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이 능사인가…피해 소상공인에 세금 깍아줘라
추경이 능사인가…피해 소상공인에 세금 깍아줘라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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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팽창예산에 추경하면 재정 부담 커져…세금감면으로 실효성 높여야

 

정부가 결국 특단의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예상한대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소비를 진작시키고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과감한 재정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25일 오전 당정청은 회의를 열어 빠른 시일내에 추경을 편성하고 국회상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우면 긴급재정명령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상황이 심각한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정부·여당이 요청하는 추경편성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가 심각한 것은 맞다. 소상공인들은 대통령 앞에서 지금의 경제상황이 거지 같다고 하고,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이 없다고 한다. 돌림병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이동을 줄이고 기업들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고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수출도 암울하다. 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들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 방법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예산을 더 편성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부 돈을 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냐 하는 것이다. 그보다 예산을 깎아 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엔 미세먼지 대책에 쓴다며 추경을 한 적이 있다. 그 돈이 미세먼지 제거에 쓰였는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미세먼지 처방은 정부와 공고기관이 하는 것이므로 중앙정부가 예산을 더 쓰는 것은 옳다.

이에 비해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제 피해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입고 있다. 그들에게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법은 정부가 돈을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만큼의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둘 중 어느 방법이 더 효과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가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려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거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방법과 피해 상공인에게 세금을 덜 걷어 그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는 방법이 어려운 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차이가 있다. 정부가 공돈처럼 소상공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시혜를 베푸는 것과 같다. 선거도 얼마 남지 않은데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전해주니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줘 봐라. 그래도 고마워한다. 대신에 정부가 생색낼 자리가 없어질 뿐이다.

 

역대 정부는 툭하면 추경을 편성했다. 앞서의 정부도 그러했다. 역대 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 세금을 받는 것은 그대로 둔채 시혜를 베풀려고 하는 관료주의적 사고만이 지배해 왔다. 여당은 국민들이 어려운데 야당이 발목잡는다고 하고, 야당은 정부가 잘못해놓고 세금을 펑펑 쓴다고 비난한다. 정쟁을 한참 거치다가 마침내 조금 깎는 선에서 추경안이 통과되기 일쑤였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부도 재정을 주무르려고 한다. 오히려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재정을 마음놓고 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재정을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럴 때 정부가 할 일이 세금 깎아 주는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여당이 '4+1'이라는 희한한 구조를 만들어 통과시킨 올해 예산규모는 5123천억원이다. 이는 전년 예산에 비해 9.1% 늘어난 초팽창예산이었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또 국민들의 세금을 걷어내려 한다. 야당은 반대해야 하는데, 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표를 얻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지를 할 것이다.

전례없는 돌림병으로 초토화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극약처방을 써야 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극약은 잘못 쓰면 환자가 죽을수 있다. 어떤 약을 써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약을 골라 써야 한다.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 세금을 더 걷는 것보다 명약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인영 당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인영 당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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