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 열어놓고 국민에게만 방역 강조한 심각 단계
중국 문 열어놓고 국민에게만 방역 강조한 심각 단계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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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진압 실패, “지금이라도 중국 여행객 입국 막아야”…“책임 전가는 잘못”

 

정부가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정부가 아집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잘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과신했는지, 총선을 앞두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초빙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는지, 어디에선가 잘못이 있었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는데, 정부가 초동작전에 실패한 것은 분명하다. 세월호 침몰 초동작전에 실패했다고 박근혜 정부를 그리 비난하던 그들이 또다시 그런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정부가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와 전염병 확산은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 산에 불이나 다타버린 다음에 심각단계로 올리면 무슨 소용이 있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만 막고 있다. 후베이성은 봉쇄된 지 오래돼 전혀 실효성이 없는 조치다. 후베이성 외 지역에서도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입국 금지 조치 없이 코로나19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방역을 잘해왔는데 신천지 때문에 방역이 뚫렸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교회 예배뿐만 아니라 영화관, 세미나 등등 어느 상황에서든 대규모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상황에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지 이제와서 신천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앙일보 컬럼에 “29번이 지역사회 전파 신호탄정부는 그때 타이밍 놓쳤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의 첫 신호탄이 터졌는데도 정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수일간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소강상태가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의 책임자들이 희망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31번 환자는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정부의 희망은 이어진다. 대구·경북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선언으로 심각단계로 격상시킬 기회를 또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말부터 여섯차례나 정부에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심각하지 않다면서 듣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24일 코로나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상향조정했지만, 중국인 입국조치는 없다. 발원지인 중국에 문을 열어 놓은채 국내 감염자를 차단한다는 것은 초등학생이 보더라도 난센스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이 입국금지 당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한국에서 온 국적기를 공항에서 2시간동안 붙잡아 두었다가 되돌려 보냈다. 바레인도 한국발 외국인 여행객을 입국금지했고, 미국 국무부도 한국에 대해 여행경보를 격상시켰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사설에서 한국민이 전 세계의 '보이콧' 대상이 돼버린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발 바이러스 유입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이들을 다 받아주고 있다. 중국 안의 다른 도시보다 한국 오는 게 더 쉬운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정부는 더 큰 희생이 나기 전에 방역의 기본, 즉 유입 차단에 나서야 한다. 이제라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경향 등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들은 국민들에게 방역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코로나19 ‘심각격상, 온 국민이 방역 주체란 사설에서 중앙정부와 의료진이 앞장서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강조하듯 지금 단계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국민 모두 방역의 주체라는 인식과 행동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중국 여행자 입국을 금지하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언급도 하지 않고 전광훈 목사 등이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경향 사설도 향후 1~2주가 코로나 분수령, 확산차단에 모두 나서야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한시적 조치인 만큼 정부를 믿고 따라야 한다고 했다.

 

23일 코로나 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모두발언 /청와대
23일 코로나 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모두발언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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