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기획 방안①…대중적 공감가치 찾아야
문화콘텐츠 기획 방안①…대중적 공감가치 찾아야
  • 문대홍PD
  • 승인 2020.03.11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적 소재가 가지는 역사적·사회적 가치 발현시키는 게 효과적 방법

 

이 글은 2019년 12월 18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열린 이사부 선양 세미나에서 문화콘텐츠 전문가 문대홍씨의 발표내용이다. /편집자주

 

문화 담론의 부상과 미디어의 보편화로 문화콘텐츠의 주목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수준의 향상, 여가 시간의 증가, 소확행 문화의 확산, 중앙정부와 지역 정부에서 집행하는 일련의 문화정책 그리고 1인 미디어의 출현 등 다양한 배경이 문화콘텐츠의 활용성에 관심을 부추기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협의의 대중문화 영역을 넘어 여가, 관광, 레저 등과 함께 교육, 정치, 행정, 종교 등과 같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문화콘텐츠 활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매체 유형에 따라 문화콘텐츠는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영화, 방송콘텐츠,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 같은 영상콘텐츠와 게임, 어플리케이션, 웹 콘텐츠 등과 같은 디지털콘텐츠와 박물관, 축제, 테마파크 등과 같은 공간콘텐츠 그리고 책이나 만화 등과 같은 출판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물론 문화콘텐츠의 분류를 이상과 같이 매체를 중심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콘텐츠의 목적이나 기대효과 등의 기준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소재가 구체적으로 가공되어 매체에 체화된 무형의 결과물로 통찰되어진다. 1) 창작의 기반이 되는 문화적 내용인 소재, 저장과 전달의 수단인 매체 그리고 매체에 적합하도록 가공 과정을 거쳐 하나의 문화콘텐츠는 생성된다. 문화콘텐츠는 직접 소비되는 일반 재화와 달리 인간에 의해 인지적 경험으로 소비되는 무형적 속성이라는 특징 또한 이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게 된다.

삶의 방식으로서 총채라는 문화적 소재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수많은 문화적 소재는 우리의 삶에 존재하며, 역사적·사회적 가치가 매우 높음에도 모두에게 인식되지 못한 채 대중들 사이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대중들 사이에 유령처럼 떠도는 문화적 가치에 생기를 불어 넣고, 문화적 소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발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2)

 

지역을 기반으로 창조되거나 가공된 문화콘텐츠는 전통, 관습, 가치, 문화재, 인물 등과 같이 그 지역 유·무형의 가치들이 문화적 소재로 활용된다. 3)  이러한 지역 소재 기반 문화콘텐츠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며, 장소성 획득, 브랜딩 구축과 통합되어 경제 활성화 수단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지역의 유·무형 소재를 활용한 문화콘텐츠는 지역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4)  지역 기반 문화콘텐츠는 대상 이 되는 대중에 따라 소재에 대한 가공 방법과 수준을 결정하고, 그 목적과 효과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생성된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일상적으로 소비될 수 있으며, 대중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문화는 학술적 담론의 영역이나 일부 엘리트들의 배타적 공간에서 대중의 영역으로 자신의 거취를 확장하게 된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의 활약으로 드라마 한류가 형성되었고, 문화콘텐츠 중 역사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중앙은 물론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이 전개되어 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역사적 사건을 활용한 공연·축제 기획 5) , 전통 건축물과 문화재를 활용한 관광지 개발, 6) 그리고 역사 인물을 활용한 박물관, 드라마, 게임 기획 및 개발 7)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유사한 연구들이 오늘도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공통점은 대다수가 지역의 역사 소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대중적 인지도와는 무관하게 지역 내에서 가치를 지닌 역사적 소재를 발굴하여 문화콘텐츠로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한편 연구의 다수는 역사·문화적 소재들을 어떤 콘텐츠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기획의 관점에 매몰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역사문화콘텐츠는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역사적 고증이나 해석, 역사적 의미 등의 역사학적 관점의 유지를 보수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역사문화콘텐츠를 영위하는 대중에게 문화콘텐츠 이상의 의미를 강제할 수는 없다. 역사문화콘텐츠 또한 대중에게는 인지적 경험에 의해 소비되어지는 과거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나 기억의 재구성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기는 어렵다. 요즘 가장 뜨거운 매체인 유튜브에 하루에 2억 편에 가까운 콘텐츠가 올라오는 문화적 재현의 홍수 속에서, 대중은 과거를 단일하고 특별한 지식이나 학문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역사적 문제로만 접근하지는 않는다. 대중은 다양한 문화적 재현과 콘텐츠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수용한다. 역사문화콘텐츠라고 대중에게 다른 잣대를 통해 경험하고 소비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역사문화콘텐츠가 책장에 전시되는 죽어있는 활자가 아니라 대중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라면, 대중이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하는가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북미 아이스하키 경기에 연말이 다가오면 테디베어 토스라는 이벤트가 열린다. 홈팀이 첫 골을 넣으면 아이스링크로 기부용 인형을 던지는 이벤트인데 얼마 전 새 기록을 세웠다. 무려 45,000개가 넘는 인형이 링크로 쏟아졌고, 게임은 45분간 중단되었지만 선수도 관중도 누구하나 짜증내지 않았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가치 있는 기부이고, 공감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과 각고의 노력으로 삼척시는 명실상부한 이사부의 도시가 되었다. 이사부는 빛바랜 역사책에서 살아나와 대중가요로, 축제로, 공원으로, 목우사자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이사부가 단순한 역사와 문화콘테츠를 넘어 모두가 인정하는 공감콘텐츠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역사의 담론과 일부 엘리트들의 학문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배타적 영역을 벗어나, 대중의 호흡 속에 함께 숨 쉬며 살아있는 오늘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

