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문화콘텐츠⑤…이사부 역사소재 활용방안
동해안 문화콘텐츠⑤…이사부 역사소재 활용방안
  • 문대홍 PD
  • 승인 2020.03.1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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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증과 분석, 인물 형상화, 컨텐츠 개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야

 

이 글은 20191218일 강원도 삼척시 이사부 선양 세미나에서 문대홍 문화콘텐츠 전문가의 발제내용이다. /편집자주

 

삼척시 관광두레PD 역할을 담당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관광두레가 뭐하는 일이냐고 묻는다. 관광두레는 2013년부터 문화광관부에서 전국 자치단체와 PD개인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1년에 6~7개 자치단체를 선정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관광두레PD는 지역의 5인 이상의 주민이 지역 관광에 도움이 되는 사업체 설립을 준비하면, 그 과정을 함께 도와주는 사람이다. PD가 하는 일이 지역의 작은 주민사업체를 돕는 일인데 이사부역사문화콘텐츠 활용 방안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또한 지난 시기 여러 차례의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기간의 내용과 맥락도 모른 채 뜬금없고 의미 없는 이야기나 재생할까 두려운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지역의 작은 주민사업체도, 이사부역사문화콘텐츠 조성사업도, 모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생각에 짧고 어설픈 결론이지만 몇 가지로 정리 하고자 한다.

 

첫째, 이사부의 행적에 대한 연구와 검증 그리고 발굴 사업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진행 되어야 한다.

현재 이사부기념사업회와 이사부학회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이사부 관련 연구 자료를 축척하여야 하며 정기적인 심포지엄이나 워크숍을 개최하여야 한다. 역사학계에서 이사부 연구에 자극제가 필요하다면 연구자 개인에게 소정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연구비 지원 제도를 통해 이사부 연구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나 연구 방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동북 공정이 한창 진행될 때 중국 한족 친구로부터 뼈아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의 역사학자가 몇 명이냐고, 발해사와 만주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몇 명이냐고 물어 보아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중국 북경에서만 현재 동북공정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3,000명 정도 된다며, 이기지 못할 싸움은 시작도 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양이 질을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다양한 시선을 만들어 줄 수는 있다.

 

둘째,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이사부를 둘러싼 인물들 사다함, 거칠부, 지소태후, 진흥왕, 우해왕을 넘어 백제, 고구려, 당나라, 일본까지도 연구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사부가 살았던 시기의 신라는 지소태후와 이사부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들이 전개된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에서 가장 뒤쳐졌던 신라가 이사부의 역할로 삼국통일의 초석을 다지게 되는데 그 역학 관계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연구를 통한 고증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이사부여서 그 일이 가능했다는 연구 결과를 기대하여야 한다.

 

셋째, 이사부 개인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그의 인간적인 고뇌까지도 합리적으로 유추할 필요가 있다. 신화 속의 영웅과 요즘 나오는 슈퍼히어로는 절대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중들이 원하는 영웅의 모습은 다른 형태의 영웅으로 진화하고 있다. 얼마 뒤 개봉하는 최민식, 한석규 주연의 영화 천문속에 그려질 세종과 장영실의 모습에서 어쩌면 대중이 원하는 영웅의 모습이 그려질 것 같다. 영웅은 천재성과 자기 철학이 있어야하고 신분의 벽 따위는 넘어서는 그런 파격과 친근함이 있어야 한다.

이사부가 살던 신라의 객관적 환경이 이사부 장군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사부 개인의 철학과 사상이 이사부 장군을 만들었을 것이다. 당시에 관행이었다고 인정하기에 지소태후의 남성 편력은 지나치지 않은가?, 이사부는 정말 그 사실에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었을까?하는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어야 한다. 거칠부에게 국사 편찬을 맡긴 이유가 단지 기록이 필요해서 일까? 아니면 100년 후 일어날 삼국통일의 대업을 자신의 대에서 이루고 싶었을 수도 있다. 어린 사다함의 죽음에 대한 이사부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이사부가 진정 바다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이 왜구의 출몰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이사부의 프론티어 정신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등등에 대한 합리적 추론도 필요하다. 물론 필요하다면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합리적인 유추를 기반으로 창작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2019 삼척해수욕장에 이사부 인형극 게시물 /사진=김흥교
2019 삼척해수욕장에 이사부 인형극 게시물 /사진=김흥교

