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조치, 역효과 더 크다…시장 왜곡 우려
공매도 금지조치, 역효과 더 크다…시장 왜곡 우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3.13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도물량 규제하면 거래량 줄고, 매수세력도 약화시켜…금융후진국들의 조치

 

시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고, 증권시장은 증권을 사고 파는 곳이다. 그런데 주가를 지탱하기 위해 파는 것을 금지하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까. 사는 사람만 있으면 가격이 오를까. 적어도 정부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금융위원회가 월요일인 16알부터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증권사즐이 주식담보대출의 마진콜을 억제하기 위해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가 안정화를 위해 이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지만, 이 두가지 조치는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short sale 개념도 /위키피디아
short sale 개념도 /위키피디아

 

우선 공매도(空賣渡)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빌 공’()자를 쓰고 있는데, 뉴욕 월스트리트 용어로는 ‘short sale’ 또는 ‘short selling'이다. 국내에선 이를 공매도라는 번역했는데, 직역하면 단기 매도라고 했으면 옳을 것이다.

공매도는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0달러에 선물을 빌려 매도한다. 기름값이 27 달러로 떨어질 때 선물을 사서 빌린 선물을 돌려준다.

이 투자자는 30달러에 팔고 27달러에 샀으니, 10% 남짓 차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가가 33달러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공짜는 없다. 정교한 판단력과 시장을 주도할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파는 것을 숏세일(short sale), 사는 것을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라고 한다.

공매도에는 주식, 상품, 채권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 내 것이 없기 때문에 남의 것을 빌린다. 빌려서 판 가격과 되 산 가격의 차액을 버는 방식이다.

공매도라는 말 대신에 영어 그대로 숏세일이라는 용어를 썼으면, 혼선은 없었을 것이다.

 

숏세일에 대한 금융시장의 비판은 늘 있어 왔다. 특히 금융시장이 급락할 때 숏세일 세력이 시장을 혼란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헤지펀드들이 숏세일을 전문으로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숏세일은 시장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숏세일 세력은 일정 기간 후에 빌린 유가증권을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매수로 입장을 전환한다. 숏세일과 숏커버링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선진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숏세일에 대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금지나 거래제한을 한 적이 없다.

 

공매도 금지는 시장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허수의 공매도는 불가능하다. 남의 주식을 빌려 거래하기 때문에 실물거래나 다름 없다.

금융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매도 물량을 줄이자는 것인데, 오히려 거래물량을 규제하는 역효과를 낼수 있다. 금융선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조치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금융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 쉽다.

 

또 주가 하락기에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들에게 상환을 종용하는 마진콜 제도를 완화하는 조치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금융기관의 부실은 결국 공적자금의 부담을 키울 뿐이다. 나중에 사고가 나면 세금으로 해결하자는 얘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