 

2005년 캘거리 히트멘 테디베어 토스 /위키피디아
2005년 캘거리 히트멘 테디베어 토스 /위키피디아

 

문화콘텐츠 구축 과정은 크게 기획, 개발, 개발 이후로 구분한다. 이를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기획 단계의 구성은 요구 분석, 아이디어 회의, 마스터플랜, 벤치마킹, 소재 조사, 콘텐츠 모델, 개발방법 선택, 경험 설계, 표현 방법 선택, 자문 검수, 예산산출, 홍보 전략, PT 등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8) 일반적인 문화콘텐츠 기획 프로세스는 위와 같이 세분화된 기획 프레임워크가 필요하지만, 특정한 인물이 문화적 소재로 결정되어진 프로세스는 모든 단계가 기계적인 과정으로 배치될 필요는 없다.

 

역사 인물 문화콘테츠에서 문화적 소재는 역사 인물이며, 다른 문화콘텐츠와 차별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도 소재에 기인한다. 역사 인물 문화콘텐츠의 시나리오 완성을 위해서는 문화적 소재로서 인물에 대한 역사적 접근과 더불어 콘텐츠화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다양한 분석의 틀도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역사적 접근에 의한 인물 분석을 위해서는 연대기적 이해를 기본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배경, 사건, 관련 인물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유물이나 유적 등의 현황 조사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학문적 고증이나 검증의 과정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물론 이사부에 대한 인물 분석은 해당 시기에 대한 사료도 부족하고, 1,500년이라는 물리적 시차가 있어 근거를 제시하는 것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역사 인물 문화콘텐츠의 핵심이 되는 소재로서의 인물에 대한 컨셉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서, 당시의 국제관계, 정치, 시대의 흐름, 인물, 사건, 출신 내력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하여 합리적 추론과 유추의 과정도 필요하다. 역사적 접근과 합리적 추론을 거친 인물 분석을 통해 인물에 대한 컨셉과 테마를 결정하고, 그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문화적 소재로서 인물이 가지는 가치를 어떤 매체를 통해 전달 할 것이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 되었던 영화, 방송콘텐츠,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 같은 영상콘텐츠와 게임, 어플리케이션, 웹 콘텐츠 등과 같은 디지털콘텐츠와 박물관, 축제, 테마파크 등과 같은 공간콘텐츠 그리고 책이나 만화 등과 같은 출판콘텐츠중에 선택이 필요하다. 매체에 대한 선정은 해당 매체가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도 검토의 기준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재로서의 인물이 가지는 컨셉과 테마 그리고 가치가 해당 매체와 상호 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에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역사 인물 문화콘텐츠는 생명을 얻어 가게 될 것이다.

 

분석과 매체에 대한 결정으로 탄생한 문화콘텐츠는 누구에게 어떠한 가치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타겟층에 대한 고민이고, 타겟층의 요구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콘텐츠는 인지적 경험의 대상이고, 고객은 이를 통해 감성과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고자하는 소비재로서의 상품이기도 하다. 문화콘텐츠 기획에서는 타겟에 대한 분류와 타겟의 요구를 반영하여야 하고, 그들의 수준에 적합한 가치와 경험의 제공도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문화콘텐츠의 무형이라는 속성상 어느 정도의 복제는 예상되기에 저작권 문제도 늘 염두에 두어야한다. 문화상품으로의 파생도 문화콘텐츠가 가지는 커다란 장점이므로 미리 염두에 두고 진행 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역사문화콘텐츠의 기획은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 할 수도 있다. 콘텐츠의 기획과 창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성공한 콘텐츠의 창작자가 될 수는 없다.

언제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지나온 여정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재능을 가진 상대를 넘어서는 방법은 노력 뿐이다. 더 많이 집중하고 더 많이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바둑에는 복기라는 훌륭한 교사가 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라는 프로바둑 기사 이창호 명인의 말처럼 우리도 늘 복기가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1) 태지호(2014) 공간형콘텐츠, 커뮤니케이션북스

2) 송희영(2012),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기획 연구

3) 김영석·전미경(2013), 문화콘텐츠 체험이 지역브랜드 태도와 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

4) 백승국·오장근·전형연(2008), 지역문화브랜딩 프로세스모델 연구

5) 송희영(2009), 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한 공연 콘텐츠 기획 사례 연구

6) 심승구(2014), 전북 운봉의 역사문화자원과 문화콘텐츠 전략 / 전광은·홍석호·김세용(2012),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역사문화거리 조성계획 / 김진영(2009), 역사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철원지역 활성화 방안 연구

7) 이수경(2016), 이순신 역사문화자원의 콘텐츠 활용방안 / 박동호(2014), 통역 이중섭 문화콘텐츠 개발 연구

8) 태지호(2014), 공간형 콘텐츠, 커뮤니케이션북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