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돌직구 질문한 김예령 기자 사직의 변
대통령에 돌직구 질문한 김예령 기자 사직의 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2.27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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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질문이 경기방송 재허가권에 영향 미쳐 결단이 필요했다”

 

기자는 질문을 잘 해야 한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가 있을 때 미리 공부를 해야 한다. 엉뚱한 질문을 할 경우,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좋은 질문을 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을 하면 취재원에게서 유의미한 대답을 얻게 된다.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송곳 질문을 한 기자가 경기방송 김예령기자였다. 당시 김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합니다. 대통령께서 계속해서 이와 관련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이렇게 강조를 하고 계셨는데요.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현 정책에 대해서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통령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얼버무렸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라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었고, 그에 대해서 필요한 보완들은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은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모습 /청와대 자료사진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모습 /청와대 자료사진

 

이날 기자회견후 언론들은 대통령의 발언 내용보다는 김 기자의 질문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대통령 앞에서 기자가 단독직입적으로 물은 것이 화제가 되어 포털 실시간검색 1위로 올라섰다.

네티즌의 관심은 기자의 돌직구성 질문에 있었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그 질문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대목이라는 사실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동안 일자리 창출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고, 최저임금 급상승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 포용국가의 정책기조에 수정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이다.

 

김예령 기자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얼마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곧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의 문을 닫지 않는 것은 어떤 자신감에서 나온 것읹인지, 기자정신이 있는 기자라면 물어봄직할 것 같다.

 

1년 후, 김예령 기자는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제 인생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지난 20191신년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에 대한 저의 질문이 결국 저희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23년 간 몸담았던 경기방송’, ... 시간이었다면서 제 인생의 반이었던 기자생활, 그 가운데 10년을 청와대와 국회를 취재하면서는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기방송 이사회는 지난 20"노사 갈등에, 급격한 매출 감소, 방통위의 경영 간섭 등으로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하다"며 폐업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기방송은 지난해 말 재허가 심사에서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경영에서 배제할 것 정관 개정 및 대표이사 공개 채용 절차를 마련할 것 등을 조건으로 재허가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경기방송은 자진 폐업을 선택한 것이다.

 

김예령 기자는 30년간 기자생활을 한 아버지가 남긴 萬年筆이라는 를 소개했다.

 

이것은 나의 倫理이며 괴로움이다.

自由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價値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가끔 빈 방황에서 돌아와 울기도 한다.

이것은 나의 모든 착오이며 孤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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