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코로나발 ‘퍼펙트 스톰’ 오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코로나발 ‘퍼펙트 스톰’ 오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3.09 2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유가 급락에 세계금융시장 패닉, TB 수익률 0.5%P 급락…미증유의 불확실성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퍼펙트 스톰에 아시아 주식시장이 한단계한단계 베어마켓으로 빠져들고 있다”(Perfect Storm Plunges Asia Stocks Into Bear Markets One by One)고 헤드라인을 깔았다. 9일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은 8% 폭락하며 시장을 열었다. 정치이슈를 머릿기사로 다루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세계금융시장의 대혼돈을 맨앞 기사로 내세웠다. 미국 연준(Fed)은 이런 조짐을 예측한 듯 지난주에 금리를 전격적으로 0.5%P 내린데 이어 유럽의 지도자들도 금융시장 부양을 위한 패키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폭락은 국제석유시장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산 브렌트유는 이날 27% 급락해 배럴당 33.09 달러까지 떨어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1991년 제1차 걸프전 개전 이래 근 30념난의 일이다. 원인은 세계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음달에 원유를 증산하겠다고 한 발표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산업생산과 이에 따른 석유소비가 줄어드는 마당에 사우디가 원유를 늘려 생산한다니, 투기자들이 대거 투매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원유가격에 그치지 않았다.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는 이날 4.19%(85.45포인트) 내린 1.954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 15개월만의 최대폭이라고 한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6%, 홍콩의 항셍지수는 4.2%, 중국 상하이지수도 3.1%, 호주의 S&P/ASX 지수는 7% 급락했다.

미국 국채(TB) 10년물은 하루에 0.5%P나 떨어졌다. 지난주 1% 이하로 떨어진 10년물 TB는 하루 사이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번 시장 패닉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원인은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사우디는 코로나 확산으로 국제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원유 생산을 줄여 가격을 지지하자고 OPEC에 제의했다. 그런데 비OPEC 최대산유국인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사우디가 러시아를 복수하기 위해 역으로 증산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재정수입의 상당액을 원유수출에서 얻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재정 악화로 결국은 사우디의 페이스에 따라오게 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사우디의 이런 전략은 과거의 수법이고, 최근 몇 년 사이의 상황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최근 몇 년간 셰일 오일을 증산해 사우디, 러시아를 넘는 세계최대 산유국이 되었고, 사우디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증산을 단행함으로써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사우디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고 투매를 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시장 헤게머니 쟁탈전 외에 주요국에서 나오는 경제지표들도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코로나 진앙지인 중국의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7.2%의 큰 폭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수입도 4% 하락했다. 이 기간에 중국 무역에 71억 달러의 역조가 발생했다. 일본의 각종 지표들도 2019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다.

 

이날 금융시장에 폭락의 원인을 제공한 직접적인 요인은 사우디의 증산이었지만 코로나19가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 확산되고 있는데 대한 잠재적 불안감이 시장 패닉을 가중시켰다.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219일을 정점으로 지난주말 현재 12% 급락했다. 이는 9년만의 최대폭이고, 3조 달러 이상이 허공에 날라갔다. 이런 와중에 또 주가가 급락하면 세계최대증시마저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붕괴는 금융회사의 위기로 이어질수 있다. 차입으로 주식을 사거나 상품시장에 투자한 사람들은 가격이 어느 수위로 떨어질 때 돈을 돌려달라는 마진 콜을 요구받게 되고 그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금융회사의 경영수지가 악화된다. 과거 베어마켓에서 금융기관의 도산이 잇따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앙은행이 공중에서 돈을 뿌려대듯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한 사례가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였다.

 

문제는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나고 얼마나 확산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불명확성이다. 중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줄었다고는 하나, 한국과 이탈리아로 번지고, 일본 미국 등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제조업의 공급망이 위태로워 지고 있다. 투자회사 AMP의 네이더 네이미는 아무도 리스크를 계산할수 없다고 말했다. 그 불투명함이 세계 금융시장을 아래로, 아래로 꺾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퍼펙트 스톰’의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퍼펙트 스톰’의 장면 /네이버 영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