 

넷째, 역사학자는 물론 문학, 미술, 웹툰, 웹개발, 이벤트 기획, 공연기획, 문화기획, 공간기획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풀을 구성하여 스토리텔링 다각화와 트랜스미디어의 기반을 만들어 가야한다.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변해 가는지도 모른다. 10년 전 청사진을 들고 10년 후의 미래를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역사학자 중심의 심포지엄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워크숍 개최가 필요하다. 예산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발표자를 최소화하고 준비된 주제에 대해 다중의 토론 진행을 통해 보충 할 수도 있다. 지역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워킹그룹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서 함께 토론해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만들어진 각 분야의 대안을 지역의 전문가들을 통해 콘텐츠로, 상품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다섯째, 현재 추진 중인 이사부역사문화공원 사업은 용역과 의견 수렴 그리고 행정의 실행이라는 형식적인 틀을 깨뜨려야 한다. 통상적인 사업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사업의 확정, 용역 발주, 의견수렴 공청회 개최, 사업의 실행 그리고 주인 없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하드웨어로 진행되어진다. 현재 추진 중인 이사부역사문화공원은 향후 삼척 지역 이사부역사문화콘텐츠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담당해야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부족하지만 지금이라도 사업 진행에 필요한 진정한 의미의 내실 있는 거버넌스의 틀을 만들어 가야한다.

행정-전문가-주민이 함께 사업 추진 주체가 되어야한다. 전문가 그룹은 용역회사가 아니라 앞 절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결합해야 하고, 주민은 사업의 성격상 해당 마을 주민이 아니라 향후 공원의 다양한 시설의 운영을 책임질 지역의 전문가 그룹이 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사부기념사업회도 단체의 입장만을 대변하지 말고 앞 절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분야의 지역에 있는 전문가 워킹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한 과정이지만 거버넌스의 틀을 유지하며 역사학자 중심의 심포지엄과 워킹그룹 중심의 워크숍을 통해 이사부역사문화공원에 채워갈 콘텐츠를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

 

여섯째, 정라진 일원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이사부역사문화공원, 도시재생, 나릿골 감성마을, 이사부 광장 등)과 이사부로, 이사부 사자공원 그리고 향후 추진될 오분리 사업을 포괄하는 권역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권역에 대한 청사진의 단초는 이사부역사문화공원에 있다. 시설 중심이 아니라 콘텐츠로 가득 찬 공간이 되어야 향후 권역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전국에 드라마 세트장 열풍이 불었다. 물론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대다수 실패한 세트장의 경우는 지역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내용으로 임시 가건물 형태로 지어져, 드라마 후광 효과가 사라지면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리곤 했다.

삼척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안해 본다. 1년 이상 이사부 주제의 드라마에 대한 시나리오 검토를 진행 한 후, 육향산 주위와 오분리 일원에 야외 세트장을 실제 건물로 짓고, 정라진 조선소 일부에 실내 세트장을 지으면 향후 다양한 영상 촬영의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인근 관광지와 연계 가능성이 높고, 시내에 위치해 있어 중심가 상권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드라마 세트가 영구 시설물로 설치되면 지속 이용가능 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쟁력 있는 시나리오에 있을 것이다.

 

일곱째, 이사부를 권역에 두지 말고 삼척 전역에서 만날 수 있고, 어쩌면 인근 자치단체에서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사부가 삼척 군영진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부대를 빠져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점에서 출발해 본다. 신기 벌목장에도 다녀왔을 것이고, 화랑들을 이끌고 죽서루 절벽위에 터 잡고 화랑도를 논했을 것이며, 노곡으로 호랑이 사냥도 나갔을 것이다.

삼척 지역 고을 고을 마다에 이사부의 흔적은 있었을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설화와 이야기에 이사부 하나 올려놓는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07년 영국인 멕켄지 기자가 찍은 유일한 한일합방 전후 12인의 항일 의병 사진한 장이 이병헌, 김태리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션사인이 되어 돌아오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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