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익숙하지 않아 수수료를 내고 은행이나 포스트 지로(giro)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현금 서비스와 현금자동인출기마저 사라진 소도시에서는 취약계층들이 현금을 찾기 위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인근 대도시까지 다녀와야 하는 불편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 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
자료: 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

 

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최근 사회 취약계층의 불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금 지키기운동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금 지키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현금 반란(kontantupproret, cash rebellion)’이라는 곳이다. 이 단체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등 취약자들이 현금인출기를 찾아 헤매고 있고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이들도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다시 현금을 사용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도 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2018년에 시중은행의 현금 예금 및 인출업무를 강제하는 중앙은행법을 의회에 상정했고 지난해 말 이 법이 통과되면서 20201월부터 시중은행의 현금서비스 시행 및 현금자동인출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은 359년 전에 중앙은행의 전신인 스톡홀름은행(Stockholms Banco)에서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할 정도로 한때 현금 사용이 매우 활발했다. 스톡홀름 은행은 1619년 설립되어 1661년에는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웨덴에는 대형은행과 저축은행·조합은행·외국계은행을 포함해 현재 127개사가 있는데, 이중 약 절반 정도가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친구들과 식사 후 스위시로 분담 결제하는 모습 /www.swish.nu
친구들과 식사 후 스위시로 분담 결제하는 모습 /www.swish.nu

 

스웨덴이 세계에서 현금사용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된 요인은 정부의 핀테크 육성정책에 기반한다.

스웨덴 정부는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그 동안 적극적인 핀테크 육성정책을 펴왔으며, 이에 따라 일반 상점들이 손님들에게 현금 결제를 거부하면서 캐시리스(cashless) 매장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금 없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E-Krona(전자화폐)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디지털화폐의 적합성 판정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Krona(전자화폐)는 중앙은행이 인정하는 일종의 암호화폐로, 발행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해킹이 어렵고 안전성과 신뢰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분야에 새로운 테크닉이 접목되면서 은행의 인터넷 뱅킹 서비스보다 훨씬 간편한 모바일 결제가 현금사용을 급속도로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스웨덴 시중은행들은 기존의 현금서비스 업무를 없애고 현금자동지급기(ATM) 숫자도 줄였다.

교회 헌금은 물론 길거리 걸인까지도 모바일 결제를 하는 대표적인 지갑 없는 사회로 버스나 전철 등 일반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현금을 사용할 수가 없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의 용돈까지도 현금이 아닌 스위시(Swish)라는 앱을 통해 모바일로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위시는 2012년 스웨덴 주요 은행 6개사와 중앙은행, 뱅크지로가 합작해 만든 모바일 결제수단으로 사용자의 전화번호가 본인의 은행계좌와 연동돼 실시간 이체가 가능하다. 스위시는 전화번호를 이용한 개인 간 실시간 모바일 계좌이체 서비스로, 아이디와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은행 간에 실시간으로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수수료 없이 타 은행 간에도 실시간 이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으며, 현재 스위시 사용자는 7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스톡홀름과 요테보리, 말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반 소매점은 물론 레스토랑과 편의점 에서도 현금을 받지 않는 캐시 리스 매장이 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전 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달려가던 스웨덴이 최근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약자의 어려움을 살피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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